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구리시장의 지시가 부당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공무원들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장에게 ‘들이댄’ 것일까? 본보 지난 25일자 1면엔 독자들의 눈길을 확 끄는 기사가 실렸다. 구리시가 시장의 민원처리 지시를 완강하게 거부한 공무원 3명에 대해 전격 직위 해제시켰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구리시는 물론 도내 모든 공직사회에 파문이 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자세히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구리시가 지난 22일 유모 지방시설사무관(5급)을 비롯, 오모 지방행정주사와 김모 지방시설주사(6급) 등 3명의 간부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하고 총무과로 대기발령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경기도에 의뢰하겠단다. 구리시장은 앞으로 안전행정부의 징계편람을 적용해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와대를 거쳐 구리시에서 관선시장과 민선 2기, 4기, 현재 민선 5기 시장을 하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박 시장이 이처럼 격노했을까? 대충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다. 2008년 구리시가 고구려대장간마을을 조성하면서 진입로 입구에 있던 A씨의 건축물이 철거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음식점을 짓기 위해 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
얼마 전 자기 분야에서 나름 열심히 살고 계신 양식 있는 분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좋은 분위기에 한창 흥이 오를 무렵, 갑자기 어색한 상황이 생겼다. 내가 앞자리에 계시던 분이 듣고 싶어한 말 한 마디를 입 밖에 내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며 으쌰으쌰 하던 분위기는 나와 그 분 사이에 흐르는 냉기로 인해 점점 싸해졌다. 그분이 나에게 듣고자 했던 한 마디는 바로 ‘형님’이라는 호칭이었다. 자신이 한 살 더 많다는 사실을 몇 번씩 얘기하며 은근히 강조했는데도, 내가 주어를 생략한 대사를 계속 드리니까, 결국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굳은 얼굴을 하고 다른 자리로 옮겨가버렸다. 그땐 이미 여러 차례 술잔이 오간 터라 속으로 ‘돈 들어가는 일도 아닌데 그냥 편하게 분위기에 묻어갈 걸 그랬나?’ 하다가도 동의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가끔은 자신이 나이가 한두 살 많은데도 상대에게 형님이라고 먼저 불러주는 경우도 보았다. 주로 이해관계가 걸린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몇 살 많은 을이 바람 앞의 풀처럼 바로 눕는 경우이다.…
우리는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부당한 행위에 분노한다. 호주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격분한다. 러시아의 스킨헤드족에게 한국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했다는 보도에 신문을 내던진다. 인도에서 당한 한국인 관광객의 성폭행 피해에는 ‘단교(斷交)’라도 해야 할 것처럼 화를 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인의 불이익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백의민족’이라는 단일민족 의식이 어려서부터 주입된 탓인지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배어있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특히 외국인을 구별해 차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피부색이 희고, 검은 것에 대한 시선이 천양지차다. 피부색이 희면 선진국 출신이라고 예견한다. 반면 검은색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지레 짐작한다. 나아가 피부색이 흰 선진국 출신은 ‘신사숙녀’로 치부된다. 그러나 검은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마치 ‘예비 범죄자’라도 되는 양,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이런 우리의 편견을 비웃는 자료가 공개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늘었으
Happy Birthday /김륭 잠 속에 손을 집어넣었더니 머리끄덩이가 잡혔다 고백건대 나는, 내 죽음이 축하 인사 한마디 없이 스르륵 사라질까 두려운 것인데 랄랄라, 케이크 대신 콘돔을 사온 그녀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의 반을 잘라 비석을 세웠다 머리끄덩이에 불을 붙였다 남의 꽃밭에 버렸던 그림자를 다시 찾았다 출처- 김륭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문학동네 생일은 행복할 수만 없는, 내가 이 세상에 무지막지 내던져진 날이다. 어미의 자궁 속에 낯선 손이 불쑥 들어와 ‘머리끄덩이 잡혀’ 끌려나온 이 세상, 하나의 사건이다. 지극히 낯선 시간과 공간을 부여받고 허둥지둥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안 생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긴 세월 흘러가다가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어느 한 순간 돌발적인 죽음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시 속의 화자처럼 아무도 모르게 ‘스르르 사라지는 죽음’을 두려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생이 없다면 죽음도 없을 터, 남녀의 관계에서 어떤 생이 시작된다. ‘머리끄덩이에 불을 붙’이고 ‘꽃밭에 버렸던 그림자를 다시 찾았다.&rsquo
지난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최대 이슈로 꼽히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장관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했던 서러움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의 일부 업무가 이관되어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고 근무인력만 800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연간 예산도 과학 연구개발 17조, 방송통신발전기금 1조2천억, 정보통신진흥기금 1조2천억 등 20조원에 육박한다. 새 정부의 ‘공룡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하기로 확정됐다. 과천청사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 올해까지 14개 기관이 이전했거나 떠날 예정이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14개 정부 기관이 새로 들어온다. 경기도와 과천시는 과천청사 기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뒤 새 기관들이 입주하는 데 최대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도시기능 상실과 지역상권 붕
산야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생기발랄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겨우내 보지 못한 선생님, 친구들의 만남에 들떠있어야 할 새 학기 학교는 폭력으로 멍들어 겨울의 차가운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다. 새 학기 시작 1주일 만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경북 경산의 한 고교생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숨진 학생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이 학교가 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다른 학교는 어떠한지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암담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학교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특단의 종합대책을 내놓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고화질 CCTV 확대 설치 등 많은 대책을 내놓지만 일선 학교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생긴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발본색원하지 않는 한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폭력이 중대한 범죄임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장난삼아서 또는 가벼운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대 학생이 당하는 고통은 이루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말할 때 쓰인 글로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이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合者離之始)이라 하지 않았던가. 위의 말은 부처님이 열반을 앞두고 제자에게 한 말로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없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것일 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 의례 그런 것이거늘 어찌 근심만하고 슬퍼만 하랴’했다. 제자가 울면서 말했다. ‘하늘에서나 인간에서 가장 높으시고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시게 되니 어찌 걱정되고 슬프지 않겠습니까’ 하며 ‘이 세상의 눈을 잃게 되고 중생은 자비로우신 어버이를 잃게 됐나이다’ 하니 부처님은 ‘걱정하거나 슬퍼 말아라. 비록 내가 한세상 머문다 하더라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들의 본바탕이 그런 것이리라’라고 답해 주었다.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가 그것이다. 즉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것. 만해 한용운의 시 한 수 속에는 다음과 같이 녹아내리고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
지난 24일 수원화성행궁에서는 ‘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공연이 펼쳐졌다. 정조대왕 화산릉행차를 비롯해 무예24기 공연, 비밥공연, 줄타기, 장용영 수위의식 등 각종 공연이 펼쳐져 행궁광장에 모인 5천여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특히 관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 정조시대 최강의 군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호국무예 ‘무예24기’ 공연이었다. 진검을 휘두르며 각종 검법을 시연하고 진법을 펼쳐 보이며 짚단과 대나무를 베는 이 공연은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날 무예24기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상무예였다. 마상무예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말 위에서 펼치는 6가지의 무예다.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각종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 삼국의 무예 중 정수만을 집대성한 실전무예서이다. 더욱 무예도보통지에는 우리나라의 무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던 무기들까지도 그 동작 등을 실어 실전의 교범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서, 가히 당대 최고의 무예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예24기는 동작 하나하나가 수련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들도 대부분 칼날이 날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한 후보자의 중도하차 소식은 더욱 안타깝게 들린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전대미문의 ‘성접대 의혹’ 속에 물러난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제 검찰’의 수장 후보가 국회 청문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했으니 말이다.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신호탄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 김학의 전 차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로 이어져온 ‘인사 사고 시리즈’에 이제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잦은 인사 잡음으로 인해 국민 사이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나아가 연이은 인사 실패가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새 정부의 첫 한달은 임기 마지막 해의 6개월 내지 1년에 비견될 정도로 천금 같은 시간이다. 소중한 ‘파종의 시간’이 인사 난맥상으로 허비되다 보니 박근혜 정부의 비전과 철학이 좋은 정책으로 영글어 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 일찍 조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