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어스 클레이는 미국의 복서였다. 흑인가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 라이트 헤비급 미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미국의 영웅이 된 줄 알았다. 그러나 햄버거를 사려고 들어간 가게의 백인에게 그는 여전히 흑인일 뿐이었다. “검둥이에게 팔 햄버거는 없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았고,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는 흑인을 멸시하는 백인들의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싸우는 프로선수가 되기로 했다. 아마추어 전적 100승 5패를 기록한 그는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권투에서도 그의 주먹은 막강했다. 그는 약관 21세에 소니 리스턴을 7회 TKO로 물리치고 WBA와 WBC 헤비급 세계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대 최고의 복서인 챔피언 소니 리스턴에게 도전했을 때 모든 전문가가 캐시어스 클레이의 패배를 예언했다. 소니 리스턴에게 도전하는 그를 한 마리 파리에 불과하다고 경멸도 서슴지 않았다. 캐시어스 클레이는 경기 전에 이렇게 응수했다. ‘한 마리의 파리가 쇠 쟁기를 끌 수 있다고 / 그대에게 말하는 나는 좋은 사람 /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나에게 묻지 말고 / 파리에게 쟁기를 매라.’ 한 편의 시였다.
1872년 통일 제국을 건설한 프러시아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는 부국강병에만 힘쓰지 않았다. 그가 의료보험, 보훈 등 사회보장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보수주의는 프랑스혁명으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지자 전통 가치를 지키고자 등장한 이념이다. 기존 체제가 흔들릴 때 애국심과 명예, 민족의 융성, 자유시장 경제 신봉의 기치를 들고 나온 보수는 진보에 맞서 국가 경영의 당당한 이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스마르크의 예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서구 보수정당의 이념적 지평은 우리 진보정당보다 오히려 훨씬 좌파적이다. 한반도에는 불행하게도 독일처럼 제대로 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적이 없다. 보수를 참칭한 비리세력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를 친일에 두고 있다. 해방 이후 미국의 냉전전략에 편승한 이들은 간판을 친일에서 반공으로 재빨리 바꿔달고 새로운 지배자 편에 붙었다. 그러나 외세를 뒷배로 한 그들의 최우선 작업은 반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더러운 전비(前非)를 샅샅이 알고 있을 ‘눈엣가시’ 항일 독립투사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독립투사들에 대한 고문과 암살이 해방된 조국에서 버젓이 벌어졌던 까
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일 선망하는 고등학교는 과학고가 아니라 영재학교다. 모두 8개의 고교과정 영재학교가 학교당 평균 100명, 총 800여 명의 신입생을 뽑아 총재학생이 2500명에 달한다. 압도적으로 남학생이 많아서 현재 7대 1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학교의 1인당 교육비보다 많고 명문대 진학실적도 과학고를 능가한다. 당연히 입학경쟁이 뜨겁다. 그동안 평균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으나 금년부터 1인1교만 지원 가능하게 규정을 바꿔서 6대 1로 줄었다. 머지않아 5000명 지원자 중 3단계 선발과정(서류전형-영재성검사-캠프생활)을 모두 통과한 800여 명이 합격의 영예를 얻고 수학과학 영재로 공인될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영재학교에는 ‘타고난 영재’들이 아니라 ‘만들어진 준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가장 확실하고도 충격적인 증거는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등 수도권 3대 영재학교 재학생의 절반이 강남의 특정학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4~5년의 치밀한 준비기간과 최소한 7~8000만 원의 사교육비가 필요하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쓸 수 있고 유명학원에 가까이 사는 수도권, 특히, 서울 강
나는 몰랐다. 민주화가 어쩌고 선진국 진입이 저쩌고 하더니만 대한민국의 검찰행정이 정말 이만큼 진화했는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검찰이 국민편의를 위해 고발장까지 대신 써주고 “빈칸에 이름만 적어오면 나머진 저희들이 알아서 할께요”하고 고소고발 원스톱서비스로 안내한다는데.. 사실이라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궁금했다. 세상 똑똑한 검사님들이 자기관련 사건만 접하면 기억력이 증발되어 버리는 이유를.. 김웅 의원은 “내가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한 걸수도 있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한 건 제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출신은 정의뿐만 아니라 기억력조차 철저하게 선택적인가? 그는 자신의 책 ‘검사내전’에서 "사람들이 인식의 오작동을 낳는 것은 그보다 재빠른 감정, 즉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검사를 그만두고 정치로 입신양명하고 싶었던 그의 욕심, 그 욕심에 끄달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가 삼키고 뒤집기를 반복하며 작금의 개미지옥 같은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으니.. 차마 목불인견이다. 나는 무서웠다. 몇 달째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윤석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듯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을 맞이해서 고마운 분들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의원에서도 어떤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명절이 지난 다음에는 받은 선물이 자신에게 맞는지 궁금해하며 묻기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경옥고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다. 필요한 경우 적재적소에 썼을 때는 효과가 있지만 적소가 아니면 아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이전 칼럼에서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홍삼을 장기복용 중인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80세 환자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야간에 잠을 여러 번 깨고 눈이 충혈이 되고 혈관이 종종 터지는 증상도 있었는데 여러 진단 후 그녀의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고려할 때 소량을 며칠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홍삼만 단일약재로 계속 복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지금의 몸의 상태를 개선하려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한약을 같이 복용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때 처방한 약이 경옥고였다. 눈의 충혈과 수면장애는 없어졌고 통증은 개선되었다. 경옥고는 복합처방의 한약으로 인삼, 생지황, 복령, 꿀 네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처방이다
1. 광고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핵심적 사회제도라고 말하면 놀라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 내용을 가장 명확히 설명한 것이 천재적 카피라이터 어네스트 엘모 컬킨스의 소비자 공학(consumer engineering) 개념입니다. 1920년대는 거품경제라 불릴 만큼 미국의 산업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입니다. 문제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상품은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노동자계급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생산은 제품가격 하락과 소비부진을 일으켰고 미증유의 디플레이션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소비자 공학입니다. 시장의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소비자 마음속에 이미 구입해서 사용 중인 제품에 대한 ‘의도적 혹은 계획적 진부화(artificial or planned obsolescence)’를 촉발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가지고 있는 물건에 싫증이 나게 만드는 거지요.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욕구를 무기로 끊임없이 신제품을 구입하도록 부추기는 것.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시켜주는 광고의 마법입니다. 대량생산
“화성시 내 신규 개발사업은 무주택 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간 신도시 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안지구와 봉담3지구 개발사업은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 중심의 개발을 요구한다.” 서철모 화성시장이 지난 달 30일 제3차 신규 공공택지 기산지구를 포함한 화성 진안지구와 봉담지구 발표가 나자 이날 곧바로 낸 성명서 내용이다. 성명서에는 시민 중심의 사업 추진, 포용성장을 위한 협력적 개발, 지속가능한 자족도시 조성, 군 공항 이전지 공모를 통한 수원군공항 이전 총 4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지난 7일엔 청와대에 시민 중심의 신규 공공택지가 개발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정비 및 정책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시장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산지구 때문이다. 기산지구 개발 논의 과정에서 토지주들은 저가보상을 우려하며 민간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시장은 민간개발의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시 주도의 공영개발을 고집하며 공전했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염두한 기반시설 확충을
소설 한번 쓰겠다. 이중첩자 얘기다. 무심코 영화 <토탈 리콜>을 다시 보다가 든 생각이다. 다시 본 건, 1990년 폴 버호벤이 만든 희대의 걸작 원판이 아니라 렌 와이즈먼이 2012년에 만든 리메이크 판본이다. 이게 더 영화 속 이중간첩의 행보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주인공 더그(콜린 파렐)는 자신이 저항군의 행동대장인 칼 하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은 가짜다. 독재자인 코하겐(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저항군의 지도자 마티아스(빌 나이히)에게 접근시키기 위해 그를 저항군 편에 서게 한 것처럼 기억을 조작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칼 하우저는 애초부터 저항군을 파괴하려는 제5열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저항군에서 암약하면서 여자 멜리나(제시카 비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기억이 조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하우저는 진짜로 저항군의 핵심이 됐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마저 다 헝클어진다. 왜냐하면 그는 코하겐에 의해 끌려 와 다시 한번 기억이 조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더그라는 이름의 노동자로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 살아가는 평범남이다. 로리는 그를 감시하는 요원이다. 어쨌든 현재의 그는 ‘노바디’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올 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 간의 대규모 모임을 하기는 어려워서 왁자지껄하게 정을 나누던 코로나 이전의 추석 풍경이 아쉽다. 다들 들떠있을 명절에 유독 쓸쓸한 우리들의 이웃이 있다. 21세기는 실시간으로 지구의 반대쪽 사람들과도 영상 통화가 가능한 정보통신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일천만 이산가족들은 그리운 혈육의 생존도 알지 못하고 어렵사리 생존을 확인했지만 선물을 보내거나 정겨운 대화도 나눌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추석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은 우리가 실향민이라고 하는 이산가족을 자신들의 체제에 반대해서 북한지역을 떠나간 적대적인 월남인이라고 하면서 인도주의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 자세를 보여왔다. 56년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적 우위 상황에서 월북인들의 재남가족을 이산가족이라고 하면서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행사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하면서 북한측은 이산가족 행사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산가족들의 인간적 고통 해소보다는 남북 대화 협력 또는 국제사회와 관계개선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