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을 주관하였다. 6월엔 유럽으로 가서 G7과 NATO 회의에 참석하였고, 7월에는 이스라엘에서 I2U2 정상회의의 출범을 주관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른바 알파벳 수프 외교라는 별칭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I2U2이다. I2U2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I2U2는 인도Indo와 이스라엘Israel의 I와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와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U를 합성하여 만든 두문자어다. 이들 4개국(쿼드)의 상호 경제적 협력을 선언한 소다자협의체이다.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이 토대가 되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으로 구성된 쿼드와 다른 새로운 쿼드이다. 쿼드 4개국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념적 비전을 중심으로 결집하였다. 그러나 I2U2 4개국은 종교(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그리스도교)와 정치체제(민주주의와 입헌군주국)가 달라서 공통된 정체성을 발견하기…
시아버지가 부쩍 노쇠해지셨다. 식욕이 줄고 활동량이 없으시더니 무기력하게 누워만 계셨다. 은퇴 후 소일거리 없이 지내신지 15년, 무심한 세월에 기력마저 잃으셨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혈액검사를 시작으로 뇌, 위, 전립선, 대장까지 검사해 봤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존엄한 노후에 대해 곧잘 말해왔지만 정작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치자 자식으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툴고 헤매기만 했다. 그렇게 한 달. 한국 의료와 복지의 “현실”을 체감했다. 그것은 허점과 오류, 맹탕 수준의 노후였다. 엄격하고 자존심 센 아버지 당신이 무력한 존재가 되면서부터 노년의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거동을 못하시게 된 아버지를 위해 노인용품을 하나씩 장만하면서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서러운 사연을 짐작해본다. 청년 시절 빛나던 청춘이 풍화(風化)되어 재처럼 남고 장년의 기세도 추억으로 아른거릴 삶.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김광규, 쪽방 할머니 한국 70대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의 절반에 이르고 자살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한다. 노인 자살의 주된 이
박정희는 남로당 군사담당 책임자였다. 한국전쟁 직전 발생한 여순사건의 주모자로 체포됐으나 곧바로 전향했다. 자신의 ‘세포’ 전원을 밀고해 조직을 일망타진한 공을 인정받아 군으로 복귀했다. 황국신민이 될 것임을 맹세하는 혈서를 써 만주군 장교가 되었던 그는 일제 패망으로 세상이 바뀌자 남로당 간부로 변신했고, 여순사건 후에는 다시 전향해 국군 장교로 둔갑했다. 그가 시현한 전향과 변절 과정은 일반의 상상을 절한다. 쿠데타로 최고 권력자가 된 뒤에는 북에서 특사로 보낸 자신의 맏형 박상희의 절친 황태성까지 잡아 죽였다. 황은 그가 친형처럼 따르던 한 고향 출신의 ‘이념적 형님’이었다. 정신의학자들은 변절한 인간은 쉽게 저열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주지육림에 빠져드는 특성을 지닌다고 진단한다. 가치와 신념을 내던지고 변절할 경우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잃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 부끄러운 과거를 잊으려고 했는지 모르나 박정희는 살아 있을 때 술을 엄청 마셔댔다. 심복의 총탄에 맞아 죽은 마지막 순간에도 여자들을 곁에 두고 술판을 벌였다. 우리는 뜻이 맞은 친구를 ‘동지’라고 부른다. 옳은 일에 대한 변치 않는 신념과 실천을 공유하는 동반자를 뜻하는 이 말이 아무한테나…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에는 그보다 앞선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현재라는 시점에서 행동하고 있으며, 현재는원래 시간의 밖에 있고,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가지 시간의 접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의 시점에서는 인간은 언제나 자유로운 것이다. 자신의 신상에 뭔가 불쾌한 일이 일어나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종종 자신과 상관없는 외적인 것에 불쾌함과 번거로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 자신 속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을 탓하거나 운명(運命)을 한탄하기 쉽다 (에픽테토스) 인간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만이 진정한 자신의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것, 자기 속에서 자신의 생명과 함께 성장하는 것 외에는, 결코 영원한 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에머슨) 스스로 죄를 지으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스스로 죄를 짓지 않으면 스스로 깨끗하다. 깨끗함과 더러움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아무도 남을 깨끗하게 할 수는 없다. (법구경) 사람들의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해로운 미망은, 세상에 자신들의 자유와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나
개봉 직전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으나 영화 ‘헌트’는 올여름 최고의 역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평론 입장에서 올여름엔 딱 두 편의 영화만을 ‘건졌다’ 할 수 있는데 ‘헤어질 결심’과 ‘헌트’가 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헤어질 결심’의 미국 영국 배급은 무비(mubi)가 ‘헌트’의 미국 내 배급 역시 유명 배급사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질 결심’은 확실하게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 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 상을 노린다는 것이고, '헌트' 역시 해외시장을 크게 넘보고 있다는 얘기다. ‘헌트’가 개봉되면 작품 자체 얘기도 얘기지만 아무래도 감독 이정재에 대한 얘기로 넘쳐날 것이다. 이미 영화의 공개 시사회 이후 이정재에 쏠리는 기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는데 이게 진짜 이정재의 연출 솜씨냐는 것이고 이정재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느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진짜 이정재가 올곧이 자신만의 실력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을 해낸 것이 분명하며 얘기를 해 본 결과 영화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만큼 인문학적 지식과 영화적 소양이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는 것이다. 모두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근에 가장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9화 ‘피리 부는 사나이’다. 강남에서 자라서 어머니 표 교육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방구뽕이 이번 회차의 핵심 인물이다. 방구뽕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의 어린이들을 납치해서 아이들을 산에 데려가서 놀게 하고 미성년자 유인 약취 및 버스 탈취 혐의로 신고당한다. 어린이들을 웃기기 위해 이름을 방구뽕으로 개명하고, 스스로를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이라 지칭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낯설고 정신이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또, 9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데려다가 산에서 놀게 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설정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아이들이 학원에서 매일 10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공부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나서야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시했다. 학원을 전전하다가 밤늦게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려서 자주 접할 수 있고,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테니 공감도 어렵지 않았을 거다. 우리 반에도 학원과 학원 숙제 때문
기역자 모양이다. 기역 니은 하고 부르는 그 기역(ㄱ) 말이다. 기역자를 따라 방들이 늘어서있는데, 방문 앞으로 길게 누운 마루가 방과 방을 이어주는 길 같다. 방이 아니라 섬이었다면 섬과 섬을 이어주는 물길 같았을까. 그러든 말든 마루는 개의치 않는다. 지붕에 앉힌 기와가 그러하듯 마루 또한 기역자 모양 따라 반듯하다. 도시의 기와집은 어떠할까. 산 아래 터를 잡은 시골집의 하루는 기와 끝에서 떠올랐다가 마루 끝에서 저문다. 처마 밑에서 일어났다가 툇돌 아래 눕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다남쪽의 기와집은, 처마 끄트머리의 기울기만큼 허락하고, 마루 끄트머리의 넓이만큼 보듬는다. 거절하고 밀어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햇살은 툇돌 보다 높은 곳을 탐내지 않고, 그늘은 마루보다 낮은 곳을 욕심내지 않는다. 빗방울도 낙엽도 그윽한 달빛조차도 예외일 수 없다. 떨어지는 것들은 어김없이 처마와 마루 사이에 몸을 던지며 삶을 마감한다.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게 있을까. 아무리 발돋움을 하고 서도 처마 밑이다. 바닥을 기어도 툇돌 아래 누울 순 없다. 억지로 해보려 해도 안 되는 것이 삶이다. ‘만류의 영장’이라는 계급장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밤에 싸인 지구별에서 인간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행정학자 출신으로 교육 정책 경험이 전무하고, 정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처럼 장관·차관·차관보가 모두 교육행정 무경험자로 이뤄진 경우는 과거 정부에선 거의 없었던 일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8월 4일자 A12면에 실은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교육 정책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하나하나가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교육계의 비판 목소리도 같이 전했다. 윤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 보도로는 이례적이었다. 박 장관을 꼬집어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문가로 통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시행됐다. 경영평가단은 실적 부진 기관장 해임건의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 된다. 박 장관은 2017년 경영평가 단장(문재인 정부 시절)으로 2016년(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를 총괄했다. 이전에도 부단장 3년 등 10여년 동안 공공기관 평가를 맡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이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화를 본격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내원하는 환자와 앱으로 연결하여 원격진료를 한 후 처방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며 일상 속에서 건강관리를 자문해주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체성분, 수면 등 개인의 일상기록자료를 기록하고 건강 미션을 제공하는 등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전국민의 병원 데이터를 표준화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비대면 진료와 연계된 고령 친화적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으며 운동·수면·혈당 관리 등의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관리해 사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다.현재는 법률상 전문 의료진만 의료행위가 포함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의료행위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의료행위를 포함하는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제약이 따르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이 전문 의료진이 개입하는 건강관리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기에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동안 건강관리서비스는 비의료 행위에 대해서만 사업화가 가능했으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그 수준이 높지 않아 동종 업체에서…
- 과학의 고독 지구 전체가 하나의 자율적 조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한 ‘가이아’의 개념은 애초에는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여겨졌다. 환경이 생명체를 지배하는 것이지 생명체가 환경을 바꾸어내기도 한다는 논리는 가당치도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가이아’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주기에 적당하기 조차했다. 사실 이 명칭은 제임스 러브록과 이웃해 살고 있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의 작가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이 지어준 것이었다. 골딩은 훗날 (198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과학과 인문적 사유가 만나 ‘가이아’라는 이름이 생겨난 셈이었다. 제임스 러브록이 80세(2000년)를 막 넘기면서 출간한 자서전 『가이아에게 경의를 (Homage to Gaia)』에는 양자역학의 막스 플랑크(Max Planck)가 1936년에 했던 말을 인용해놓았다. 자신의 이론이 처음에는 거부되었다가 40년이 지나 책이 나온 당시에는 지구과학의 한 중심이론으로 수용된 것을 기뻐하면서 과학자가 겪어야 하는 고독에 대한 심정을 인용으로 대신 풀어놓은 것이었다. “새로운 과학적 사유는 아무리 조직이 잘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