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대에 쌓여있는 설거지를 뒤적이며 말라붙은 하루를 씻어낸다. 날아오르다 뚝 끊어진 연줄처럼 팽팽히 감아 도는 피곤을 헹구어낸다. 잘 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전기난로 하나 끼고 오들오들 떨던 하루가 어깨 통증으로 밀려온다. 왼종일 집에 있으면서 설거지라도 좀 하고 빨래라도 좀 해 널지 그냥 뒹굴 거리기만 한다는 핀잔에 취업이 마음만큼 안 된다며 오히려 짜증내는 아이의 앙칼진 음성이 수돗물 소리에 지워진다. 출근 전에 설거지며 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해 보면 개수대에는 프라이팬이며 라면 끓여 먹은 냄비 그리고 식탁에 그대로 있는 김치 그릇….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가족들이 틈나는 대로 집에 와서 식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늦은 시간 귀가해서 그 모습을 보면 저녁 준비할 마음보다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서둘러 밥을 안치고 찌개를 올려놓고 설거지를 한다. 마음이 요동치다 보니 그릇 부딪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릇의 여러 층에서 놓쳐버린 삶의 이야기들이 덕지덕지 떼어져 나오고 미처 닦아내지 못한 하루가 얼룩으로 남는다. 아무리 닦아내도 되살아나지 않는 윤기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고슴도
국내 최대의 장애인동계스포츠종합대회인 제1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오는 9일부터 4일간 강원도 평창과 서울 노원구, 경기도 동두천시 등에서 분산개최된다.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세종시를 포함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754명(선수 376명, 임원 및 관계자 378명)의 선수단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도는 종합우승 3연패에 도전한다. 경기도는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이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채택된 가운데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빙상, 휠체어컬링, 아이스슬레지하키, 바이애슬론 등 6개 종목에 98명(선수 54명, 임원 및 관계자 4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경기도가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9년 제6회 대회때다. 그러나 경기도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그후 3년 동안 입상권에 조차 들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취약종목인 스키종목을 강화하기 위해 스키 시즌 집중적인 합숙훈련과 유망주 발굴로 장애인 스키 선수들을 육성하고 타 시·도에서 뛰던 우수선수를 영입하며 2013년 제10회 대회에서 정상을 탈환한 이후 2년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하며 체육웅도의 면모를 유지했다. 올해도 경기도는 장애인동계
도시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생선 ‘간재미’. 가오리 사촌이다. 가오리 중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지칭하는 간재미는 사계절 잡힌다. 그러나 요즘 잡히는 겨울 간재미를 최고로 친다. 그것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월부터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며 뼈도 단단해져 특유의 오독오독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음력 설 무렵 입맛 돋우는 겨울 제철 별미인 간재미는 생으로 무쳐 먹어야 제 맛이다. 또 생으로 무쳐 먹는 이유가 있다. 간재미는 간혹 오해(?)를 사는 생선이다. 가오리목의 또 다른 생선 ‘홍어 새끼’니, ‘작은 가오리’라고 불러서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홍어는 상온에 두면 피부에 쌓여 있는 요소가 암모니아 발효를 일으켜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홍어는 그 덕에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간재미는 안 그렇다. 상온에 두어도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오래 두면 상할 뿐이다. 발효가 워낙 적게 일어나 가끔 말린 것에서 큼큼한 발효향이 날뿐이다. 간재미를 삭혀 먹지 않고 대부분 생으로 먹는 이유 중 하나다. 사투리로 ‘갱개미’라고 부르는 당진이나 서산 등 충남 일대 해안 포구엔 간재미 회무침 간판이 내걸린 식당들이 요즘 성시를 이룬다. 이
동태찌개를 먹는 저녁(부분) /서정임 누군가 주방을 향해 목을 세웠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겨! -근데 이 집 동태는 어디 산이래요? 우리를 바라본 주방 아줌마의 대답이 명쾌했다 -요즘 어디 산이 어딨어요, 우리 집 거는 글로벌이예요. 모두가 떠먹는 동태찌개가 시원했다 몇 순배의 술이 돌고 어느 사이 우리 마음이 태평양처럼 되어 있었다 바글바글 끓는 찌개가 크고 작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 누구도 원산지를 따지지 않았다 글로벌의 저녁이 환했다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자리가 꽉 찬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기다려도 나올 줄 모른다. 앞에 놓인 수저를 만지작거리거나 맹물을 홀짝거린다. “근데 이 집 동태는 어디 산이래요?” 까칠한 질문에 “우리 집 거는 글로벌이에요.” 주방 아줌마의 호쾌한 대답에 모두들 폭소를 터트린다. 그 한 마디에 날카로운 감정의 찌꺼기들은 사라지고 흥겨운 대화가 오간다. 그 사이에 나온 동태찌개는 어느 때보다 시원하다. 바글바글 끓는 소리 따라 동태잡이 배에 타고 태평양 파도의 리듬을 타고 있다. /신명옥 시인
인천보훈지청장 박 노 진 대한민국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 세계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다. 평상시에 잊고 지내지만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 우리에게 정전의 위험성이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각인시킨다.그러나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 연초부터 남과 북의 당국자들은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하며 막혀있던 남북화해의 물꼬가 터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대한민국의 현재를 만드는 데 희생했던,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역사속에서도 존중해야 할 분들이 있다.그들은 돌아가신 ‘순국선열’로, 그리고 살아계신 국가유공자들로 우리들 삶에서 공존하고 있다.‘광복 70주년 진정한 의미찾기에 국가 보훈부터 의미를 되살리자’고 말하는 박노진(사진) 인천보훈지청장을 만나봤다. 박 지청장이 올해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인천에서 시급한 보훈정책을 통한 시민들의 안보의식 함양’이다.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유공자들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전진이 가능했다. 과거로 돌아가보면 국가보훈처는 유공자들의 명예로운 삶을 위해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시작했다. 박 지청장은 “보훈처는 유공
국가산업단지 ‘파주출판도시’서 출발 출판·인쇄·디자인·출판유통 ‘한 곳에’ 문화공연·전시 공존 다른 산단과 구별 심학산 둘레길·탄현면 살래길 등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조성 고구려-백제 ‘백년전쟁’의 무대였던 오두산성에 오두산통일전망대 우뚝 임진강 너머 북한 황해도 볼 수 있어 6코스 출판도시길 (파주출판도시~성동사거리)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걷는 경기 최북단 트레킹 코스인 평화누리길 6~9코스는 파주시를 관통하게 된다. 전체 코스는 61㎞에 소요시간은 코스별 3시간에서 6시간 정도로 17시간 20분 정도다. 평화누리길 6~9코스가 펼쳐지는 파주시는 조선 광해군 때 기운이 쇠한 한양땅을 버리고 파주의 교하(交河)로 도읍을 옮기자는 교하천도론(交河遷都論)이 제기되 길지(吉地)로 주목받기도 했다. 또 선현들이 즐겨찾던 풍류지중 하나인데다 음택이 성한 자리로 유명해 공·순영릉, 율곡 이이, 윤관을 비롯한 이름난 이들, 이름 없는 민초들의 묘택이 많다. 현재는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충다. 특히 장단군·개풍군 등 북녘땅과 접하고 있는 최전방지로 통일을 대비한 남북교류의 중심지로 부각,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임진각·판문점 등 분단의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뜨거움 그리고 새로움과 어울림을 일구어 내는 ‘학습등대’가 화제다. 마을 곳곳이 배움터 학교가 되고,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서로 서로 가르치고 서로 서로 배우는 학습의 등대, 너와 나를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학습등대가 바다도 없는 마을에 속속 들어서고 있음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랬다. 남양주는 바야흐로 마을이 온통 학습등대로 변신 중이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실과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마저 속속 학습등대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언제나 원하는 배움을 만나고 있었다. 톡톡 튀는 살아있는 다양한 주민 맞춤형 학습프로그램들이 신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온 마을이 학교로 화하는 거대한 신화가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학습등대는 마을 단위 유휴공간을 마을학습관으로 지정하고 주민참여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성장을 일궈내어 도시 전체를 학습생태계로 조성하는 중심체다. 마을 주민 누구나 모르는 이가 없다. 그들은 아주 자랑스럽게 마치 학습등대 홍보대사라도 된 양 ‘1-2-3 학습등대’를 신나서 외친다. 1-2-3 이란 누구나 10분 내에 마을의 학습등대
어린 아이들이 우는 것은 자기를 봐 달라는 의사 표현인데, 말을 시작하면 자연히 우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어릴 때 남녀 간 우는 횟수에는 차이가 없지만, 10대 이후에는 남자들의 우는 횟수가 훨씬 줄어든다고도 한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베흐트’는 2006년에 30개국의 대학생 2천323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평균 몇 차례나 우는가’라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남자는 한 달에 평균 1.0회를 울고 여자는 2.7회를 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나라마다 약간씩 달라 미국 남자들은 1.9회, 여자들은 3.5회를 울고, 중국 남자들은 0.4회, 여자들은 1.4회 운다고 답했다. 그리고 30개국 모든 나라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우는 횟수가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여자가 눈물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여성이 울며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은 문화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슬픔에 대해 연상시키고 뇌 영상을 찍어 분석했더니 남성보다 여성의 대뇌 변연계가 훨씬 더 감정을 넓게 활성화시켰다는 것이다. 울음이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의지대로 멈출 수 없다고 한다. 평균 6분은 지나야 울음을 멈출 수 있다는…
우는 여자 /김석일 염천, 개가 봐도 개 같은 날 애지중지 의지하며 기르던 멍멍이 단발마 비명이 들린 후 맞는 게 차라리 낫다던 그녀가 때리는 사내의 악귀 같은 얼굴을 기어이 지게 작대기로 내리쳤다 버둥대는 피투성이 사내보다 때린 여자의 가슴이 더 아픈지 여자는 왼 종일 떨며 울었다 그 누구도 여자의 울음을 말리지 않았다 -김석일 시집『평택항』/북인 나 어릴 적 옆집에서도 매일 사내에게 맞고 사는 여자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선 흔치 않았던 일들이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꽤 흔했던 게 사실이다. 농촌에서 도시 변두리로 거처를 옳긴 사람들, 사회적응이 힘들었던 사내들과 돈이 생활수단의 전부였던 도시 생활이 빚은 삶의 부조리가 아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아니면 情으로 사는 것인지 그 집구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맞으면서도 백년해로했다. 구석으로 몰린 쥐는 결국 고양이를 문다. 매 맞을 때마다 개의 위로를 받았던 여자는 삶의 의지처인 개의 죽음으로 드디어 이성을 잃고 만다. 여자의 멈추지 않는 울음, 울음의 여운은 참 길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