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잘것없는 생물인 단순한 세균조차 이미 엄청나게 많은 수의 분자들이 연합한 결과이다. 그 모든 조각들이 원시 바다에서 개별적으로 형성되었고, 어느 멋진 날 우연히 만나 갑작스레 그렇게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냈음이 틀림없다. (프랑수와 자콥) 생명은 과거 환경, 과거 화학의 표명이다. 초기 지구의 모습은 생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지구에 남아 있다. 생명은 시공간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물을 머금고 있는 캡슐이다. 죽음도 생명의 일부다. 죽어가는 물질도 일단 번식하면 복잡한 화학계와 새로운 소산구조가 만들어져 열역학적 평형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생명은 상대적으로 어리석고 무감각해 보이는 우주라는 부모 물질에서 감성과 복잡성을 증가시켜온 결합체다. 생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흩어져버리는 열의 보편적 경향을 거스르면서 자신을 존속해야만 한다. 이러한 열역학적 관점은 생명의 편향성과 목적성을 설명해준다. 수억 년 동안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내기돈을 올리는 데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열을 잃고 해체되는 경향이 있는 우주에서 이러한 화학적 보존 패턴이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존하고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를 만들면서 생명은 시간을 구속하고 복잡성을 계속 확
광주교도소 특사 동에서 아침 점호 시간이 끝나면 까망이는 내가 열어주는 식구통으로 사뿐히 뛰어올라 밖으로 나갔다. 자유 없는 감옥에서 유일하게 까망이만 자유로운 고양이였다. 까망이가 복도에서 ‘야옹’ 하고 한 번 울면 특사의 죄수들은 일제히 까망이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이려고 갖은 아양을 떨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유혹은 먹을 것이었다. 멀건 국 멸치는 하급이었고, 일주일에 한번 배식되던 돼지고기 살코기는 고급이었다. 어떤 죄수는 사식으로 들어온 훈제 닭고기로 까망이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까망이는 여유롭게 이 방 저 방을 순시하듯이 드나들었다. 까망이를 영접한 죄수들은 어떻게든 까망이와 긴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까망이는 한 곳에 정을 주지 않았고 기특하게도 반드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홀쭉한 배로 출타했던 까망이가 저녁에 다시 내 방 식구통으로 넘어올 때는 얼마나 얻어먹었는지 배가 빵빵해져 뒤뚱거리면서 넘어왔다. 까망이는 나를 보며 ‘씩’ 하고 웃어 보였다. 까망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이제는 뺑기통 창을 통해 특사 밖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어느 날 갑자기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까망이가 호들갑스럽게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
-할매요, 뭘 그렇게 많이 사 들고 가세요? -누기라? -저 예주목 사는 사람입니다. -아, 그래여, 이거? 아~들 줄 끼라. -아들요? -손주들, 그거 뜨리 저번 주에 와써, 저 아바이 어마이 일 다닌다고 나한테 매끼노코 가 뿌리네. -아이고, 참말로 더위에 고생 많으시네요. 키워 놓으면 보람 있을 겁니다. 근데 왜 걸어가세요? -3시 차가 고장 나서 안 들어온다카네. 보람은 무신 노무 보람, 나 죽고 저들만 잘 살만 그기 보람이지. 차 좀 태워 주든지. 마스크 썼응께, 주사도 맞았고... -아, 예, 예, 타세요. -나 알아여? -모르는데요. -그런데 우째 잘 아는 사람처럼 말을 걸어서 아는 사람인 줄 알았네. -할매가 막 아는 사람처럼 대답을 잘하시더만요. 하하하하. -그럼, 저짜 봉지뫼까지만 태워 줘. -아이고 걱정 마세요. 집까지 태워 드릴게요. -까자 좀 샀는데 하나 주까? -아뇨, 아뇨, 손주들 갖다 주세요. 저는 술만 먹지 과자는 안 먹어요. -술 한잔 받아 디리야 되는데... -젊은 여자가 사 주는 술만 마셔요. -애이~ 하기사 그럴끼라.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의 각축 만큼 언론의 보도 열기도 뜨겁다.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보도의 핵심이다. 선거-여론조사-언론은 삼각동맹을 구축한다. 정치 여론조사는 단순하지만 순위가 보도되면 최고의 클릭수를 기록한다. 언론의 효자상품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보도경쟁에 뛰어든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 보도를 방불한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걱정이다. 언론사는 경영이 어렵고, 여론조사기관은 조사원이 투입되지 않는 기계음을 활용한 ARS 조사기법이 개발돼 저비용 조사가 가능해졌다. 언론사가 의뢰하는 ARS를 통한 지지율 조사는 3-4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사회사는 유명 언론사를 상대로 무료 조사까지 제안하는 현실이다. 유명 언론사와 손을 잡은 조사회사는 정치여론조사를 기업컨설팅 등 다른 수익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회사가 ‘누이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지난 7월 13일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캠프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자사 입장문 냈다. 이에 앞서 윤석열 캠프에
한순간 지속되는 사랑. 밤, 그것은 빛의 그림자, 생명,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 (알제논 스윈번) 생명은 지구에 충만한 하나의 태양 현상이다. 생명은 지구 대기와 물, 태양을 세포로 바꾸며, 우주 전체로 볼 때 극히 제한된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생명은 성장과 죽음, 처리와 배제, 변화와 부패가 뒤얽힌 복잡한 패턴이다. 생명은 다윈의 시간을 통해 최초의 세균과 연결되고, 베르나드 스키의 공간을 통해 생물권의 모든 구성원과 연결되는 팽창하고 있는 하나의 조직이다. 신이고 음악이고 탄소이며 에너지로서 생명은 성장하고, 융합하고, 죽어가는 존재들이 소용돌이치는 결합체다. 생명은 피할 수 없는 열역학적 평형의 순간(죽음)을 무한정 앞지르기 위해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억척스러운 물질이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형태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살아있는 물체를 그토록 다르게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 답은 과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이다. 생명은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역사다. 일상의 눈으로 보면 “여러분”은 나이가 몇 살이든 태어나기 약 9개월 전에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화적 관점에서 더 깊숙이 보면 “여러분”은 생명의 대담
- 발걸음으로 시작된 인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그의 책 《우리 인간이라는 종자(Our Kind)》에서 인간 역사의 시초에 “발걸음이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성서의 창세기 첫 문장 “태초에”를 본뜬 건데 직립보행의 인류사를 압축한 문장이다. 그런데 이 발걸음이 있기 위해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 생물학적 진화 못지않게 기후다. 또는 기후의 변화가 진화를 촉진했다고 할 수 있다. 빙하기가 지속되는 한 인간의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그만큼 초목이 들어차면서 초식동물의 이동이 있게 되고 그 뒤를 따라 이들의 포식자가 움직이고 인간의 생활영토 역시 넓어지게 된다. 최초의 인류 발상지를 아프리카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루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원시 유골 발견이기도 한데 거기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역시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의 압박 때문이었다. 방하기를 지나 적도 지대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숲이 건조한 사바나 초원이 되자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와 살아야 하는 상황은 직립보행의 결정적 조건을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 제국의 젖줄인 나일강 유역도 주변이 사막화되면서…
벌써 10년 전이다. 한 산모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입덧이 심한 시기인 산후 9주-11주 사이 거의 음식을 못 먹고 힘들어서 내원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가요법을 하던 중 다른 것은 효과가 없고 맘까페에서 추천받아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다고 가지고 왔는데 바로 내관혈 자극기라고 부르는 손목밴드였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게 되었는데 내관이라는 손목 내측에 있는 혈자리 부위에는 볼록하게 요철이 있어서 그 요철을 압박하면 혈 근처를 자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였다. 내관혈이 소화기 질환 등에 효과적인 혈자리인지라 입덧에도 효과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늘 언급하려는 EFT도 한의학의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법만 달리했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큰 맥락에서 내관혈 자극기와 비슷하다. EFT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로저 칼라한이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우연히 물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다가 경락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이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만든 치료법을 공학을 전공한 게리 그레이그가 보다 쉽게 실용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EFT를 기존의 약물, 상담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었던 베트남
음악의 치유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의 이야기. 가을밤, 예고 없는 비에 젖은 생쥐꼴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밖 자전거를 들이다 발목을 삐었다. 절룩대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들이친 비에 책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으악, 비명이 올라오는데 울리는 전화벨.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죽이는 목소리가 있어 들려주려고’라는 말에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 음악 따위 들을 분위기 아니라고! 냅다 지르려는 소리를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덮는다. 수화기를 든 채 커피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 향이 번지는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구질구질한 비에 젖은 시가가 천천히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뀐다. 친구의 표현은 적확했다. 죽이는 ‘음악’이 아니라 ‘목. 소. 리’였다. 대체 불가의 목소리. 가을, 밤, 비, 커피와 너무나 어울리는 목소리. 노라 존스.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 지금이야 세계적인 재즈 가수지만 그때는 첫 앨범을 냈을 때니 신예였다.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400만 장 팔려 대히트를 기록했고 그다음 해 200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음반, 올
동일한 상태에 머물기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생산의 핵심이다. 이는 세포뿐만 아니라 생물권에도 적용된다. 종에 적용되면 진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느리게 밀려오는 기묘한 파도처럼 물질 위에 나타나 파도타기를 하는 물질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통제된 예술적 혼돈이며 기절할 만큼 복잡한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8,000만 년보다 더 전에 표유류의 뇌를 만들었고,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연애 편지를 쓰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우주 탄생 당시 물질의 온도를 계산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생명은 바야흐로 가차없이 진화하는 우주에서 자신의 낯설지만 진정한 위치를 처음으로 자각하려는 듯하다. 지구 표면의 국지적인 현상인 생명은 사실상 우주 환경을 함께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46억 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재가 응축하여 지구를 탄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명은 별의 구성 물질로부터 생겨났다. 생명은 대기 자원의 감소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의 증가로 인해 지국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마침내 붕괴하여 단 1억 년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명은, 생태계에 둘러싸인 채 탈출하여 안전한 피난처에서 약 50억 년 후…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의 말과 글이 살풍경하다.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이상 들을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당 전유물이 모든 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귀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대선 후보의 말과 글은 옮겨 적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상스러워도 너무 상스럽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모멸감이 인다.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도 그 후보의 것 못지 않게 폭력적이다. 유튜브나 포털 뉴스 댓글, 페이스북, 누리집 익명 게시판 등 아무 것이나 딱 10초만 들여다봐도 폭언이 튀어나온다. 피해가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에 말과 글을 흉기처럼 휘두르나? 그런 후보에게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에 폭언을 일삼나? 자신들만의 집단 광기로 권력을 잡아 이 나라를 전리품으로 통째로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고 확신이라도 하는 건가? 폭언은 폭력이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무릎 꿇리겠다는 선언이다. 독선도 이런 독선이 없다. 그런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