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숲속의 출구 찾기 “내 인생의 여정(旅程)을 가던 중에 나는 어둡고 캄캄한 숲속에 갇힌 내 자신을 보았네. 그만 길을 잃고 말았지 뭔가.” 단테의 『신곡』 그 첫 문장이다. 이렇게 헤매고 있던 주인공 앞에 야수(野獸) 세 마리가 나타나 그를 두렵게 한다. 표범과 사자 그리고 늑대. 그는 과연 출구를 찾아 자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다가 정치적 참화를 겪은 조국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그대가 조국'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이 단테의 『신곡』 첫 대목을 닮아있다. 산을 오른 그가 어느 숲길에서 길을 찾는다. 그런데 그것은 조국 한 개인의 출구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이 시대 전체가 탐색의 임무를 안게 된 과제다. 다큐는 2시간의 길이다. 이승준 감독의 작품으로 총연출에 진모영 감독, 제작에 정상진, 강병석 PD와 양희 크리에이비트 프로듀서등이 힘을 합했다. 『조국백서』, 『조국의 시간』을 거쳐 이제 입체적 영상이 우리 앞에 온 것이다. 시사회에 초대를 받아 보는 내내 모르는 내용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숨이 막히고 고통스러웠다. 한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이토록 쉽지 않다. 영화는 냉정할 만큼 감정의 여지를 최대한 빼
지난 16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여러 지역에서 만19세가 된 2003년생 젊은이들이 전통의복이나 족두리를 착용하는 가례 의식 행사를 했다. 이제 막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을 축하해주면서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자부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성년이 된 19세 남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알바천국’이라는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이 만 19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5%가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이었다. 71.2%(복수응답)가 ’아직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주어진 일을 나 혼자 책임지지 못해서'(42.4%), 아르바이트, 직장 등 제대로 된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서(40.4%) 등의 응답도 많았다. 만19세 청년들도 이럴 진데 하물며 이보다 어린 만18세 보호종료 청년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욱 심할 것이다. 아동복지시설과 그룹홈에서 보호받던 청년들은 만 18세(연장하면 24세)가 되면, 시설보호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퇴소해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어린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고 의심에서 해방된 사람들에게 하늘은 땅보다 가깝다. 육체의 모든 감각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만약 그들이 사물의 참다운 본질을 모른다면 그 지식 속에서 아무런 유익함도 찾지 못할 것이다. 온갖 사물에 대한 참다운 지식은, 그 속에 사물 자체로서의 참다운 본질이 숨어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인도의 쿠랄) 인간은 강한 존재이며, 자기 내부에 있는 영혼의 힘을 아는 자, 자기 밖에서 힘을 찾을 때는 무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통제함으로써 진정한 지배자가 되어, 한눈팔지 않고 전진해 목표를 달성한다. 그는 자신의 두 발로 힘차게 서 있기 때문에 당연히 땅바닥에 쓰러진 자보다 강한 사람이다. (에머슨) 어떻게 신을 알고 있느냐고 묻거든 신이 내 마음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완전히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이 시공을 초월한 존재자를 육체의 눈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보라. 자기 자신을 모르는 자가 어찌 신을 알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것이 바로 신을 아는 것이다. (페르시아 금언)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계
“1980년 5월에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있고, 인터넷이 있고, SNS가 발달했다면, 신군부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겁니다.” 나경택 기자는 지금도 5월이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기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쉽게 잊히지 않는 듯했다. 광주 지역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랬듯 그 참상을 목격하고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을 싣지 못했다. 신군부의 보도통제 때문이었다. TBS가 5·18민주화운동 42주년 특집으로 제작한 ‘오일팔 증명사진관’에서 나 기자는 당시 광주의 상황을 밖으로 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광주는 고립무원의 도시였다. 광주와 전남 지역 외 다른 곳에서는 광주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부는 광주시민을 무자비한 폭도로 매도했다. 나 기자는 건물에 숨어 촬영을 계속했다. 옷 안에 카메라를 숨기고 다녔다. 건물 옥상에서 군용헬기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황급히 숨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그는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을 찍었다. 광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름과 사진을 잃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19일은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인 호찌민이 태어난 날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53년이 지났지만 바딘광장에 있는 그의 영묘에는 참배객들의 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호찌민에 관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 내게 베트남통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한국 작가로서 호찌민이 지닌 가장 큰 가치와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호찌민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한 사람이었다. 인민을 위한다는 지도자는 많았지만 인민을 위해 산 지도자는 매우 드물었다. 호찌민은 그 드문 지도자 중에서도 매우 특별했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베트남에서 살았던 여섯 개의 집에 모두 가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응애안의 작은 시골집은 베트남의 전형적인 농가다. 베트남의 최고액권인 50만 동 지폐 뒷면에 찍힌 야자나무 지붕의 소박한 바로 그 집이다. 내가 가본 호치민의 두 번째 집은 베트남 남부에 있는 해변도시 판티엣의 야간학교였다. 그는 베트남을 떠나기 전에 늑맘(젓갈)생산지로 유명한 판티엣의 젓갈공장 부설 야간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내가 오래전 비 오는 날 산길을 달려 찾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한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단골로 방문하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DMZ 대신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의 목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IPEF도 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였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전직 대통령을 만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외국의 외교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의 국가 원수가 특정 국가를 방문해서 전직 국가 원수를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있었다. 아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늘 방한해 21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새정부 출범 11일 만으로, 글로벌 격변기에다 북핵 등 중차대한 시기라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는 새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24일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서 IPEF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한국의 IPEF 참여는 새 정부가 지향하는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대외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세계는 갈수록 전통적인 안보와 함께 경제·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흔들렸던 한미동맹을 온전하게 복원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안보·경제·기술 등을 망라한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통한 호혜적 수평관계가 정립돼야 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내 확장 억제력’ 강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논의가 북핵 대응에도 실효성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자기 자신 밖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나를 이끌어 줄 빛을 찾아 전 세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낮이고 밤이고 쉬지 않고 그것을 찾아다니다 마침내 나는 나에게 진리를 계시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예언자는 내 마음속에 있었고 내가 온 세계를 찾아 헤맸던 그 빛도 결국 내 속에 있었다. (수피)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구원자이고 또한 파괴자이기도 하다. 외부적인 것은 인간에게 악을 저지를 수 없다. 인간이 자신의 법칙에 따라 살고 있다면, 설사 우주가 멸망한다 해도 그의 몸에 악은 깃들지 못할 것이다. (류시 말로리) 종교가 내면의 힘을 잃게 되면 외면의 신앙 습관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선행의 대용품이 되고 만다. 민중은 거짓 설교자들이 가르치는 추상적인 신앙 열광에 빠져들어 신성한 의무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방탕과 타락의 늪에 몸을 던진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고 그릇을 씻지만 영혼을 씻는 방법은 모른다. 예수는 말했다. “마음에서 모든 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라. 외면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도 악도 다 내면적인 것이다.” (라므네) 운명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인간은 운명을…
한의대 20년 선배님인 한 한의사 원장님은 거의 매일 아침 공원에서 태극권을 오랫동안 지도하셨다. 그 선배님의 이른 아침 태극권 모임에 참여하게 되며 부지런히 운동하는 몇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의사 한분이 계셨다. 식이요법과 아로마요법 등으로 자신을 치료하던 중 류머티즘에 효과적인 운동으로 알려진 태극권을 배우려고 수소문하였고 이 모임에 참여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도 열심인 분이었다. 선배 원장님께 태극권과 함께 한약과 체질침 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호전되어 체질침 전도사를 자처하셨던 열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태극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기공 중 하나이다. 사실, 기공이란 용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개념이다. 철학적 혹은 종교적인 관점, 혹은 기공을 수행하는 유파에 따라 기공을 수련하는 방법, 동작, 목적이 다르기에 설명이 달라진다. 기공에 포함되는 여러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만 기공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이다. 1950년대 의료계에서 유귀진이 저서 (기공요법실천)에서 “기(氣)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의 호흡을 통한 의념(意念) 활동을 뜻하며 공(功)이란 이를 바른 자세로 꾸준히 연마하는 것”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