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윤석열.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두 정치인이다. 한 분은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다른 한 분은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상당히 높은 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대선 후보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19일(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1일(수)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의원들이 제기하는 대장동 의혹을 해명했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많게는 4개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는 한국일보가 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도돌이표로 끝난 ‘이재명 국감’”이 이번 대장동 국정감사를 압축적으로 대변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19일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씨를 두둔한 발언, 이어진 ‘개 사과’와 해명논란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자초한 위기였다. 전두환 옹호발언에 묻혔지만 언론이 크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던 사안이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이었다. 19일 MBC를 통해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송파갑)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
-정몽주의 주체의식 상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나 평가는 미처 짚지 못한 것들이 있을 때 어느 한 단면이 전체로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인물평이라는 것은 이런 한계에 갇히는 수가 적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미처 몰랐던 진면목이 드러나면 감탄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놀라 아연실색(啞然失色)하는 경우 또한 있게 된다. 가령 고려(高麗)의 국체를 지키면서 개혁하겠다는 정몽주는 조선 개국에 협력하지 않자 선죽교에서 격살당한 뒤 절조(節操)있는 충신의 표본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런데 그가 원명(元明) 교체기에 명나라 옷을 입고 명나라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극히 사대주의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의 판단은 좀 다르게 된다. 그는 당대의 대유학자임에도 주체적 자아에 대한 각성이 세워지지 못했던 것이다. 고려말은 몽골 제국의 본령(本領)인 원과의 관계에서 유라시아 교역로가 제공하는 문명의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누리면서 나름의 주체성을 지켜내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한족(漢族)의 입장에서는 이민족(異民族)인 몽골의 지배가 퇴조기에 들어서자 유학의 본가가 다시 부흥했다고 여기고 중화주의(中華主義)에 매몰된 지식인들
이게 나라인가. 나라가 나가가 되려면 나라다운 기본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의사다워야 하며 교수가 교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기자가 정론곡필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검사나 판사가 깡패나 건달 짓을 하면 안된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도 하기 싫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이자 오랜 경력의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상비평 하나만 믿고 공개적으로 상대 당 유력 대권 후보를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실수였다고 얼버무린다. 이건 외과의가 환자의 왼쪽 폐를 적출해야 하는데 오른쪽을 잘라내고 나서는 앗 착각했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환자가 죽고 나서도 단순 실수였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게 의사인가. 저자 거리의 약장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서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한국사회 어디에 저런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를 녹이는 TV 드라마라 하더라도 좀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몸부림이다 일해도 몸으로 손발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놀고 먹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나라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천대하고 짓밟고 밀어내는 나라는 저주를 받아라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가 저주받기를 원치 않는다 이 나라가 아무리 손발 놀려 땀 흘리는 사람들 천대하는 나라라고 해도 이것은 우리의 조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나라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꿈을 이 나라가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축복으로 해와 달과 별의 축복으로 비와 눈과 바람과 이슬의 축복으로 아니 몸으로 노동하는 이들의 온몸에서 흐르는 땀의 축복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나라 노래와 춤의 나라 모든 담장 무너지고 모두들 이웃사촌으로 허물어지는 나라가 되는 꿈을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 최고의 가치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노동인 나라의 꿈 종교도 도덕도 철학도 무슨 무슨 주의도 과학도 정치도 예술도 모두 노동의 깃발 아래 모여 하나인 나라의 꿈 겨레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얼싸안고 비비대는 몸으로 하는 온몸으로 노래하는 나라 앞산 뒷산의 바위굴과 함께 우직하게 풀이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건 사슴이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소의 운명은 ‘워낭소리’와 함께 끝났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만큼이나, 소의 역할 또한 우리 곁에서 지워지고 없다. 들녘에서 논을 갈고 밭을 일구는 건 소가 아니라 기계다. 일터에서 쫓겨난 것은 사람이나 소나 마찬가지이지만, 소에게까지 실업수당이 지급되진 않는다. 고양이처럼 발바닥을 핥지 못하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 못해서, 소는 반려동물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듯이 사람은 소를 키운다. 개와 고양이는 주린 정을 채우기 위해서 키우고 소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키운다. 사람은 소를 먹는다. 사람이 고기로 먹는 소는 한해 삼억 마리에 달한다. 고기는 구워 먹거나 삶아 먹거나 날것으로 먹는다. 머리는 쪄서 귀와 코와 혀와 골을 먹고, 뼈는 푹 고아 물을 먹는다. 그렇게 먹다 남긴 것을 갈아서 사람은 일반가축의 먹이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 중에는 반려동물의 먹이도 있다. 사람이 먹기 위해 죽인 가축의 부산물을 가축이 다시 먹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료라고 부른다. 개중에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2013년부터 8년이 지난 14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비로소 피의자 신분을 벗어났다. 그동안 간첩으로 오인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고 사회에서는 거의 격리되다시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생업을 위한 어떤 일이나 활동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야 모든 오해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나의 8년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느닷없이 탈북자 간첩으로 몰려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던 유우성 씨 이야기이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이 건은 2013년 기소되었지만, 이듬해 국정원이 중국 공안의 출입국 도장을 위조해 북한을 왕래했다는 문서를 조작한 것이 밝혀져 무죄로 종결된 사건이었다. 관련된 이야기는 후일 MBC의 사장이 되었던 최승호 피디가 해직 언론인 시절에 만든 영화 [자백]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여동생 유가려 씨는 6개월 동안 국정원이 했던 몹쓸 짓으로 아직도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 당연히 조작에 참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검찰은 모두 불기소, 아주 경미한 내부징계로 종결되었다. 문제는 그가
아이들이 지난주까지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이번 주에는 두꺼운 겉옷으로 중무장하고 핫팩까지 챙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너무 휙휙 바뀐다. 10월 3일 강릉의 기온은 32.3도로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녔고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었다. 110년 만에 가장 기온이 높은 10월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 16일에는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다음날인 10월 17일에는 64년 만의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이날 길거리에선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가 알던 계절 순서인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가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위기감마저 면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2주 사이에 기온이 30도 넘게 변해도 조금 이른 겨울이 찾아왔겠거니 하며 창고에 넣어 두었던 겨울옷을 꺼내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서 열심히 탄소 저감과 넷제로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당장 개인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 있는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나 같은 소시민은 설마 지구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종이 멸망
인생은 그것이 의무의 수행이며 봉사라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합리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사람의 인생은 방안에 날아들었다가 다시 날아가 버리는 제비와 같다' 우리는 어디선지 모르게 이 세상에 왔다가 어디론지 모르게 떠나간다. 뒤에는 보이지 않은 어둠이 있고 앞에는 짙은 암흑이 있다. 마침내 우리의 때가 왔을 때,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었는가? 먹지 않았는가? 부드러운 옷을 입었는가? 입지 않았는가? 막대한 재산을 남겼는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는가, 빛나는 명예 속에 살았는가, 멸시를 받으며 살았는가, 학자로 인정받았는가, 무식한 사람으로 여겨졌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신으로부터 잠시 빌린 재능을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대해 얼마만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헨리조지) 이 세상의 아주 사소한 일 속에서도 신의 힘이 번뜩임을 인식하는 사람은 지극히 높은 이해력과 지극히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도 타인도 존중하며, 사소한 것도 가볍게 보지 않고, 그러한 것들도 모두 하느님의 힘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페르시아의 루미) 선행이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하는 봉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말과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글은 우리의 삶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분야를 놓고 보면, 정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8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말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말과 관련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일단 쉽다. 쉬운 언어의 사용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강점이다.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점 역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함이 과할 경우에는 실수가 자주 나올 수 있다. 솔직함과 신중함이 함께 가야 하는데, 그에게는 신중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많은 실언 논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실언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전두환 씨에 관한 문제다. 지난 19일 윤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에 지방에 사는 지인이 아들이 귀에서 소리가 나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 문의를 하였다. 아들은 근처의 이비인후과에서 막 진료를 받았는데 한의학적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원해서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하였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 아들과 전화통화로 진료를 하게 되었다. 직접 귀를 관찰한 것이 아니기에 이비인후과에서의 진료소견을 물었는데 혈압이 높아서 혈관의 박동이 소리로 들리는 것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은 것도 주원인이니 스트레스 관리를 하라는 말도 같이 들었다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확인해 보니 이뇨제 계열의 혈압약과 신경안정제이다. 귀가 울리는 대한민국에서 고 1로 살아가는 이 아이는 진로를 만화가로 정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기숙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다른 도시로 주말마다 그림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였다. 게다가 수면시간이 새벽 2,3시경에 잠들어서 7시쯤 일어나는데 근래에는 고1의 학습량을 채우고자 더욱 늦어져 수험생들이 많이 먹는다는 카페인 음료를 먹으면서 거의 밤새도록 공부했다고 하였다. 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혈압이 높아진 것이 이명의 원인은 아니다. 혈압이 높아진 것과 귀에서 이로 인해 소리가 나는 것 모두 어떤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