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빗 하나 이민호 어릴 적 외할머니 반짇고리 속에서 유난히 빛나던 참빗 하나 살며시 귀에 대고 고운 빗살 튕기면 또르르 공글려 떨어지던 귀뚜라미 소리에 움찔 뒤돌아본 종로 거리 좌판 한 구석에 저 노파 앙상한 가슴 살 우리말을 이렇게 감칠맛 나게 다루는 시인이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시인이라면 우선 제일 먼저 모국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생각인데 시인은 우선 모국어에 대한 책임을 넘어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 보여 참으로 고맙다. 햇살 반짝이는 이아침에 나도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어린 날이 그 옛날이 쨍쨍 맑은 소리를 하며 들려온다. 출처 시집 <참빗 하나/삶이 보이는 창 2005>…
막걸리 반주를 곁들인, 저녁 밥상머리에서 아내가 훌쩍거린다.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져 말을 잇지 못하고 허허로운 웃음만 흘린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세월은 우리를 60대로 밀쳐 내었다. 언제 벌써, 우리가 이런 이야기 할 때가 되었냐며 먹먹해진 가슴은 뚫리지를 않는다. 얼마 후에는 다시 이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내가 먼저 죽을 확률이 높으니, 당신 혼자서는 전원생활이 힘들다. 해떨어지면 문밖이 칠흑이라, 나 혼자는 바깥잠은 물론 늦은 외출도 자제하고 있다. 은퇴 후, 이곳에 성공적인 정착을 하였다 하나 심중을 뒤집어 보여줄 사람 없는 객지이다. 봄부터 잔디 깎기, 텃밭 가꾸기, 여름 장마철, 눈치우기 등 집안 팎의 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최근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 해도 친구들은 이미 가고 있다. 오늘도 한 친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지 않았느냐. 내가 건재할 때, 당신 혼자서도 지낼 수 있는 고향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여 가야 할 것 같다. 자식들이 외국에 있어 뒷일을 봐줄 사람도 없으니 내 손으로 모든 준비를 해놓고 가겠다. 말하는 나도, 듣는 아내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이기에 목이 메기는
어느 큰 부자가 잔치를 벌였다. 내로라하는 주위의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이때 한 선비가 허름한 옷차림으로 잔칫집을 찾았다. 그러나 선비의 행색을 훑어보던 문지기가 그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당신 같은 거지는 들여보낼 수 없소.” 선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지기는 곧이듣지 않았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거요? 썩 물러나시오.”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한 선비가 한쪽에 비켜서서 보니, 문지기는 의복을 근사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허리를 굽실거리며 안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선비는 집으로 돌아와 의관을 깨끗하게 갖추어 입고 다시 문지기 앞에 섰다. 문지기는 누구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깍듯하게 안내를 했다. 선비는 문지기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앞에 놓인 상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선비는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순전히 의복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비는 술잔을 들어 자기 옷에다 부었다. 옆에 앉은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술을 왜 옷에다 따르십니까?” 선비가 대답했다. “내
중국인들이 흠모하는 역대 제왕 가운데 당나라 태종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와의 질긴 악연으로 우리에게는 기꺼운 존재가 아니나 중국인들은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태평성대를 연 명군(名君)으로 기억한다. 당태종 이세민은 아버지 고조가 당나라를 창건하는 데 1등 공신으로, 형과 아우를 척살한 후 왕위에 올랐다. 대장정을 이끌며 중국 전역을 공산화한 마오쩌뚱이 “중국 역사 이래 최고의 군사전략가”라고 태종을 숭배할 정도다. 그런데 태종의 위대함은 불패의 무력에 머물지 않고, 문민정치를 통한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데 있다. 과거 역사에서 뛰어난 전략과 무력으로 숭앙받던 수많은 제왕들이 있었지만 태종과 같은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태종이 ‘정관의 치’라는 찬란한 업적을 쌓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재상 ‘위징(魏徵)’이다. 위징은 당초 태종에 의해 살해당한 이건성의 책사였다. 그는 당시 태자였던 이건성에게 태종을 먼저 독살해야 한다는 계책을 내놓은 바도 있다. 따라서 태종이 정권을 잡자 주변에서는 당연히 위징을 참살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태종은 위징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근거리에 두고 고언(苦言)을 들었다. 위징은 바른 말을 잘했다.…
지도자가 자신이 올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모든 일이 지도자의 뜻에 따라 행하여진다. 그러나 지도자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내린다 해도 그 뜻을 따르지 아니 한다. 공자는 정치하는 사람 자신이 정직하다면 명령하지 않아도 여러 일들이 행해지지만 그 사람 자신이 정직하지 않다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其身이 正이면 不令而行하고其身이 不正이면 雖令不從)고 했다. 정치 지도자가 정직하다함은 백성이 그만큼 편안할 수가 있는 논리인 것이다. 권력을 앞세울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자(孔子)의 위정이덕(爲政以德)이다. 진실로 제 자신이 바르다면 정치에 종사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며, 또 제 자신을 바르게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남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고전(古典)에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면 세상이 순조로워지고, 지도자들이 청렴하고 충직하면 국민들 마음 저절로 편안하게 된다. 부인의 행실이 현숙하면 남편이 재앙을 만나는 일이 적고, 자식들이 효도하면 부모 마음은 즐겁게 된다(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 妻賢夫禍少 子效父心樂)고 했다. 나는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또한 자녀
온전한 너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뒤집어쓴 호두껍질을 알맞게 균열을 내어 벗겨내야 한다 너무 세게 힘을 주면 너는 바스러지고 힘을 조금 주면 너는 껍질을 벗지 못하고 상처만 입는다 껍질을 쓴 너를 붙잡고 너에게 하늘을 열어줄 가장 적절한 힘을 찾는 내 손에 쥐가 난다 -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 2010년, 시문학사 성탄이 다가오고 있다. 예수는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인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질그릇이 되어 왔다. 우리네 인생들을 보면 누구나 세게 힘을 주면 바스라지고 힘을 조금 주면 그 껍질 그대로 있다. 우리의 껍질 안에 든 알맹이, 그 알맹이가 자신의 모습일 텐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껍데기에 묻혀 자신의 알맹이를 잊고 산다. 호두나 질그릇이나 그 속 내용이 중요하리라 누군가의 속내를 끄집어내기 위해 입혔던 상처, 스스로의 껍질을 지키기 위해 단 한 번도 하늘을 향해 자신을 내어 놓은 적 없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 편의 시. 인생들에게 혹여 깨어질세라, 아니면 그 껍질 그대로 일세라 노심초사 그 사랑의 손을 잡았다 폈다 하는 하늘의 그 사랑법을 성탄의 계절에 다시금 깨닫게 준다.
2001년 오늘, 아르헨티나에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외채 1천320억 달러. 3년 8개월째 지속된 극심한 경제난에 불만을 품고 전국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다. 소요사태는 처음에는 일부지방에서 일어났지만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무정부상태에 빠졌다.
1932년 오늘, 윤봉길 의사가 스물네 살의 나이로 일본군에 총살당한다. 윤봉길 의사는 같은 해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의 전승축하 기념식에서 기념식 단상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사령관과 상하이 거류민 단장을 숨지게 했다.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거사는 침체에 빠진 항일투쟁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줬다.
1960년 오늘,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된다. 1952년 초대 선거 이래 세 번째로 실시된 시·읍·면의회 선거다. 4·19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의 첫 지방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78.9%. 개표 결과, 이승만 정권에서 자유당 인사들이었던 무소속 후보의 당선율이 81.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