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X /강인환 택배 트럭이 도착한다. 닫혀 있는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모르는 기사는 경비실로 상자를 들고 간다. 상한 여름이 스티로폼 박스 안에서 슬슬 부패한 소문의 알을 슬기 시작하는 오후-. 기억 속으로 끝없이 기억 속으로 침몰하는 군함이 있다. 상자 X가 있다. 날 좀 꺼내다오, 그리고 제발 내 눈과 입에 가새표로 붙여 놓은 이 테이프를 떼어다오. -강인한 시집 ‘강변북로’ / 詩로 여는 세상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은 즐겁다. 기쁘게 전달되기를 기다리며 먼 길 달려왔을 택배 상자. 그러나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경비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면? 더구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부패해서 소용없게 된다면? 어쩌면 기억은 잊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기억들이 찾지 않는 택배상자처럼 기억 속으로 침몰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마치 단단한 군함처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한 그 기억들이. 어쩌면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좀 꺼내달라고, 우리가 가새표를 붙여 봉인해버린 기억들 다시 햇빛을 쬐이고 새롭게 기억하라고. /이미산 시인
브라질 월드컵 D-30… H조 전력 분석 ‘지구촌 축구 축제’ 2014 브라질 월드컵(한국시간 6월 13일∼7월 14일)의 개막이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산 9번째이자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8일 본선 무대에 나설 23명의 정예 멤버 선발을 모두 마치고 지난 12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본선 대비 첫 훈련에 돌입했다. 브라질 월드컵 D-30을 맞아 원정 월드컵 2회 연속 16강을 넘어 8강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과 한국과 함께 H조에 편성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등 H조 경쟁팀의 전력을 분석해본다.<편집자 주> 평균 25.9세·체격 좋아져… 해외파 ‘역대 최다’ 경쟁력 역대 최다 해외파 ‘아시아 축구의 맹주’ 한국 (FIFA랭킹 55위)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자존심을 되찾은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 사상 첫 &lsqu
사람은 살면서 작고 큰 사고들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어 여러 가지 후유장애가 생긴다. 이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직·간접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증세로는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 또는 마비로 나눌 수 있다. 과민반응의 환자는 늘 불안스러워 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고, 충격을 다시 경험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사건 당시와 같은 강도로 느끼는 기억, 꿈, 환각이 재연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로, 전문가를 통한 꾸준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은 결국 병만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현재 삶에 충실해야 과거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우리는 지금 힘을 내고 현재 삶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방치해 버리면 자꾸 안 좋은 기억만 생생해지면서 살기 싫은 마음만 커질 뿐이다. 셋째로, 기도, 명상, 자기최면 등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자. 한번 몸이 공포를…
얼마 전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이다 최근 발간된 ‘영국소설을 통해 본 영국신사도의 명암’(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著)이라는 책을 접했다. 그리고 내용이 흥미로워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읽었다. 그중에서 특히 흥미를 끈 것은 오늘날 ‘예의 바른 사람’, 혹은 ‘도리를 아는 사람’의 대명사격이 된 ‘신사’라는 말이 영국의 특정계층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었다. 그 문화의 한 예로 사교계에서 남녀가 벌이는 구애의 법도를 설명해 놓았는데 대충 이렇다. 18∼19세기 영국 ‘신사 사회’에서 예의 없는 거절은 상상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춤은 반드시 남성이 요청을 하고 여성이 수락을 한다’, ‘적당히 핑계를 댄 여성이 만일 다른 상대와 춤을 추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여자와 사귀던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발을 딱 끊거나 다른 여자에게 구애를 하면 부도덕한 남성으로 비난을 받았다’ 등등. 당시의 소설은 이런 ‘신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얼마나 예의범절을 잘 지키며 인
눈이 부시다는 표현, 그대로인 오월 하늘입니다. 며칠 전부터 회사 앞 동산에 꽃이 지천이던 생각에 화들짝 놀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갔습니다. 오호통재(嗚呼痛哉), 말 그대로였습니다. 연분홍 또는 순백의 철쭉이 누렇게 바랜 채 고개를 숙이고 주검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목련은 이미 진 지 오래였구요. 참담한 마음에 풀밭에 주저 앉아 망연히 하늘을 보는데, 이 시 구절이 지나갑니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어디 목련뿐이랴/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우리들 오월의 꽃이/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한낱 목련이 진들/무에 그리 슬프랴.’ 1988년 전남대가 주최한 ‘5월 문학상’ 수상작가인 박용주 시인의 ‘목련이 진들’입니다. 당시 나이 만 15세, 중학생이었습니다. 지는 목련을 보면서 수많은 죽음과 부활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러나 비장하게 읊조리고 있습니다. 시를 쓰기 몇 해 전 그 마을에서 있었던 ‘끔찍한 죽임’을 꿈에서 생생하게 본 것이
경기도지사 선거가 남경필·김진표 후보로 압축됐다.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경필 후보가 제법 큰 차이로 앞서고 있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김진표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란다. 두 후보 진영은 피를 말리는 싸움이겠지만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도민의 의중이 어떤 사람에게로 향할지 자못 궁금하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김진표·남경필 후보가 비록 여·야로 나뉘어 있는 정치인이지만 사석에선 ‘형님·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두 후보는 수원지역에서 몇 안 되는 서울 경복고 동문이다. 김 후보가 41회, 남 후보가 58회로서 김 후보가 17년 선배라고 한다. 종교도 같은데다 함께 다니는 수원의 한 교회에서조차 남 후보는 집사이고 김 후보는 장로라는 것이다. 지연, 학연도 모자라 ‘교회연’(敎會緣)마저 일치하는 셈이니 이런 인연도 참으로 드물다. 아무튼 두 사람 모두 당당하게 경선을 통과해 도백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서있다. 누가 1천200만이나 되는 웅도 경기도의 도지사로서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진표 후보는
하절기를 맞아 청결한 생활환경을 조성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폐기물처리업체가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여 주민건강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감염병을 비롯한 해충에 의해 예상되는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빈틈없는 지자체의 여름철 위생관리로 주민건강을 돌봐야 할 때이다. 위생처리업체의 직업의식 부족은 물론이고 관계당국의 미온적인 관리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주시에서 발생한 불법 폐기물처리는 성남시 소재의 폐기물업체가 불법으로 매립하여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린다. 각종 오수가 인근 실개천을 경유해서 한강과 연결되는 금사천으로 유입되어 환경오염이 크게 우려된다. 오염의 확대는 국민건강과 자연환경을 해치므로 작은 일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마땅하다. 폐기물업체는 쾌적한 임야에다 양파와 야채 찌꺼기 등 음식물 쓰레기 100여t을 불법으로 매립해온 것이다. 토지주의 허락 없이 불법으로 자행된 이번 사건으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하며 각종 오수가 실개천에 넘쳐나서 많은 해충까지 들끓고 있어 주민들의 보건위생이 크게 염려된다. 고인 물과 음식물에는 모기와 파리의 서식이 이루어져서 다양한 질병을 전파시킬 우려가 걱정이다. 하절기에…
4·16 참사의 원인을 두고 흔히 말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이 말은 ‘증상’ 곧 결과를 놓고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그 증상으로 열이 날 때, 열을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노동자를 가리켜 ‘근로자’라 한다든가, 주식시장의 투기자본을 ‘외국인’이라 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대상을 달리 호명해, 이른바 프레임을 다시 짜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함이다. 4·16 참사는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말하자면 ‘시장실패’와 ‘국가실패’의 최악의 조합이다. 침몰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는 배 바닥의 평형수를 빼내고 대신 화물을 적재, 해당 기업은 듣기에 약 8천만원의 수익을 추가했다 한다. 이는 해상운송산업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의 영업 전략이라 하겠지만, 명백히 범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에 대해 그 심리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 것은 각종 규제완화를 떠들고 또 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