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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단 하나의 진리.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그래서 만인(萬人)에게 평등한 자비의 단어.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이기엔 우리네 영혼이 너무도 연약해, 맞닥뜨리지 않거나 그럴 수 없다면 가급적 늦게 만나기를 갈망하는 품목이다. 그래서 가능한 회피하고 싶어한다. 해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아킬레스니 불로초니, 모두 그래서 생겨난 인간 상상력의 산물일 게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장 확실한 것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니 말이다.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들은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라 했고, 인간은 살면서 등 뒤에 죽음이라는 친구를 항상 업고 다닌다고도 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은 거리가 너무 멀어, 생각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막상 닥치면 깜깜절벽이다.

오죽하면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월명사(月明師)도 누이의 죽음 앞에서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다’고 제망매가(祭亡妹歌)를 통해 고백했겠는가.

죽음에 관한 인류 최고(最高)의 경전으로 꼽히는 ‘티베트 사자의 서(The Tibetan Book of the Dead, ─死者─書)’는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경전은 14세기에 발굴돼 20세기 초에 서구사회에 소개됐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 (Carl Gustav Jung)은 ‘가장 차원 높은 정신의 과학’이라는 극찬과 함께 장문의 해설을 쓰기도 했다.

이 경전을 저술한 파드마 삼바바(연꽃에서 태어난 사람)를 티베트 사람들은 문수·금강·관음보살, 세 존자(尊者)가 합일한 화신(化身)이며 ‘제2의 붓다’라고 부른다.

그런 그도 죽음 앞에서 이렇게 기도한다.

“…/당신의 자비의 밧줄로 그를 붙잡으소서/악한 카르마의 힘에 이 생명 가진 자가 굴복하게 하지 마소서/아, 진리와 진리를 깨달은 자와 그를 따르는 구도자들이여/ 사후세계의 불행으로부터 이 자를 보호하소서/…”

하늘 문이 열렸는지, 주변에 승천(昇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언제쯤 죽음을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慧眼)을 지닐 수 있을까.

천지간(天地間), 참 을씨년스럽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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