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의례히 하는 인사가 김장은 했느냐는 말부터 나온다. 그만큼 김장이 우리 생활에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마트에 가면 김치도 종류대로 판매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부터 김장을 반양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시했고 지금도 양은 줄었다고 해도 겨우살이 준비의 필수 과정이다. 며칠 사이 우리 식탁은 이웃집 김장 덕분에 풍성해진다. 어느 집에서는 김장에 동태를 넣는다거나 낙지를 넣었다고도 하고 비린내를 싫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따로 버섯과 다시마 육수에 밤채를 썰어 넣고 속을 버무렸다고 그 집 며느리 칭찬이 늘어진다. 이장 집에서는 김장을 첫 새벽에 씻어 아침 일찍 속을 넣고 금방 끝나고 이장 어머니가 홍시를 하나씩 앞앞이 나누어 주더니 그 옆집에서 또 질세라 김장하는 날 단감을 나누어 주더라고 하시며 내일은 누구네 집 차례라고 하신다. 지금은 대가족으로 사는 집이 별로 없고 대부분 부부에 자녀 한두 명뿐인 집이 많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가옥 구조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 주택이 많아 김장을 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김장을 주문해서 먹거나 시골에 부모님이나 형제
지난 1월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주변에 ‘우주’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나로호 덕택에 그동안 잊고 있던 우주에 대한 꿈이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주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것이다. 인류의 우주 역사는 먼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달나라에 토끼를 보냈던 것은 막연한 상념의 산물이 아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밤하늘을 동경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근원을 묻는 궁금증의 발로였다. 지금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던져왔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의 시작점 말이다. 우리도 이런 시작에서 탐구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리는 인류가 세계를 정복해 왔다고 말하지만 인류는 정복이 아니라 탐구를 해 왔다. 우주 역시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나와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그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와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Cervantes)’는 공교롭게도 1616년 4월23일 같은 날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나이가 셰익스피어는 52세, 세르반테스가 69세로 10살 넘게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 각각 영국과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유네스코(UNESCO)는 1995년 두 사람이 사망한 날을 ‘책의 날’로 선포했다. 이 날은 특히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제일인 4월23일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이기도 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나라별 분쟁이 발생할 요지가 있는 저작권 제도와 지적소유권 등도 보호하며 세계인의 독서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책의 날을 통해 유네스코가 중점적으로 펼치는 사업 중 하나가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는 일이다. 2010년부터 매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는데 첫해 스페인…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출처 -공광규 시집, 『말똥 한 덩이』- 2008년 실천문학 ▲ 박설희 시인 둥근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먹던 밥이 얼마나 달았던지를 기억한다. 찌개 한 가지만으로도 맛나던 밥이 얼굴 반찬 때문이었다니. 고기반찬 가득 차려진 밥상 앞에서도 입맛이 돌지 않았던 게 그 까닭이었나 보다. 각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뿔뿔이 제 볼 일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잘 그려져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현대인의 비애.
지난해에 이어 학교 비정규직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이틀 간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경고파업을 벌이면서 각 학교들의 급식이 차질을 빚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리종사원, 통학버스 운전원, 회계직 등은 전국에서 1천명이었다. 이로 인해 경기도내 80개 각급 학교에서 급식이 빵과 우유로 대체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학교 밖 중국음식점 등에서 점심을 배달시키는가 하면 일부 학교는 오전수업 후 학생들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은 이날 각 교육청별로 파업출정식을 가진 뒤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우선 호봉제 도입과 급식비 월 13만원 추가지급, 명절 휴가비 기본급의 120% 지급, 상여금 기본급의 100% 지급, 공무원 수준의 맞춤형 복지포인트 시행 및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개선 등 5개 사항이다. 요구사항에 따라 수용 가능한 것과 무리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사용자 측 주체가 학교장이지만 교육청이 나서 이들과 대화하는 게 숙제다. 비정규직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방법적으로는 잘못됐지만 이 같은 방법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동양사태’로 수천만, 수억원을 날릴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이 5만명인데도 이들의 피해를 보전할 대책은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를 끼친 회사는 ‘법대로’를 앞세우고 있으나, 정작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로서는 딱히 호소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투자자들은 통상 CMA(종합자산관리계정) 통장을 만들면서 증권회사와 거래를 시작한다. 제1금융보다 이자가 조금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이자가 좀 더 높은 회사채나 CP(기업어음) 상품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취하게 되는 절차는 직원이 형광펜으로 줄을 쳐준 곳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투자설명서는 ‘수령거부’로 적으라고 해서 그렇게 응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거 안전하냐?’고 물으면 직원은 당연히 ‘과연 동양이 망하겠느냐’고 응수했을 게 뻔하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투자자들의 상품지식 부족을 탓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탐했으니 그 책임도 떠맡으라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투자자들
지난 13일, 수원에서 생태교통 300인 원탁토론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생태교통을 말하다’였다. 오후 7시부터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열린 이날 행사였지만 중간에 자리를 뜨는 참석자들은 별로 없었다. 참석자 300명 가운데 행궁동 주민이 24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생태관련 전문가, 시민 등이었다. 물론 참석 주민들 가운데는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모두 섞여있어서 격한 대립이 예상됐다. 하지만 토론참석 주민들은 성숙했다. 일부 반대자가 목소리를 높이긴 했지만 참석주민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시는 자리만 펴 줬을 뿐 결론 도출을 위한 개입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했고, 직접투표로 의사를 표시했으며, 실시간으로 의견이 모니터 화면에 떴다. 이런 성숙한 모습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놓고 벌이는 공청회나 토론회, 설명회는 고성에 욕설, 심지어는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남의 얘긴 들으려하지 않고 자기주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벌어지는 일이다. 어찌됐거나 이날 300인 원탁토론 결과, 주민들이 직접 도출한 결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최대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도시는 주택과 도로가 파괴되고 통신이 두절되는 등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폐허가 돼버렸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1만2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태풍이 안겨준 경제적 피해는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필리핀 국민총생산(GDP)의 5%가 날아갔다. 이재민만도 전체인구의 10%에 달하는 970만명에 이른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거쳐 1942년부터 3년간 일본의 무력침략에 고통을 받았던 나라다. 동병상련(同病相憐) 탓인지 필리핀은 6·25전쟁 때 7천420명의 병력을 보내 참전한 이후에도 세계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오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한국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은 1만5천여명에 이른다. 한국과 필리핀은 안보적 혈맹관계를 초월하여 서로의 DNA가 혼합돼가는 친숙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렇기에 필리핀의 참담한 태풍피해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참담한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 수송이 중요하다. 미국은 항모 조지워싱턴호(號)를 급파하는 한편 항모전단 소속의 유도 미사일 순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 시장에 출마하는 인사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벌써부터 선거 열기를 달구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비롯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신당 등을 포함하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여야 예상 후보군만 10여명을 훌쩍 넘긴다. 이들 인사들은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히고 시민들과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잰걸음을 보이는가 하면, 앞 다퉈 출판기념회를 갖고 세를 과시하시도 한다. 인천시장 선거는 여야 각 당에서 거론되는 후보군만 4~5명 수준이어서 예선전인 당내 경선부터 여-여, 야-야 간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선을 통한 흥행 효과도 있겠으나 내부 출혈에 따른 동력 상실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 인천시장 선거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여야의 전초전 성격이 짙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과 함께 송영길 현 시장의 시정 평가도 겸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시계추도 빨라지고 있다. 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