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면서 새벽시간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집어드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젊은 미디어 수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1년 구독료를 받지 않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전설로 남겠지만, 지면 신문은 담길 기사량이 제한돼 기사의 질은 상대적으로 정제되었고 높았다. 정보기술은 뉴스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했지만, 싸구려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뉴스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국이 유별나다.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뉴스 이용자들은 어느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전통있는 언론사조차도 클릭수 높이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이 좋아하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뭐니뭐니해도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통령의 뉴스를 덮을 정도로 집중적 관심을 받는다. 호불호를 넘어 기사 클릭 로켓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여사 뉴스는 청년실업, 경기침체와 인플레, 코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로 인해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보면 2020년에 16%에 이르렀고, 10년 후에는 25%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서비스 수요 증가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노인 건강복지를 위한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경우 냄새, 욕창, 낙상, 와상이 없는 것과 기저귀와 신체 억제대를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노인들을 케어하는 돌봄을 지향하고 있으나 간병사나 요양보호사의 간병 수가가 도입되지 않아 돌봄 서비스 경쟁보다는 간병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과 보건 의료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가상현실(VR), 모바일 앱, 원격의료, 소프트웨어 등의 첨단기술을 결합한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돌봄의 형태를 의미하며 산업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가속화되는 고령화, 만성질환 환자 증가 속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질병 예방과 의료비 경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기업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져 가고 있으며 대기업, 통신사, 제약사들도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5월 16일 정부는 코로나 방역협력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제의했고, 6월 21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장소, 의제, 형식 등을 가리지 않는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7월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신종코로나 진원지로 대북전단지를 지목하며 대남 비방에 나섰다. 이 점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제의에 대한 답변을 북한 신종코로나 확산의 원인제공자로 남한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해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통일부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때는 늘 북한의 의도, 예상되는 반응 등 북한의 속내를 미리 예견하면서 대책을 세운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의 대북제의에 진정성이 있는가, 혹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목적의 발언은 아닌가, 우리 내부에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겠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바로 해야 핵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
우리는 영혼으로 숨 쉬며 살아야 한다. ... 생각만으로 산다면 불쌍한 존재에 불과하다. 내면의 세계는 외부 세계만큼 실제이다.... 내면의 세계에도 풍경, 형태, 가능성, 한없이 넓은 지역들이 있다. 나는 일종의 너그러움으로 충만하며,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너그럽다... 그리고 모든 존재와 하나라고 인식한다. 더 이상 이것 아니면 저것을 원하지 않으면, ‘삶’은 위대하고 선하고 매혹적이고 영원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신에게 연연하고 허둥대고 실수하면 거대하고 영원한 흐름인 삶을 놓친다. 개인적 야망이 모두 사라지고, 지식과 이해에 대한 갈증이 가라앉고, 영원의 작은 조각이 휘몰아치듯 날갯짓하며 내게로 내려오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다. 나는 그 순간들이 매우 감사하다. 요즘은 한잔의 커피도 경외감을 지니고 마셔야 한다. 매일매일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이여, 요즘은 걱정이 많은 시기입니다. 오늘 밤 눈앞에 인간이 고통받는 장면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어둠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신이여, 미리 보장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도와 내 기력이 점점 빠져나가는 걸 멈추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해지고 있습니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 결과는 평가받을 만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전 세일즈가 성공했고, 외교적 차원에서도 신(新)블록화 시대에서의 새로운 외교적 지향점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기타 수행원” 문제 때문에 이런 치적이 가려지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간인이 김건희 여사를 수행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해당 인사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것은 아니고, 민간인이지만 ‘기타 수행원’으로 순방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사기획이라는 것이 전문성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야 대통령실이 생각한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잘 아는 해당 인사가 순방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이런 설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해당 인사가 아무리 행사기획에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일반 행사와 정치적 행사는 그 근본 속성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보자. 상업 광고와 장치 광고는 그 속성이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업 광고의 경우, 광고 덕분에 해당 상품의 매출이…
학교에서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배가 자주 아프면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무덥고 습한 날씨 탓인지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살짝 맛이 가기 시작한다.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로 교실이 시끄러워지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달아 터진다. 덩달아 한 학기 동안 교실을 운영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출되고, 나 역시 화가 많아진다. 부디 무사히 남은 날들을 보내고 방학하게 해주세요- 저절로 기도가 나온다. 교실에 앉아 있는 게 힘들어서 하루하루 방학만 손꼽는 상황이지만, 가끔 열세 살의 푸릇푸릇한 여름들이 귀엽고 싱그럽다. 우리 반 아이들의 귀여운 모먼트를 떠올리며 남은 몇 주를 잘 버텨보려 한다. 아직 청소년이 아니고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청린이들의 풋풋한 순간들. 매순간이 이렇게 귀엽기만 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1. 반 친구 중에 누군가를 좋아했던 경험이 있으면 적어 보자고 했다.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모두 부끄러워해서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아직 반에서 커플이 생기지 않았고,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스페인에서 있었던 나토(NATO) 정상회의에 대해서 타임지는 지난 10년간의 국제회의 중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북대서양의 유럽국가들 군사 동맹체인 나토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것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거나, 쏟아지는 뒷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나토가 군사방어의 영역을 태평양으로까지 확대하고 그 방어의 대상도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명백하게 한 회의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로운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을 재현한 신냉전 시대(new-cold war)의 개막을 알린 회의였다는 것이다. 1945년 2차대전이 종결되면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이념대립이라는 냉전이 시작되었다. 냉전의 주역인 미국과 소련은 직접 전쟁하지는 않았지만 두 국가의 대리전쟁은 지구상 곳곳에서 치러졌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체제 우월을 주장하는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들이었다. 우리의 6.25 참변이 대표적인 전쟁이었다. 그러나 1989년 독일 베를린장벽이 기적처럼 무너지면서 냉전은 종식되었고 강대국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미국 유일의 슈퍼 파워로서 절대적 패권이 인정되는 국제질서가 지속되는 듯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이…
자신의 허물을 알고 있는 자만이 남의 허물에 너그럽다. 아들딸들아! 만약 누군가가 너희를 모욕하는 말을 하거든, 아랑곳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러나 만약 너희가 남을 모욕하는 말을 하였다면 “우리가 못할 말이라도 했단 말이냐?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된다.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며, 너희들 자신의 기도나 친구의 중재에 의해 너희가 모욕한 자와 완전한 화해를 이룰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탈무드)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조용하다. 모욕을 당했을 때 몹시 흥분하는 사람의 마음은 강이 아닌 웅덩이다. 우리는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자. 살이 타서 재가 되기 전에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자. (사디)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침묵이다. 우리가 대답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욕으로 모욕을 갚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 평온한 얼굴로 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이미 상대방을 극복한 것이다. 마호메트와 알리는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
불멸의 작가 기 드 모파쌍(Guy de Maupassant). 그 역시 천재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의 부르심은 너무도 빨랐다. 그가 생을 마감한 건 서른일곱 살 청춘. 하지만 100년을 살다 간 사람을 무색게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첫 성공작 ‘비곗덩어리’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여자의 일생’, 그리고 파리의 불쌍하고 추잡함을 고발하는 ‘롱돌 자매’ 등 주옥같은 소설을 300편 넘게 썼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의 대화, 시선을 섬세하고 애잔하게 표현했다. 이런 모파쌍의 탄생지는 특이하다. 그는 미로메닐 성(Château de Miromesnil)에서 태어났다. 노르망디 페깡(Fécamp)에 있는 이 성은 18세기 프랑스 법무재상이었던 미로메닐 공작의 소유였다. 백성을 사랑한 미로메닐 공작은 죽으면서 이 성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모파쌍의 부모는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던 페깡시장과 주임신부에게 부탁해 이 성을 빌렸고 거기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어린 모파쌍은 지극히 평범했다. 말이 없고 페깡의 바다와 항구, 선원들을 무척 좋아했다. 스포츠광에 자유를 만끽한 행복한 아이였다. 그가 페깡을 떠난 건 스무 살 때
이즈음 강남 좌파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계층을 일컫는 이 말은 전통적 계급이론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생산수단을 둘러싼 제 관계인 계급이론에 따르면 강남 좌파는 그저 소(쁘띠)부르조아일 뿐이다. 강남 좌파는 형용 모순의 조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남 좌파란 말이 언론이나 담론 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강남 좌파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서 일까? 아니면 그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해서 일까? 말이 새롭게 태어나고 사멸하는 것은 역동적 인간 삶에 있어 자연스런 일일 터이다. 하지만 강남 좌파의 사멸을 인과 관계적으로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담론 장에서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브라만 좌파란 말이 주목을 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한 브라만은 중세 유럽의 3신분(전사·사제·평민) 사회에서 제2 신분인 사제를 뜻한다. 이런 브라만은 현대 사회에 있어 종교지도자뿐만 아니라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교수 등 지식인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브라만 좌파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브라만에 속하면서도 우파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