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삶의 중심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만들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노동 없는 노동자’라는 새로운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 일할 능력도, 의지도 있지만 노동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 실업은 단지 소득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적 소속의 상실을 의미한다. 20세기 후반, 특히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량 실업은 경기 침체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실업은 더 구조적인 차원을 갖는다. 자동화, 디지털화, 아웃소싱은 일자리를 줄이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은 점차 사라진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지만, 더 적은 수의 일만이 존재하는 기이한 역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을 사회로부터 고립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노동은 경제적 행위 이전에 사회적 관계다. 일터는 단지 임금을 벌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고 존재를 인정받는 공간이다. 실업이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경제적 곤궁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쓸모없다’는 낙인을 내면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존감의 파괴이며, 삶의 동력을 잃는 계기가 된다. 더욱이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2024년 18만 8466필지였다. 면적 기준으로는 2억 6790만㎡로, 서울 여의도(290만㎡)의 92배 규모다. 2020년 15만 7489필지였는데 34년 만에 무려 19.6%나 증가한 것이다. 면적 기준으로는 2억 6790만㎡로, 서울 여의도(290만㎡)의 92배 규모에 달했다.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 부동산 거래 허가 건수는 총 3756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3055건(81.3%), 미국인 408건(10.9%), 캐나다인 90건(2.4%)으로 중국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거래 목적은 실거주가 3523건(93.8%), 임대용 105건(2.8%), 농업용 69건(1.8%)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 이상 거래를 선별 조사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는 집값을 끌어올려 서민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한국 땅 쇼핑’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외국인 부동산 거래 가운데 중국인이 81.3%나 되는데다 중국인의 위법 의심 거래 역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2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시작하는 검은 유혹에 넘어간 젊은이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착착 죽음의 터널에 갇혀 들고 있다. 일단 납치 형태로 인신을 감금하여 불법적 업무를 강제하거나 심지어는 장기 적출 방식으로 살해하는 참극마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올해 들어 한국인을 노린 취업사기·납치·구금 사건이 330건 이상 접수된 캄보디아가 문제다. 동남아에 산재한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비상조치 등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단장으로 이끄는 정부의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경찰청,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함께 도착한 대응팀은 일단 현지 당국의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61명의 송환 계획을 우선 협의하기 위해 캄보디아 고위급 관계자와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국인부터 국내로 데려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수익 해외 일자리’ 사기를 당한 한국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뒤 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캄보디아에서 가족이 실종·납치·감금된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는 이달 들어서도 경기 성남, 부산, 경남, 충북, 대
2025년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는 '전환점'에 놓여 있으며,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과거의 교류·협력 시대를 넘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전환이 공고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정책 전반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남북을 현실적으로 두 개의 국가로 보는 시각이 국내외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여론 역시 이 흐름에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정책 기조의 근본적 변화: 북한은 2024년 초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며, 남한을 더 이상 통일의 파트너가 아닌 '제1의 적대국'이자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이는 헌법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삭제하고 남북 간 모든 교류협력의 상징을 철거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 군사적 위협의 지속: 북한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역내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 대러시아 및 대중국 밀착 강화: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군사·경제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역량 강화에 기여할…
추석 연휴,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가을 풍경을 만끽하러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국내에 머문 사람들은 황금 휴가를 지리 하게 보내야 했다. 몇 년 전 의왕으로 이사 온 이래 학의천의 징검다리가 물속에 잠긴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넘실거리는 물로 돌다리를 한 번도 건너지 못했다. 콸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청계천 길을 걷노라면 베네치아가 자연스레 연상되며 들뜬 기분도 든다. 그러다 문득 ‘이 비로 올 가을 농사는 무사할까? 배추밭이 누렇게 주저앉을 텐데’라는 걱정이 앞선다. 어린시절 장마로 배추밭이 누렇게 주저앉으면 이웃집 농부들이 탄식하던 걸 자주 봤다. ‘하느님 그만 비를 멈추시고 쨍쨍한 햇살을 비추소서. 가을 곡식을 잘 야물게 하소서.’ 근엄해지던 찰나 지구촌 저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알바(Alba) 지역에서 진귀한 하이트 트러플을 수확했다는 뉴스다. 은은한 향이 특징인 이 희귀한 버섯은 마늘 향과 단맛이 깃들어 있다. 식품 중 가장 비싼 이 버섯의 가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은 850g에 7만 5천유로(1억 2500만 원)였다. 피에몬테(알바 랑게,…
저 남미의 콜롬비아 메데진 사람이다. 1949년생이 1993년에 죽었으니 명이 짧았다. 지구상 최악의 범죄자였다. 정치권력과 사법부, 경찰 등 공권력도 모두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3~4년이 특히 절정의 전성기였다. 미국에 들어가는 코카인의 80%가 그가 보낸 것이었다. 마약사업자였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그는 하루에 7천만 달러, 1년에 28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포브스지는 당시 그가 세계 7위의 부자라고 발표했다. 어느날, 어린 아들이 춥다고 하자, 100달러 돈뭉치를 밤세워 난로에 집어넣어 실내의 온도를 높였다. 그렇게 하루 저녁에 태운 돈은 20억원이 넘었다. 그는 돈을 내놓으면 살려주고, 아니면 죽이는 '강도들의 원칙'을 응용했다. 경찰이든 정치인이든, 판사든 그 누구든, 자신의 돈(뇌물)을 받아먹으면 살려주어 노예 삼고, 받지 않으면 죽였다. 그 숫자는 5000명에 이른다. 당시 콜롬비아 경찰의 월급은 20달러였다. 뇌물은 기본이 2만불이었으니 월급의 1000배였다. 파블로는 항공기, 선박, 잠수함 등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마약을 운송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King-pin Act’라는 ‘대마약왕 단속조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일제에 의한 한일 강제 병합에 앞정 선 ‘큰 공로’로 1910년 10월 일본으로부터 후작 지위를 받았다. 이는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였다. 이완용 등의 주도로 설립된 친일단체인 불교옹호회의 고문을 맡았고, 1928년엔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한 공으로 쇼와대례기념장도 받았다. 이완용·송병준·이근택 등과 함께 대표적인 친일 매국노 중의 한 명이다. ‘내선일체에 큰 공적’이란 글도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1942년 5월 30일자)에 썼다. ‘미나미 지로 총독은 작임 이래 내선일체의 실현을 시정의 큰 방침으로 하여 침식을 잊고 조선 통치에 다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특히 지원병 제도와 징병제도는 글자 그대로 총독이 조선 동포로 하여금 충성한 황국신민이 되어 대동아공영권의 지도자가 되게 하자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나온 선정으로서 감사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일제의 전쟁터로 끌고 간 강제 징병을 ‘어버이의 마음’으로 여겨 ‘감사’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친일파인 자다. 2005년 1월 공포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에 근거해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고 위원회는 이해승을…
절기는 농경사회에서 삶의 리듬이자 지혜의 근간이었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업을 조절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음력 9월 9일, 숫자 9가 두 번 겹치는 이날은 '중양절(重陽節)'이라 불리며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동양 철학에서 홀수는 양(陽)을 뜻하고, 그중 가장 큰 수 9가 겹치는 날은 양기가 극에 달하는 날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나친 양은 재앙을 부른다’는 믿음에서, 이를 제어하고 장수를 기원하는 풍속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풍속이 바로 ‘등고(登高)’, 즉 높은 곳에 오르는 행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날 산을 오르며 잡귀를 물리치고 몸과 마음의 맑음을 되찾고자 했다. 가을 경치를 감상하며 시를 짓기도 하고, 수유(茱萸) 나뭇잎을 담은 주머니를 지니는 풍습도 있었다. 수유는 독을 풀고 재앙을 막는 약초로 알려졌으며,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한 도인이 제자에게 “9월 9일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고 수유 주머니를 지니라”고 권했고, 이를 따른 가족은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민간 신앙과 결합해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중양절은 절기상 ‘한로(寒露)’와 겹친다. 찬 이슬이 내리고, 국화가 절정에 이르며,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