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모건 프리먼이 만델라 역으로 나온 영화다. 이 영화에서 프리먼은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 내 영혼의 선장은 바로 나 자신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영화에서 프리먼은 고난의 순간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를 읊조렸다. 라틴어인 이 말은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흑인 대통령으로 선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팀의 경기에서 자국의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에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하고,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제안한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경기에서 스프링복스는 우승하고 만다. 만델라는 영화처럼 인생을 살았고 명화 속 감동으로 전
잠시 진실을 감추고 남을 속이는 것이 자기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차츰 주변으로부터 신뢰가 무너져 나중에는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 茶山(다산)은 세상에 속일게 하나 있는데(唯有一物可欺), 그것은 입이라고 하였다(卽自己口吻). 입이란 인간의 욕망을 집어넣은 문이다. 입에 맞는 것만 먹고 싶어 하고 입이 당기는 것만 먹으면 결국 육체는 병들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먹더라도 입에는 진수성찬이 들어가는 것처럼 속이고 물을 마시면서도 달디 단 꿀물이라고 속일 수 있다면 입을 통한 인간의 욕망을 자제할 수가 있으리라는 다산의 가르침이다. 채근담에는 입맛에 맞는 음식은 전부 창자를 녹이고 뼈를 썩히는 독약이니(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 반쯤 먹어야 재앙이 없고(五分便無殃), 마음에 유쾌한 일은 전부 몸을 망치고 덕을 해치는 매개물이니(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 반쯤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五分便無悔)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22일 오전 조병돈 이천시장과 시민의 대화가 열린 이천시 설성면주민자치학습센터. 2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찬 가운데 5척 단구의 조 시장이 시민들과 마주 앉았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딱딱하던 기존 시민과의 대화에서 탈피,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간단한 다과상이 차려진 테이블엔 빨간 장미꽃, 안개꽃이 담긴 꽃병 30여개가 놓여 있었다. 빨간 장미꽃 사이로 시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풀뿌리 수장, 그리고 이를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이천시민들. 시장은 그동안 시정감시와 견제역할, 그리고 국·도비를 따내는 데 일조한 시·도의원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고, 시민들은 지난 한해 동안 시 발전에 불철주야 애쓴 시장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규격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한 시민이 과속방지턱 설치 규정까지 제시하며 조목조목 지적하자, 조 시장은 “연구를 많이 하셨네요. 발언하신 분께서 건설과장을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조크를 던져 행사장은 이내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러면서 시민 입장에서 해당 부서장에게 요모조모 따
/李白이백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넝쿨사이에 술 한 동이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따라주는 친구도 없이 홀로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에게도 권하니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까지 세 사람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이야 술 마실 줄 모르거늘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만 부질없이 날 따라 다닌다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 벗되어 노니나니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이 봄이 가기 전에 즐겨나 볼까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 노래 소리에 밝은 달 서성이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 춤 그림자 어지러워 일렁인다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취하기 전 우리 함께 즐거움 나눴지만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후엔 각기 흩어져 헤어질지니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주고받은 정 없어도 맺은 인연 영원하여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보겠네 -출처 이백시선(민음사/이병한 역주 1975), 이백시선(문이재/신하윤 편저 2002)등 참고 꽃그늘 아래 술 한 동이가 잘 익어 향기로운데 달까지 밝아 그림자 또렷이 눈을 떠온다. 술과 달의 시인 이태백이다. 웬만한 지경에선 홀로 마시다 홀로 술자리를…
최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많은 분들이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기초연금을 제대로 못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노후를 생각해서 잘 준비하던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제도 시행 초기인 1988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아마도 시행 초기에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현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실시하고자 하는 기초연금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제도 시행에 따른 수혜정도를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여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금 정책의 기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득활동을 통해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분들과 그렇지 못한 분들에 대한 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전자는 국민연금제도이고, 후자는 기초노령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소득활동 기간 중 가입자 개인의 가입기간과 월 평균소득에 비례해서 연금액을 지급하되 월 지급액의 50% 정도는 균등부분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지급하는 급여(A값)로 현재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성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생계형 범죄와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이 높다. 특히 성범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2009년 1만215건이던 강간과 강제추행은 2013년 2만2천342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물론 피해여성들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접수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실제 성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력상 한계가 있는 경찰이 선택한 해결책은 바로 CCTV 설치 확대이다. 실제로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각 지자체와 경찰은 CCTV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크게 늘어난 CCTV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앞 다퉈 CCTV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CCTV 통합관제센터는 설치는 물론 운영 인력과 시설 관리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역 치안 상황과 지자체의 예산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안전행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79개 통합관제센터가 관리하는 CCTV는 총 5만6천여대이지만 인력은 1천700여명에 불과해 2교대 시 1명이 60대가 넘는 CCTV를 관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음력 섣달 하순으로 접어드는 요즘, 추위가 기승이다. 대한(大寒)을 갓 지낸 계절 탓도 있지만 겨울의 정점을 과시하는 동장군의 심술이기도 하다. 해서 온도계는 지레 겁을 먹고 좀처럼 붉은 눈금을 올리지 못한다. 설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설레는 날. 그래서 ‘설날’이라 부른다는 명절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이맘때쯤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듯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마음은 어느덧 살 냄새, 물 냄새 뜨뜻하게 뒤섞이던 시절의 읍내 목욕탕으로 들어선다. 설을 앞둔 목욕탕은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꼭 한번은 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60~70년대 그 시절 집에 온수가 나오지 않고 목욕탕이 없는 탓도 있었지만 깨끗한 몸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조상을 모셔야 한다는 아버지의 지론이 삼형제와 함께 네 부자(父子)의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하곤 했다. 집이 읍내와 떨어져 있었던 관계로 목욕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서둘렀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 목욕탕에 가야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며 발길을 재촉하시는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막내에게 어머니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으셨다. &l
눈이 오셨다. 내리는 눈을 보고 기뻐하면 청춘이요, 걱정하면 노년이라 했다. 어느 쪽인가, 스스로 되묻는다. 눈을 보면 생각나는 두 가지. 그 첫 번째는 이 시(詩)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 걸어갈 때/어지러이 밟지 마라/오늘 내가 걸었던 길을/반드시 뒷사람이 따를지니.’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다는 서산대사의 가르침이다. 해마다 1월이면 살아온 발자국을 뒤돌아본다. 앞길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김없이 어지럽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은 늘 정수리를 친다. 모골(毛骨)이 송연하다. 이래서야 후배들이 따라오는 것은 고사하고 제 고깃덩어리 하나 제대로 끌고가지 못할 형상이다. 영혼의 결이 빛나기는커녕, 주름마다 때뭉치다. 하지만 신발끈을 다시 묶는다. 비록 ‘눈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은’ 맹인부부가수처럼 지난 생(生)은 어지러웠으나 남은 삶은 길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반성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품목이므로. 또 하나는 시실리아 출신의 샹송가수 아다모(Adamo)의 ‘눈이…
/이미산 기억된다는 것 열 손가락 동시에 폈다 오므리는 것 우연히 살아나는 미세한 진동 같은 것 충만으로 달려가는 귀향 같은 것 마음 둘둘 에워싸는 철부지 풍경 같은 것 책의 행간에 누워 있는 오래된 애인처럼 꽃무늬 몸빼 바지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한 눈길처럼 내 안의 깊은 숲속 종일 햇빛 쪽으로 따라 도는 기억된다는 것 안녕, 누군가 손끝 살짝 건드려 준다면 화르르 삭은 뼈로 깨어나는 눈먼 기다림 같은 것 -- 이미산 시집 『아홉시뉴스가 있는 풍경』/한국문연 미모사는 손끝만 닿아도 잎을 황급히 오므리는 성질을 가졌다. 풍선처럼 차 오른 달뜬 감정, 애인의 손끝만 닿아도 살 떨리는 오르가즘. 격해지는 감정을 삭이며 은근히 움켜쥐는 주먹. 어떤 이유에선지 항상 벗어나지 못하는 긴장 상태. 아니 약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그 어떤 포즈도 미모사의 감정을 모르므로 단정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억된다는 것’이다. 열거한 모든 것은 유전적이든 상처의 재생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의 작용들이다. 기억은 하나의 단서를 잡고 표면장력처럼 응집한다. 시인도 자신 안의 무의식을 깨워 미모사처럼 기억을 움켜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