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올해 다문화 밀집 학교를 중심으로 ‘다문화 특별학급 교육과정’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를 넘어 300만 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는 실질적 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 외국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온다. 외국인의 정착을 돕기 위한 교육기관의 역할은 실로 중대하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경기도의 다양한 학습연구개발과 지원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다문화 특별학급 교육과정 27개를 완성해 61개교 88개 학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교육청은 그동안 초·중등 다문화 교육 현장 전문가 15명으로 하여금 다문화 특별학급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 학습격차 해소로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2024 다문화 특별학급 교육과정’을 개발토록 하는 등 다문화 학생의 공교육 적응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왔다. 도교육청이 개발한 ‘2024 다문화 특별학급 교육과정’은 ‘학습 단계별 한국어 교육과정’, ‘심리·정서 기반 생활 적응 교육과정’, ‘교육과정 평가 및 환류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 2024 경기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방향을 적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공영방송 KBS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KBS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방송을 4월이 아닌 6월 이후로 연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전체 제작 과정을 따지면 80%, 촬영도 40% 이상을 이미 진행했다고 했지만 지시는 철회되지 않았다. 총선 전후 한두달을 영향권으로 본다는 윗선의 인식과 판단 때문이라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KBS 사장과 면담하고자 방송국을 찾았다. 준비 중인 다큐가 세월호 생존자의 삶을 다독이고 재난 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연대를 꾀하는 내용이었다는데, 이 내용이 대체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준다고 보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장은 만나주지 않았다. 일정을 다시 잡고 찾아오라는 공허한 답변뿐이었다. 세월호 다큐가 4월에 방송이 된다고 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KBS 본관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2월 21일 열린 첫 촛불집회는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120명이 넘게 모인 참석자들은 세월호 다큐를 계획대로 4월 18일에…
늘 그렇더라. 함께 섞일 것들 말이다. 사람도 그렇고 먹을 것도 그렇지. 된장국이 된장국인 까닭은 주인 되는 것이 된장이기 때문이다. 된장국은 된장의 맛을 가장 오묘하게 살려낼 수 있을 때, 된장국으로서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언제였을까. 글 보따리를 들쳐 매고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적이 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산이 깊어서였을까. 산을 덮은 눈 때문이었을까. 내 발로 걸어 들어간 어느 산기슭 외딴집에서, 나의 고립은 속절없이 홀로 깊었다. 깊은 고립에서 벗어나려 서성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눈이 내렸다. 어제 내린 눈을 오늘 내린 눈이 덮었고, 간밤에 깊었던 고립 속으로 새벽에 깊어진 고립이 다시 스몄다. 그런 날이면, 눈 덮인 산기슭 외딴집에서 나는 된장국을 끓였다. 끓인다고 녹아 없어질 겨울은 아니었다. 구들장까지 파고든 겨울은 궁둥이를 오므라들게 하고 발가락 마디마디를 비틀어놓았다. 군불을 지펴도 까딱없을 겨울이 그깟 된장국 한 냄비로 녹아 없어질리 없었다. 없는 줄 빤히 알면서도 푸성귀를 썰고 된장을 풀어 넣는 까닭은 그것 말곤 어찌할 게 없어서였다. 누구 하나 오라고 꼬드긴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겨울 한복판
경기도청이 55년 만에 ‘팔달산 청사시대’를 마감하고 2022년 영통구 광교 신청사로 이전했다. 광교 신청사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2008년 11월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15년이 지난 다음에야 이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옛 경기도청사 주변의 상권이 초토화 된 것이다. 공무원과 민원인이 드나들던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일부 가게는 매출이 급감해 월세를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상인들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청사가 이전돼 상권이 붕괴됐다면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존 건물에 대한 활용 계획도 없이 서둘러 신청사로 이전한 결과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상인들의 주장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에 도는 옛 경기도청사 공간에 2025년까지 문화와 창업 육성을 위한 ‘경기도 사회혁신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옛 청사의 11개 동 가운데 6개 동은 문화예술관(의회동), 사회혁신1(신관)·사회혁신2(구관)관, 아이놀이동(민원실동), 스포츠건강동(인재채용동), 몰입경험콘텐츠존(충무시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복합단지가 조성될 때까지 버티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리스 시대와 다른 시대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제네바 선언’을 통해 여러 번 수정돼 왔으며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생들이 하는 선서로 의료인 윤리강령이기도 하다. 이 윤리강령을 어길 경우 논리적으로 비논리적인 사람들이다. 필자는 의사가 파업을 할 경우 그들의 행위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명시된 여러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각각 논리적으로 지적해본다. 첫째,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의사의 파업은 환자의 이익보다는 의사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위로 인류에 대한 봉사에 반하는 것이다. 둘째, “나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 ▲의사의 파업은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 서비스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들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셋째, “나는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할 것이다.” ▲파업은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 넷째, “나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유지할 것이다.”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의 생명에 직간접적으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경찰 기동순찰대가 실효성 문제로 폐지된 이후 수년 만에 부활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며칠 전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합동 발대식’을 가졌다. 날로 심각해지는 ‘묻지마범죄’ 등 강력범죄와 민생침해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부활한 기동순찰대의 활동은 ‘단순 순찰’에만 머물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층적 관리를 위한 일상 접촉에 기반한 시민과의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동순찰대 부활은 지난해 8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과 대낮에 무차별적으로 벌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이상 동기 범죄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다. 경기남부경찰서의 기동순찰대는 중요 사건에 대응하고 국가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 경찰, 교통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들 위주로 선발된 총 352명의 병력이 배치된다. 경찰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잇따르면서 기동순찰대의 임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찰대는 선거 유세장에서의 안전 확보 및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해 방지 등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형사기동대는 범죄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지 138일째이다. 138일 동안 쏟아부은 폭격으로 2만 9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중 6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으로 추정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비극은 하마스와의 전투는 찾아볼 수 없고, 병원, 학교, 피란민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달 26일, 집단 학살로 판결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판결을 반유대주의적 편향이라고 비난하며, 끝내 가자지구의 마지막 의료 시설과 대학교까지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도 이후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평균 5년에 한 번씩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매번 이스라엘의 영토는 점점 커지고 팔레스타인 영토는 점점 줄어든다. 전 세계 인권법 전문가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국가 창설 과정과 국가 운영 방식을 ‘정착민 식민주의’적 프로젝트로 비난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충돌도 전쟁이 아닌 인도주의적 위기, 즉 대량 학살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우리 문명은 지난 몇십 세기를 거쳐 유럽계 백인들의…
중학교 동창들이 모여있는 메신저 방이 있다. 각자 바빠지면서 예전만큼 자주 얼굴을 보진 못해도, 메신저 방에서 종종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 일상 속 힘든 일을 겪은 후 메신저 방에 올리면 모두가 입을 모아 ‘그거 다 경험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만의 유행어인 셈이다. 나는 이 말에 많은 위로를 받곤 한다. 내가 겪은 힘든 일이, 곧 경험치가 되고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발판이 된다는 말이니까. 이러한 말로 위로를 받는 것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상에 비슷한 유행어들이 도는 것을 보았다.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잖아 한잔해' 등이 있다. 위 말들의 원래 뜻이나, 출처는 잘 모르겠으나 이 말들이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 웃음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는 주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나와 친구들만의 유행어와 같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비슷한 뉘앙스의 말들이 유행어, 사자성어, 격언 등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시대에 존재해 왔다. 이런 종류의 말들이 존재해 온 이유는 당연하다. 인생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상황으로 가득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불행과 시련들이 늘 우리를 방문한다. 게다가…
우리는 예로부터 학문과 덕망이 있는 지도자를 ‘선비’라고 말하였다. 선비는 교양, 인품, 지조 등을 갖추며 도덕적 실천을 중요시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선비사상‘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가서 자신의 이념과 도학을 실천하며 일생을 살았다.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고 혼란스러울 때, 또는 자신의 뜻을 펼 수가 없다고 여길 때 선비들은 고향에 내려가 학문에 전념하면서 향촌사회의 풍속을 진작하며 제자를 양성하곤 했다. 이처럼 높은 학문을 하였지만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의 뜻을 지키며 떳떳하게 살았던 선비를 ’처사(處士)’라고 불렀다. 처사의 예로 꼽을 수 있는 이는 남명 조식(曺植) 선생이다. 남명은 16세기 지리산 근처 덕산에서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학문하며 숱한 제자를 양성했다. 퇴계 이황(李滉)과 동갑이었던 그는 “경상좌도에는 퇴계요, 경상우도에는 남명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둘은 쌍벽을 이루었다. 남명은 60세가 되었을 때 김해를 떠나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마을인 덕산으로 옮겨 왔다. 그곳 산천재에서 남명은 학문과 제자 양성에 전념하면서 국가의 안위(安危)와 고통스런 백성의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 반면에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워 기억 속에서 모조리 지우고 싶은 추억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추억도 추억 나름’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그중 하나가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를 원하는 징후(sign)가 있다. 그것이 곧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증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수치스럽거나 가슴 아픈 기억은 모두 빼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려 한다.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며, 행복했던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되찾고 아픈 현실을 조금이라고 잊으려고 한다. 아름답고 평안한 행복을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딱히 과거가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이 없어도 의도적으로라도 지나간 삶은 아주 행복했다고 여긴다. 그것은 분명 착각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무드셀라 증후군과는 달리 순교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의 기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쁜 감정만 떠올리는 징후를 말한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