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마케팅’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특정한 날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고객들의 존재를 깨우치고 나아가 자연스럽게 관련 제품의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기법 중 하나다. 초콜릿을 선물토록 하는 밸런타인데이가 원조 격이며 끊임없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12월14일 ‘허그데이’까지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년 열두달 없는 날이 없으며 매달 2~3개가 겹치기도 한다. 마치 ‘데이 마케팅’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11월만 하더라도 엊그제는 브라데이, 오늘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워킹데이 등 3개가 속해있다. 그 중에서도 브라데이는 여성속옷 전문 업체가 몇 년 전 브래지어와 유사한 형태의 8에 착안해 만들었다는데, 기발한 착상이라는 긍정과 지나친 상술이라는 부정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유독 기념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한 이 같은 데이 마케팅은 대표기념일마다 선물을 빙자한 고가의 상품이 오가면서 해마다 끊임없이 상업성 논란도 일고 있다. 빼빼로데이에 판매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빼빼로데이는 1994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키 작은 평화 /박일환 몽골 초원에선 키를 낮춰야 한다 아름다운 풀꽃들도 함부로 키를 높이지 않고 땅과 가까이서 붙어서 산다 그게 바람을 경배하는 자세임을 오래전부터 터득한 양과 염소들도 온종일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키 작은 평화를 제 입에 밀어 넣고 있으니 높아지기보다 넓어지려 애써 온 초원의 시간이 지금껏 달려온 사람의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시집 ‘지는 싸움’(애지, 2013)에서 평화를 잃은 지 오래다. 모두 웃자라 키 큰 면모를 자랑하지만 내면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남을 누르고 높아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들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언 앞에 고개 떨군다. 몽골에 있는 평화를 이 땅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절망에 하루하루 서럽다. 발밑에 낮게 숨 쉬고 있는 작은 목숨을 생각하며 조심조심 살아가야겠다는 바람 소리를 시 속에서 들었다. /이민호 시인
논어 구절 중 무신불립(無信不立)처럼 자주 인용되는 것도 드물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으로 백성을 먹일 수 있는 넉넉한 식량(足食)과 군대(足兵)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民信)를 첫손으로 꼽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개념을 빌리자면,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하드 파워’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라는 ‘소프트 파워’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는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 날에 이 지면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9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구체적 실천대책이 크게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슬그머니 소득 7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축소됐으며, 지급액도 최대 20만원까지 차등하는 방식으로 후퇴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던 공약도 환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됐
양평지역 주민들이 지방공기업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방만한 운영과 관리감독 소홀, 138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만성적자, 법령위반과 부패행위가 만연해 공익을 심각하게 해치고 거기에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게 청구 이유다. 지적한 내용의 면면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오죽하면 주민들이 국민감사를 자처하고 나섰겠는가. 그동안의 양평지방공사가 주민들의 눈을 피해 저질러온 행태가 짐작이 간다. 800여명의 양평군민이 지난 7일 감사원에 접수시킨 양평지방공사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를 살펴보아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덕수·윤칠선 전 양평군의원을 비롯한 양평군민청구대리인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변호사)가 작성한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2007년 1월 지방공사의 전신인 ‘물 맑은 양평유통사업단 영농조합법인’이 양평군에서 친환경 농업 벼 수매 자금 36억4천만원을 양도담보계약으로 빌렸으나 상환기한을 넘긴 채 수매 곡물 판매대금을 임의로 유용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51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11년 광역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포함, 94억원을 지원받아 66억원을 유용했다고 주
수원 광교산 자락에 자연친화적인 친환경 생태마을이 조성된다는 소식이다. 행궁동 일대에서 지난 9월 한달 간 ‘생태교통 수원2013’ 축제를 성공으로 이끈 수원시가 생태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가 오는 2015년까지 조성키로 한 광교산 친환경 생태마을은 장안구 상·하광교동 10.27㎢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오염물질 배출에 규제를 받는 등 주민생활에 불편을 겪어왔던 곳이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은 수원시민은 물론 수도권 인근에서 연간 650만명이나 된다. 수원시의 이번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는 우선 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사업으로 연면적 230㎡ 규모의 공동 구판장과 농기계 보관창고를 짓는다. 낙후와 규제로 중첩된 광교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목적이다. 또 불법과 편법으로 항상 문제가 돼왔던 광교산 주변 보리밥집에 대해서도 건강음식업소 인증제를 시행하고 발효식품 체험, 유기농 쌀 생산단지 조성, 가축분뇨배출시설 개선사업도 지원한다고 한다. 광교산과 광교저수지를 둘러싼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지난 1월26일 “우리는 나치가 자행한 범죄와 2차 세계대전의 희생, 그리고 대학살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8월20일에도 독일 남부도시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다하우 수용소를 찾아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고개 숙여 사죄했다. 나치에 의해 세워진 다하우 수용소는 1933년에서 1945년까지 무려 12년간 수만명의 유대인·폴란드인·동성애자·정치범 등이 신성한 국가 건설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스러져간 곳이다.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이곳을 보존해 왔다. 독일은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공개하여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나치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 끝까지 단죄하고 있다. 또한 나치로부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을 향해 지속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1923년 일본 민간인과 군·경에 의해 조선인 2만3천58명이 간토(關東)지방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일본 정부가 대지진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조선인과 중국인에게 돌린 탓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나라 안에서 자행된 간토 대학
중국이 ‘신여유법(新旅遊法)’을 시행함으로써 중국 관광객에 크게 의지하고 있던 여행사와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신여유법이란 것은 중국 당국이 지난 10월 1일부로 중국 내 해외상품 취급 여행사를 대상으로 저가상품 판매, 쇼핑 및 옵션 강요금지, 여행일정 변경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자국민에 대해 ‘싸구려 해외관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저가 관광객을 모집한 뒤 현지에서 쇼핑 수수료를 챙기는 등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앞세워 관광객들을 유치해 온 관광업계는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어찌됐건 중국의 신여유법 시행으로 여행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싼 맛에 찾아오던 단체여행객은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라망신을 시키는 싸구려 저질 여행상품은 이번 기회에 싹을 잘라야 한다. 우리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관광을 할 때 가는 곳마다 억지로 들러야 하는 수많은 상품 판매소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해당 국가의 관광정책을 비난했던 것처럼 저들도 우리의 관광행태를 비웃을 것이다. 이번 신여유법을 혁신의 기회로 인식하여 명품 관광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단체 관광객에 의지해 온…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지방정부의 한 축이자 분권의 중심축이다. 또 강력한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된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의 훈련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주민을 대신해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가를 감시하기도 한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정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많은 국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록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종종 발생한다. 지방의원직을 권력이라고 여기는 수준 낮은 행태와 비전문성 등으로 인해 지탄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의회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개인감정과 사리사욕, 정치적 이해관계를 버리고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왜 이처럼 서론이 길었는가 하면, 수원 화성성곽 주변 한옥마을 특화 지원사업을 부결시킨 수원시의회 때문이다. 수원시는 성곽 주변의 한옥마을 특화 지원사업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 북촌마을 등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한옥마을이 형성된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특
세상살이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뭐 하나 신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삼성그룹이 분기에 10조 이상의 수익을 내는 등 한국 기업들이 나름 선전하는 데도 경제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오히려 일부 재벌기업의 성과 때문에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수출 호조와 외환보유고 확충 같은 것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학교에 있으면 이것을 실감한다. 4학년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 소식이 잘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또 사은회를 취소해야 할까? 지난해에는 취업에 곤란을 겪는 졸업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사은회를 갖지 않았다. 사회를 향해 내딛는 젊은이들의 첫발걸음이 이토록 무겁다니! 그런 점에서 올해 겨울은 더 스산할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군 이래 가장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견디고 헤쳐 나가라고 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물론 비약적 경제적 성장을 통해 한국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고, 한 세대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미래다. 제조업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