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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봄 마중

 

아이와 함께 산에 올랐다. 응달진 곳엔 잔설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고 아직은 몸으로 스미는 바람이 차지만 산과 들에서 봄 냄새가 난다.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기며 산새가 흘리는 소리에도 봄이 묻어있고 바위에도 봄물이 스미는지 무거웠던 색들이 제법 산뜻해 보인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유쾌하다. 저것들 하류로 가면서 산정의 봄을 어떻게 풀어놓을 것인지 상상해본다. 겨우내 나무속에 웅크리고 있던 잎과 꽃들이 입덧을 시작한 이야기며 성급히 망울을 꺼낸 진달래가 오종종 떨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아래로 전송할 수 있을까.

산에 오르는 일은 봄을 마중하는 것이며 달라진 태양의 각도를 느끼는 일이다. 햇살이 어느 나무를 먼저 깨울지는 알 수 없지만 겨우내 사나웠던 바람을 깁다가 솔방울 하나 툭, 떨어뜨리자 놀란 겨울이 몇 걸음은 더 달아났을 것 같다.

절기의 끝이 겨울이라면 시작은 봄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두렵고 설렌다. 하얀 도화지 앞에서 무얼 그려야 할지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지 망설여지듯 첫, 이란 말은 늘 어렵다.

대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친 아이가 1년간 휴학을 하며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하던 공부 얼른 끝낸 후 취업을 하든 대학원을 가든 했으면 좋겠는데 아이의 생각은 다르다. 취업하기도 힘들거니와 성급히 취업을 하다보면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찾기도 힘들기 때문에 1년 동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더 배우고 회사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맞춰 스펙을 쌓아 도전해보고 싶다며 미래를 위해 한 해 정도는 자신에게 휴가를 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나름 설득력도 있고 말릴 명분이 없어 탐탁찮은 허락을 했지만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짠하고 대견하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면접 준비를 하면서 본인의 삶을 시작하고 있는 스물셋의 당찬 나이.

아이는 여러 차례의 경쟁을 통해서 사회를 익혔는지도 모른다.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왕복 4시간 거리의 학원을 방과 후에 다녔고, 대학 진학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니 뭐든 잘해낼 거라 믿는다. 아니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꿈과 용기의 마법을 걸어주고 싶다.

나무는 봄을 준비하기 위해 때가 되면 제 잎을 버리고 뿌리로 깊어진다. 겨울을 견디면서 제 안에 꽃과 잎을 만들어 때가 되면 잎을 꺼내고 꽃을 꺼낸다. 구름과 태양의 일정에 따라 요란하지도 분주하지도 않다. 공중에 푸른 강을 만들어 출렁이기도 하고 자연이란 커다란 도화지에 아름다운 꽃을 그려 넣기도 하면서 제 몫의 계절을 만들어 간다.

봄의 산정에서 마중을 한다. 마중을 하는 것은 나를 마중하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의 미래를 마중하는 일이기도 하다. 산에 오르기 싫어하는 아이를 부추겨 정상에 서게 하고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시와 강과 그리고 대자연의 품에서 자신을 찾게 하고 싶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 환절기를 건너듯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아이에게 희망을 말하고 싶다. 산이 쉽사리 정상을 내주지 않듯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만이 정상에 설 수 있음을, 환하게 웃을 수 있음을 봄 마중으로 대신 말하고 싶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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