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지극히 비판적이었다. 죄 없는 스승 소크라테스를 독살형에 처했기 때문일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청년들에게 ‘네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라’고 가르쳤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어진 가치를 신봉하지 말고, 먼저 인간의 덕성부터 갖추라는 가르침이다. 아테네 시민들 귀엔 그 소리가 껄끄럽기 짝이 없었던 모양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아테네식 민주주의가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선장의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전문 항해술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무리들이 선장 자리가 탐나서, 갖은 술수와 선동을 다 동원해 선장을 몰아내면 그 배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은유는 민주주의의 중우성을 폭로하는 강력한 논거로 지금도 흔히 인용된다. 비유의 핵심은 선동과 술수에 놀아나는, ‘제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는 자들’의 유치함이다. 21세기 한국 사회에도 합리적인 사고와 토론이 멈춰 버리는 지점이 여럿 있다. 그 중 대표적이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북한’이다. 화기애애한 술자리에서도 ‘광기에 찬 미친 집단’ 이상 논의가 진전되
향수 /김순덕 어린 날 여름밤은 앞뜰 뒤뜰에 반딧불이 반짝반짝 으슥한 숲에서는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 이웃집 할아버지 메마른 기침소리가 지금은 왜 그리운 것일까 교직에 몸담았던 시인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창백한 여인의 숨소리를 내며 어느 날 문단에 빛과 그림자를 주었다. 강원출생인 시인이 산과 계곡의 물들만 바라본 순수한 마음들이 세속과 견디는 일들은 유년의 회상들로 시작된다. 스르르 눈을 감고 있다 보면 내게 불쑥 내미는 따뜻한 향수와 같은 시다. 삶도 사랑도 없다면 메마른 사람들의 생명선은 끊어진다. 기억 속 기침소리가 문 밖 어디선가 기다려줄 것만 같은 현실은 이내 지나가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에서 제각각 그저 삶 따로 사랑 따로 황량한 사회에서 이겨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낯선 땅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흥겨운 것은 시인의 정신사유만큼이나 정직하고 착한 인정과 신뢰 때문이다. 어제 만났던 시간이 오늘 더 헤어질 수 없는 옷자락으로 밤은 깊어가고, 아침을 기다리고 싶지 않은 시인의 숨결이 어제나 오늘이나 울림과 떨림, 그렇게 지울 수 없다. /박병두 시인
링컨 대통령이 따사로운 오후, 백악관 뒤뜰에서 손수 구두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출입기자가 다가와 “아니 대통령께서 자기 구두를 직접 닦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링컨 대통령은 재치 있게 “그럼 대통령은 남의 구두를 닦아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충동을 극복하고자 주머니에 칼이나 총을 넣고 다니지 않던 사람의 유머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나무에 목을 맬까 싶어 산책도 자제했다는 그가 이런 유머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남북전쟁의 쓰라린 상처를 치유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랐으리라. 미국민 인기조사에서 링컨과 선두를 다투는 레이건은 재임시절, 정신이상자가 쏜 총탄에 맞아 조지워싱턴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촌각을 다투는 수술을 앞두고 레이건은 의료진에게 “당신들이 (나와 같은) 공화당원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긴박한 순간, 대통령의 유머는 의료진을 안심시켰고, 국민들은 레이건을 중심으로 단결할 수 있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정상급 유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영국의 처칠 수상이다. 하원의원에 출마하자 상대후보는 처칠을 향해 ‘늦잠꾸러기에 게으르다’고 인신공격을 감행했다. 우리 정치풍토
아이와 함께 산에 올랐다. 응달진 곳엔 잔설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고 아직은 몸으로 스미는 바람이 차지만 산과 들에서 봄 냄새가 난다.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기며 산새가 흘리는 소리에도 봄이 묻어있고 바위에도 봄물이 스미는지 무거웠던 색들이 제법 산뜻해 보인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유쾌하다. 저것들 하류로 가면서 산정의 봄을 어떻게 풀어놓을 것인지 상상해본다. 겨우내 나무속에 웅크리고 있던 잎과 꽃들이 입덧을 시작한 이야기며 성급히 망울을 꺼낸 진달래가 오종종 떨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아래로 전송할 수 있을까. 산에 오르는 일은 봄을 마중하는 것이며 달라진 태양의 각도를 느끼는 일이다. 햇살이 어느 나무를 먼저 깨울지는 알 수 없지만 겨우내 사나웠던 바람을 깁다가 솔방울 하나 툭, 떨어뜨리자 놀란 겨울이 몇 걸음은 더 달아났을 것 같다. 절기의 끝이 겨울이라면 시작은 봄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두렵고 설렌다. 하얀 도화지 앞에서 무얼 그려야 할지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지 망설여지듯 첫, 이란 말은 늘 어렵다. 대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친 아이가 1년간 휴학을 하며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하던 공부 얼른 끝낸 후 취업을 하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오늘 취임한다. 과반의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적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할 부녀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는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영향은 단지 임기 5년에 그치지 않는다. 큰 성공을 거두면 거두는 대로, 반대로 크게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최소 한 세대 이상 영향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취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당선에서 취임까지 두 달여 사이에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잃은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주 한국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직무 수행을 잘 하고 있다’고 한 응답은 44%에 불과하다. 역대 대통령 취임 시점의 평가로는 가장 낮다. 뿐만 아니라 그 전주에는 49%였다가 1주일 새 무려 5%포인트나 급락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여론의 부박함과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준비된 대통령’에게는 걸맞지 않은 평가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기에 연연하기보
농촌관광은 답답한 콘크리트 숲속에서 사는 도시민에게 청정한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풍습을 체험하면서 휴식과 휴양 등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제공해준다.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판매 및 민박형태의 숙박시설 제공 등을 통한 수입창출 효과를 준다. 농촌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지금까지 농촌은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지역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체험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뿌리를 찾고 건강생활을 위한 먹을거리를 직접 구매하는 장으로 변화해가는 것이다. 바람직한 변화다. 도시민들의 농촌관광 수요증가와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 요구가 늘어나면서 농촌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도 올해 농촌관광 활성화에 300억원을 투자한다. 도는 최근 농촌의 자연경관, 전통문화 등을 매개로 한 농촌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가 밝힌 활성화 방안은 양주의 딸기, 가평의 잣을 주제로 휴식·레저·전통문화 체험이 어우러진 농촌테마공원 조성, 이천 쌀, 양평 오디·뽕, 포천 막걸리, 가평 잣 등 농촌지역 향토자원을 활용한 제품개발, 유통가공시설, 푸드센터 등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공자 정치철학의 요체로, 인구에 자주 회자되는 경구이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제자 자공의 질문에 대해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하게 하며(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답하면서, 경제와 국방의 중요성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정치의 3대 요소로 꼽았다. 특히, 공자는 ‘이 셋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순서를 정해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군사와 식량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를 마지막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아침, 덕담 대신 ‘공자님 말씀’부터 꺼내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논어의 이 구절이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이런 점이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내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대선공약 이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보낸 느낌이다. 추울 땐 섭씨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따뜻할 때는 영상 2∼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과 함께 눈도 제법 많이 내려준 날씨가 겨울을 다른 계절과 확연하게 구분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비교적 평온하게 겨울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구 생물 종은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다. 매년 4만종의 생명 종이 멸종해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의 경고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향후 30년 이내에 지구 생물종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내용의 반쯤만 수용해도 수 천종의 생명이 지난 겨울에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레이첼 카슨 여사는 봄에 들리던 새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적막함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의 제목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하천 물이 오염되어 그 곳에서 살아가는 물고기가 농약에 중독되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죽어간다는 내용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이며 생태계임을 잘 설명해 주었다. 한 생물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생물 종과 연관된 수많은 생명들의…
도내 결핵 발병률이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결핵의 치료와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없어 이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 일상에서 쉽게 감염되고 최근에는 후진국 병이라고도 불리는 ‘결핵’.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병률, 유병률, 사망률을 비롯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환자수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국에 결핵 신감염환자는 지난 2008년 3만4천157명에서 매년 증가, 지난해 4만126명에 달하고 경기도내 결핵 신감염환자도 2008년 5천884명에서 지난해 6천776명으로 증가했다. 대한결핵협회 경인지회 이원철 본부장(59)은 “실제 추정치는 9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걱정이 앞섭니다.” 그는 도내 결핵환자 증가와 그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고 결핵의 예방과 발견 및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원철 본부장은 “결핵감염은 내국인 취약계층 외에도 그동안 방관해온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전문직종 종사자 등도 관심을 둬야 한다”며 “국가차원에서 고가의 약제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다제내성결핵환자&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