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와 시조는 그 사람 정신적 부활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라는 시조는 만고의 충신 성삼문의 푸른 혼으로 지금도 내일도 서슬 퍼렇게 살아 있을 것이다. 1455년 세조가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왕명을 맡아보던 예방승지 성삼문은 임금의 인장(印章)인 국새를 안고 통곡을 한다. 그 뒤 성삼문은 세조와 그 일당을 죽이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역모 죄로 한강 백사장에서 죽임을 당한다. 그때 성삼문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절개를 낙락장송에 비긴 시조를 남기고 갔다. 이것이 인문학 정신이요 문학의 정의이다. 문학은 어떤 형태로 나타내든 결국은 자기 삶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종(種)은 두 개의 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르루아 쿠랑은 말했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걷는다는 것은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인간은 걸으면서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기도 한다. 아침 산책길에서 본다. 길에 떨어져 있는 고목나무의 부러진 가지를. 나무는 지난밤 시간의 무게를
영상만 보면 흡사 전쟁의 한 장면이다. 국민들이 경악했으니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얼마나 기겁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공군 KF-16 전투기가 민가가 밀집돼 있는 마을에 폭탄을 투하했다. 영상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고로 주민 2명이 중상을, 13명이 경상을 입는 등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들 중에는 군 성당에 와있던 군인 2명과, 마을에 있던 외국인 2명도 있었다. 성당 1동과 주택 5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화물차 1대도 파손됐다. 집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18가구 40명으로 인근 지역의 콘도나 모텔,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부상을 당한 주민들의 쾌유를 빌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입은 주민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 하루속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주택과 차량 등이 파손, 재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도 위로를 보내며 관계 당국의 신속한 피해복구와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오폭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51년에 만들어져 미군의 폭격·사격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가 ‘빈집 해소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빈집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진 지역임에도 공급이 과도하거나 기존 주택이 방치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흉물로 방치돼 주거환경을 해치고 우범 위험성마저 높이고 있는 빈집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효율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의 빈집 수는 153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106만 8000가구) 대비 43.6% 증가한 것이다. 전국 빈집 비율은 2015년 6.5%에서 2019년 8.4%까지 치솟았고, 2021년 7.4%로 다소 감소했으나 2023년 다시 7.9%로 상승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빈집의 18.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평택(11.2%)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성(8.1%), 부천(6.3%), 수원(6.1%), 남양주(5%) 순으로 빈집 비율이 높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공해에는, 미세먼지와 같은 공해 문제도 있고, 자동차와 같은 소음 공해도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공해에도 시달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음 공해와 정치적 공해가 합쳐지는 모양새다. “헌법 재판관들을 처단하라”,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된다. 쳐부수자!", "지금 윤석열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X랄 X광'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등등의 말들은 정치 공해와 소음 공해가 합쳐진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진보, 보수 각 진영의 적극 지지층들은 자기 진영의 이런 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도층들은 이런 발언을 들으면 정말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 동아시아 연구원 측의 조사(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월 22일부터 23일까지 18세 이상 1514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2%P.)에 따르면, 현
지난 기고문을 통해서 개인간 금전거래시에도 차용증을 충실하게 작성하고 채무불이행시 신속한 집행을 위해서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간에 종종 큰 금전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소유 부동산이나 제3자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담보물건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꼼꼼히 확인해 근저당권 설정이나 압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시세와 비교하여 추가적인 담보여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통상 시세의 70% 정도를 기준으로 해당 부동산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합계액이 이를 초과하면 해당 부동산에는 더 이상 담보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금전거래는 통상 민사소송을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변제기에 이르러 채무자가 자신이 변제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경우에는 실제 민사소송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금전대여 당시 실제 변제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자신의 변제능력이나 변제방법, 대여금의 사용용도를 기망하여 돈을 빌렸다는 것을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를 하기도 한다.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타인으로부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1392년 조선이 한양에 개국하고 3년후 경복궁을 건립하면서 정문을 세웠다. 세종 때 정문을 광화문으로 명명하여 오늘에 까지 이어진다. 광화문 앞 거리는 육조(六曹)거리 라고 불리우고 양 옆으로 조선시대의 중심지였다. 육조거리를 중심으로 국정이 논의되고 시장이 열렸다. 지금은 육조거리가 세종로거리로 지명이 바뀌어 정치의 광장이 되고 있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곳에서 탄핵의 찬⦁반을 둘러싸고 함성소리가 장안을 가른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지만 주장하는 목소리는 상반된다. 이제 우리는 가뿐 숨을 멈추고 광화문으로부터 들려오는 역사의 소리를 들어보자. 광화문은 1592년 임진왜란 때에 허물어지고 1865년 대원군에 의해 복원되었다. 복원된 광화문이 다시 허물어지질 위기를 맞은 것은 일제시기였다. 일제는 경복궁 경내에 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광화문을 철거하려고 하였다. 이때 광화문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린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너의 생명이 조석(朝夕)에 절박하였다. 네가 이 세상에 있다는 기억이 냉랭한 망각 가운데 장사(葬事) 되어 버리려 한다” 이것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목소리였다. 1922
요즘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곧 퇴사를 앞둔 지인 K씨의 사연을 소개해본다. 50대 여성인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회사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버겁다고 했다. 이직조차 순탄치 않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는 어느날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다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자기 또래의 여성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들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언제까지 회사에서 버틸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한 후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직장을 다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던 그였다. 그러나 현실이란 벽 앞에서 ‘직장’이라는 조직을 졸업할 때가 됐다는 걸 그는 결국 인정했다. 그가 퇴사 후 제2의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일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장례지도사. 고인의 마지막 길을 경건하게 배웅하는 의미있는 일이긴 하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다. 솔직히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울부짖음을 바라보는 것도 버겁고, 차갑게 굳은 고인과 단둘이 한 공간에 머물 자신도 없다. 마지막…
최근 전 세계에 재해가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기후 마지노선’은 1.5도다. 그런데 지난해 1~9월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1.54도나 더 높았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가뭄, 이상고온과 한파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위기도 있다. 빠르게 북·남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어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세계 여러 나라의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이다. 이미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 연구팀이 ‘2050년에 자카르타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고 북자카르타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 미국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센트럴’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매년 상시 침수 피해를 입는 인구가 약 3억 명(현재 인구 기준)에 달할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약 6억4000만 명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