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사정관 제도는 도입 초기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대학입시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성적순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 소질 등을 비교과 영역인 동아리 활동, 창의체험 활동 등에 근거해 종합적으로 폭넓게 평가해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의 비전문성, 대학의 편법운영 우려 등이 거듭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사정관제는 꾸준히 확대됐다.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6년이 지난 현재 126개 대학에서 4만6천900여명을 선발할 정도로 확산된 상태다. 물론 교육부가 입학사정관제도 정착을 위해 그동안 대학에 약 1천900억원을 지원한 효과라고도 볼 수 있지만, 선진적인 입시 방식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이처럼 급팽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외면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본보 10일자 22면) 교사들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탓에 학생들에게 제대로 준비를 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전형’을 피해 여전히 성적순 입시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격이다. 이로 인해 입시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관련 사교육에 의존하는 웃
미안하구나 /송재학 외할머니는 밥공기에서 반쯤 밥을 자꾸 들어낸다 외숙모는 더 큰 그릇에 밥을 담아 외할머니가 밥을 들어내도 일정량이 되도록 조절해왔다 아무도 없을 땐 밥 한 공기를 다 비우신다 같이 식사할 때만 자꾸 밥을 비워낸다 반 공기의 밥도 억지로 먹는다고 중얼거리신다 2 아흔 살 외할머니의 외출 가방은 아직도 악어, 악피(鰐皮)가 유 행하던 시절의 유산이지만, 인조 가죽이 분명하다고 내 삐띡한 의 혹은 웃고 있다 그렇더라도 악어과 악어목의 악어 가방은 지금 눈꺼풀 닫고 수면 높이에서 응시중이다 육식성 악어도 가끔 지퍼 열고 허기를 채운다 무얼 삼키는지 궁금하지만 명절이면 악어새 닮은 꾸개꾸개 천 원짜리 지폐가 내 아이들 손에 슬며시 날아와 앉는 날도 있으니 그게 죽은 악어 껍질이 아니라 영혼만 슬그머니 꽁무니 뺀 늙은 악어가 쥐 죽은 듯 가방 흉내를 내는 것이다 3 외할머니는 묘법연화경을 태워버렸다 아무리 경을 읽어도 당신은 아직 이승이라고 쫑긋하셨다 파킨슨병으로 하루에도 몇 번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맑은 마음으로 읽어가던 묘법연화경, 과두 문자처럼 비뚤비뚤한 자필 한글본 불경이었다 출처-송재학 시집 내간체內簡體를 얻다-2011년 문학동
서로 간에 돈이 없다고 다툼을 벌이던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의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울시의 선언은 사실상 중앙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자체 예산으로는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니 중앙정부 더러 돈을 꿔달라고 드러누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일단 추경이 아닌 지방채 발행으로 예산을 확보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내심은 자신의 승리로 자축하며 1천219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서 중앙정부가 보육예산을 더 책임질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무상보육 재정 갈등은 국회가 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작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으로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새누리당이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스스로 사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취했던 무상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거두어들이고 본격적으로 무상보육 시행을 결단했던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무척 억울할 것이다. 무상보육 정책이 국회에서 졸속으로 논의되
열흘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향해 “80년대에도 저런 또라이들은 없었다”고 비판한 보도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틀 후 출근길에 틀어 논 라디오에서 직장 내 또라이들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틀 사이에 공개적으로 ‘또라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접한 것이다. 사실 또라이 하면 비속어로서 제 정신이 아니라 좀 모자라는 사람을 욕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족 간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도 공공연히 사용하는 말로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안다. 비상식적인 생각과 사고로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 우리사회와 직장에는 너무 많다는 반증적 얘기도 된다. 2007년 ‘또라이 제로조직’이라는 책이 뉴욕 타임스와 미국, 프랑스, 독일의 아마존에서 경제경영 부문 장기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적이 있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 공과대학 경영과학 전공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908년, 충남 예산 출생. 본관은 파평, 호는 매헌(梅軒). 1932년 4월 29일 일왕(日王)의 생일 기념 행사가 마련된 중국 상하이(上海) 훙커우(紅口) 공원. 미리 준비해간 폭탄을 감추고 식장에 입장, 폭탄을 던지다. 이 폭발로 시라카와 일본군 대장과 일본인 거류민단장 가와바다가 즉사하고,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중장과 제9사단장 우에다 중장, 주중공사 시케미쓰 등은 중상. 식장은 아수라장. 현장에서 잡혀 이후 총살 당함. 윤봉길 의사다. 지난 2008년 뉴라이트 기관교과서 등이 테러리스트 윤봉길씨라 부르며 비아냥 거려 뉴라이트 스스로 자신들이 친일의 속성을 지닌 집단이라고 고백하게 만들기도 했다. 뉴라이트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그를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웃긴다.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대상이 일본 민간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주지하다시피 독립운동가들의 주적(主敵)은 일왕(日王)과 일본군인, 경찰, 악질일본인, 악질친일파 등이다. 테러리스트는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자’를 칭하는 단어다. 각설하고. 미국대폭발테러사건.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 사이에 일어난 항공기 납치 동시 다발 자살테러 사건이다
용화사에 들다 /은결 3월의 시린 언덕을 올라 첩첩불경의 법문을 지나 적멸고요의 본존불 앞에 생의 가파른 길을 내려놓는다 팽팽했던 겨울은 지나가는 것 벨벳꽃잎 어머니도 지나가는 것 연꽃잎 속 저 부처 겹겹슬픔까지 녹아내리는 소신공양의 불꽃너울을 품었을까 다비의 화염이 사그러지듯이 마침내 무심의 재가 되어 엎드리듯이 있고 없음이 하나인 불가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다. 생과 사의 경계는 법문을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초입에 들어서 있는 다리도 이승과 경계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용화사에서 이 시의 화자는 생의 가파른 길을 내려놓고 있다. 그리고 저승으로 떠나신 어머니와 하나가 되고 있다. 영화 <대부>에서는 대부가 죽자 죽음의 이미지를 가리기 위해 고인의 얼굴에 화장을 짙게 했다. 서양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해서 죽음의 이미지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은 서로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축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의 화자 역시 이승과 저승을 하나로 잇고 있다. 죽음은 더 이상 슬픈 일만은 아닌 것이
양평 용문산 자락에 뿌리를 내린 천년 거목(巨木),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30호 은행나무. 표지판 기록에 의하면 1100~1500년 된 오래된 나무다. 아직도 정정한 청춘을 자랑한다. 새치처럼 군데군데 노랑 잎이 보이지만, 파란 잎 사이로 은행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100살 넘기기 어려운 유한한 인생이 천년의 나무 앞에서 한참을 명상에 잠긴다. 경건함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우리 일행은 용문산 등산 후 하산하여 시냇가에 잠시 쉬고 있었다. 은행이 여물어가고 산밤이 툭툭 떨어지는 가을, 물은 맑고 시원했다. 배낭에 가져온 사과 몇 조각을 꺼내서 일행과 함께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엄지손가락만한 말벌이 윙 날아들었다. 둬 서너 번 빙빙 날더니 비닐봉지에 담긴 사과조각으로 육탄 돌진하여 먹고 있다. 불청객이다. 일행은 몸을 움츠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추석명절 앞두고 벌초하러 갔다가 말벌에 쏘여서 쇼크사 한 뉴스가 스쳐지나갔다. 어제 우리 모임 회원이 말벌에 쏘여서 응급조치로 약을 먹고 급히 병원에서 해독 주사를 맞고서야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여서 약간 두려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망설이고 있는데, 그 놈이 다시 이륙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
남과 북이 개성공단의 출·입경 명단을 주고받는 수단이자 남북 간 연락채널인 서해 군(軍) 통신선을 지난 7일 정상적으로 재개통했다. 이로써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개성공단에 따르면 10일부터 우리 측 인력이 체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의 연속선상에서, 남과 북은 이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선 개성공단의 정상화 방안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재가동 시점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던 서해 군 통신선이 정상 복구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재가동 시점이 개성공단의 정상화문제와 직결된 시험지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남북경협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의 정상화문제가 바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개성공단의 가동중단으로 큰 손해를 본 국내 투자기업들은 어떤 상황인가. 지난 4일 통일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지난 4개월 동안 우리 기업 123개사의 영업손실액을 모두 합한 금액이 3천억원 규모라고 했지 않은가. 달러 소득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레아와의 사이에 여러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자식들이 두려웠다. 장성하면서 자신과 같이 반기를 들까 염려해서였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자식들을 모두 삼켜 버린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레아는 제우스를 임신하자 크레타 섬으로 도피해 그를 낳고 요정들에게 의뢰해 크로노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성장시킨다. 훗날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와 싸워 이기고 그가 삼킨 형제들을 모두 토하게 해 살려낸다. 제우스가 이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 바로 오늘날 레슬링 기술의 원조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올림픽 여러 종목 중 레슬링 우승자를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한 것도 이런 제우스의 싸움기술을 겨루는 경기여서다.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 때부터 3천년 가까이 이어져온 올림픽의 상징적인 종목이다. 근대올림픽에서도 2회 대회를 제외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린 몇 안 되는 종목이다. 우리에게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단 양정모 선수가 최초로 금메달을 딴 감격의 종목이기도 하다. 이런 레슬링이 올해 초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하는 위기를 맞았다. 경기가 재미없고 지루한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