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기업공개 정책에 따라 상장회사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증시규모가 확대되는 금융시장의 성장기였다. 주식시장은 투자수단으로 각광을 받았고, 굳이 투자분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투자하면 쉽게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종목 분석의 필요도 없이 업종별로 오르면 모두 오르고 내리면 모두 내리니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만 가도 되는 시대였다. 신주 발행을 하고 남은 실권주는 보통주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배당받고 연말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었으니 활황장세였던 당시로는 큰 수익기회를 주는 황금알로 통했다. 그러나 시장이 안정기에 진입한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정책기조가 정부주도형에서 시장주도형으로 바뀌자 종목별 차별화가 시작되었다. 부실 상장기업이 부도 날 상황이면 이전에는 정부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나 이때부터 퇴출되는 곳이 늘어났다. 정보부재로 저조한 청약률에도 고수익을 가져다주었던 실권주가 이때부터 대기표까지 받으며 하루 종일 기다려 1억원을 청약해 봐야 엄청난 청약 경쟁률로 인해 겨우 몇 주를 받아 여비정도 충당할 정도의 수익이 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후
가을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울긋불긋한 단풍, 노오란 은행잎, 풍성한 먹거리들만 떠오른다면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야구다. 봄과 여름의 치열한 정규시즌이 끝나고 이제 최고의 팀을 가리기 위한 가을야구. 올해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이 코리안시리즈에 올랐다. 원정경기인 대구구장에서 2연승 후 잠실에서 1패를 했지만 야구팬들의 열기는 더욱 뜨겁다. 더군다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의 활약은 온 국민의 가을야구 열기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야구에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9회 말 2아웃은 경기가 끝나기 바로 직전의 상태이다. 이때라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면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올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의 넥센 박병호 선수의 동점 3점 홈런이 위 말의 진수를 보여준 하나의 예이다. 실제로 우리주변에는 9회 말 투아웃의 위기에 있는 아이들이 많다. 바로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이다. 피해학생들에 대한 도움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조건이지만, 사실 가해학생들도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가 이런 위기에
외가 /유형진 솜사탕 기계에서 설탕 실이 풀어져 나무 막대에 모이듯 손주, 증손주들이 외할머니 집 툇마루에 모인다. ‘달리아’와 ‘백일홍’과 ‘맨드라미’가 성한 계절. ‘토실’, ‘토돌’이란 이름의 붉은 눈 흰토기들이 함께한 가족 캠프에 가겟집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은 소복한 외할머니 흰 머리카락. 손주, 증손주들 다 떠난 여름밤의 툇마루엔 음력 칠월 보름달 혼자 월식을 하고 솜사탕은 너무 금방 녹는다. -유형진 시집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민음사 핵가족화 이후 모계사회로 가는 것일까? 요즘은 친가보다는 외가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지역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고모보다는 이모와, 삼촌보다는 외삼촌과 훨씬 친밀하다. 왠지 친가 쪽 모임은 윤활유가 덜 쳐진 바퀴처럼 삐거덕거린다. 매끄럽지도 유쾌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꼭 참석할 때 아니면 친가 모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못 봐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어쩜 나의 책임소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 외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머니의 무심함으로 당연히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었다. 시큼하면서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스파게티를 젓가락으로 국수 먹듯 한 입 가득 먹었다. 혀가 느끼는 맛을 뒤로하고 볼이 터지도록 꾸역꾸역 밀어 먹었다. 스파게티는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포크로 돌돌 말아 천천히 맛을 음미해 가면서 먹어야 한다는 핀잔을 무시한 채 그냥 내 맘대로 먹었다.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어떤 맛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이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입에 안 맞으면 그만 먹으라는 딸애를 쳐다보면서 차마 수저를 놓을 수가 없어 먹고 또 먹었다. 맛이 어떠냐고 묻는 아이에게 스파게티를 많이 먹어보지 않아서 어떤 맛이 진짜 맛인지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아이의 작품이다. 며칠째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겠다고 벼르더니 시장을 보고 한참을 주방에서 뚝딱거린다. 인스턴트가 아닌 정통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온갖 정성을 들여 맛깔스럽게 내놓은 요리다. 겉보기엔 먹음직스럽게 차려놓은 식탁이었지만 막상 한 입 먹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큼털털하고 느끼하고 양파는 어석거린다. 스파게티 한 번 먹고 콜라 한 모금 마시면서 최대한 행복하고 맛있는 표정으로…
최근 문화융성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도 문화융성과 관련된 일정이 어김없이 포함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문화융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높다는 홍보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한 내용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내달 2일부터 시작될 서유럽 순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드라마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문화융성 의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직접 나서는 역할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문화융성은 창조 경제와 함께 국정기조 중 하나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다. 그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은 앞서 해외 순방 중에도 현지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적극 참석하면서 문화융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방문 중 ‘동맹60주년 기념만찬’ 행사가 열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 문화예술을 소개한 것을 비롯해 중국 방문 시에는 ‘K-팝 한·중 우정 콘서트’ 현장을 방문했고, 진시황 병마용을 관람하면서 양국 간 문화교
삼국지와 바둑.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친구가 어린 시절부터 옆에 끼고 살았던 애물(愛物)이다. 젊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품목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둑을 멀리했던 나는 그 친구의 바둑사랑이 조금은 의아했다. 그러나 삼국지는 달랐다. 박종화에서 장정일까지 적어도 한 쪽 정도는 눈요기를 한 터라 제법 대화가 됐다. 술잔에 달이 내려와 앉을 때까지 삼국지를 둘러싼 둘만의 이야기는 깊어갔다. 그 친구와의 공통점은 유비, 조조, 손권 등이 벌이는 정규전보다 번외전(番外戰)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다. 하기야 역사도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가 주는 재미가 훨씬 더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유독 여포와 동탁, 동탁과 여포의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는 ‘정치 한번 제대로 하겠다’는 입지를 세운 지 이미 오래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 같은 범부(凡夫)는 왜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맞장구를 쳤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설마, 왕윤이 여포와 동탁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쓴 미인계의 주인공, 초선 때문이었을까. 각설하고. 그 친구와의 이야기는 이렇게 모아졌다.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것은 의리(義理)이지 의리(義利)가 아니다. 의로운…
인천에서 개최된 제94회 전국체전이 24일 막을 내렸다. 먼저 행사를 치르느라 고생한 인천시와 체육관계자, 그리고 참가 선수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 전국체전에는 전국 17개 시·도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7개국 해외동포 선수단을 포함해 3만여명이 참가한 대한민국 최대 체육축제였다. 상대방을 이겨야 메달을 딸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지만 한편으론 체육인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축제였다. 이번 체전에서는 예상대로 경기도가 1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인천은 비록 당초 목표 2위를 달성하지 못하고 3위를 차지했지만 신예 유망주 발굴이란 더 큰 성과를 얻었다. 물론 어느 행사나 만점짜리가 있을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번 대회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보(28일자 1면)에 보도된 대로 인천시는 이번 전국체전을 개최하면서 운영 허점, 준비 소홀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곳곳에서 숙박비 시비가 발생했다. 평일 3만~4만원인 모텔의 경우 체전 선수단에게 7만~8만원 바가지요금을 받기도 했다. 신설된 경기장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관람객의 불편을 초래했는데 심지어 인천시
퀵 서비스 /장경린 봄이 오면 제비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벌정 난 고양이를 담장 위에 덤으로 얹어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은 산모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순으로 잘 정돈해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드리겠습니다 -- 장경린, 『토종닭 연구소 』문학과 지성사 2005 지루하고 긴 장마가 끝난 뒤 여름은 혹독하게 뜨거웠다. 바삭바삭 마른 햇살은 대지를 달구고 사람들은 폭염 속을 간신히 지나왔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느니 그저 지구별의 기온 변화로 약간의 온도가 높아졌다가 다시 냉각기로 간다느니…. 올해는 북극의 빙하가 60%나 증가했단다. 먼 동토의 나라 그린란드 순박한 농부는 그랬다. 기후는 오래 전부터 그렇게 변화했었다고. 아무튼 우리 곁의 계절은 어김없이 또 옷을 갈아입었다. 길이 자동차로 붐빈다.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들이 인사를 대신하거나 미리 안부 인사를 건네는
국내 국지의 대기업 가전제품 판매장들의 불법 광고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보도다. 경기도내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대형 가전제품 매장들은 불법 현수막을 비롯해 각종 불법 광고물을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매장들은 주말이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등 소음 공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게다가 만국기에 풍선 인형들이 춤추는 모습은 마치 서커스장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도 감독기관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손 부족을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대부분 대로변에 자리 잡은 이들 유통업체 가전 전문 매장들의 불법은 관행처럼 돼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명 랩핑 광고는 관련법상 금지돼 있다. 건물 외벽에 실사 시트지나 현수막 등을 설치·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도로변 가로등에 부착하는 가로등 배너 광고, 가로수 등에 설치하는 현수막 광고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에어라이트, 입간판 등의 유동 광고물에 주차장 불법 전용 등까지 불법의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제대로 단속이 이뤄진다면 모두 과태료 부과 및 고발감이다. 이들 매장들과 도심지의 불법광고물이 넘쳐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매번 말한다.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