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평민이 양반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과거 급제뿐이었다. 서원이 등장하기 전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서울 중앙에 있었던 성균관과 지방에 있었던 향교였다. 당시 과거 급제를 위해 유생들이 주로 찾았던 교육기관은 향교였으며, 향교는 공자를 모시고 제향과 교육을 담당하던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당시 향교는 오직 과거급제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고, 시대적으로 향교를 대신해 성리학 본연의 학문을 가르칠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이다. 주세붕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서원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조선의 관리가 되어 백성과 임금을 위해 일해 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서원 유생 선발부터 서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의 초점이 모두 조선의 관리가 되기 위한 내용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하여 백운동 서원은 실제로 ‘과학’ 명소로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유생들의 공부 방법 중 하나인 ‘거접’이 대유행을 하고 있을 때, 퇴계 이황은 풍기군수로 부임해 왔다. 퇴계는 이 거접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유학에서 말하는 공부는 ‘도(道)’를 깨달아 실천하기 위한 ‘도학(道學)’ 탐구와 덕성 함양이
경기도체육회가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은 지 9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치와 체육이 분리되면서 지난 1월 15일 선거를 통해 이원성 회장을 민선1기 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당선 및 선거 무효 소송을 거치는 등 혼란을 겪기도했지만 한달여 만에 법원에서 이원성 회장이 제기한 당선무효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으로 인준을 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도 8개월이 되가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는 민선1기 시대를 맞아 발전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당선 직후부터 도, 도의회와의 갈등설이 돌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민선1기 도체육회 임원 선임도 계속 미뤄지다 지난 7월에야 완료됐다. 그 사이 이재명 지사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했던 박상현 전 사무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체육회를 떠났고 이로인해 직원들간의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지난 8개월 동안 도체육회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도체육회가 진행하려고 했던 경기도체육대회와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등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거나
“얘들아~ 오지마라.”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가슴 저릿한 어르신들의 영상이 있다. 코로나 19로 고향 못 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자 의성군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찍은 ‘귀향 자재’ 동영상 편지였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이 각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도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영상이었다. 무료한 일과 속에서 명절만 기다리던 어르신들께는 보고 싶은 자식 안 보기로 한 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야 했던 수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땅한 조치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죄송하고 머쓱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려해도 불안하고 안 가려해도 죄스러운 2020년 현실 속 한가위가 어르신들께는 한없이 적막할 듯 보인다. 현실과 달리 홈쇼핑 화면 속 한가위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화려하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 하세요’ ‘못 가는 한가위 선물로 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글지글 구워대는 맛
요즘 어두움이 찾아오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깊어지면서 저녁을 집에서 하면, 밖으로 나가 1시간여 운동장에서 뛰거나 걷곤 한다. 낮에 거의 해를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긴장마를 거친 뒤 찾아온 최근 며칠 사이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모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 모두들 지쳐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킨지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숨도 마음대로 못 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는 계절이다. ‘아무 일 없이 들어왔겠지?…’하면서.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냉기가 안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비정상이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건네준 가을 밤은 좀 다른 얘기도 들려주는 것 같다. “계절을 가리지 않던 불청객 황사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잠시나마 서행하면서 조금은 뒷걸음치고 있다. 인류가 그동안 무한 질주해 올해는 유난히 지구촌에 기상이변 재해가 많았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라”고. 오늘밤도 운동장을 쳇바퀴 돌듯 걸으려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달과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미래 기계와의 전쟁을 그린 ‘터미네이터’(시리즈)가 있다. 그 가운데 1991년 개봉작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금속 인간로봇’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슈워제네거의 총에 맞아 몸에 큰 구멍이 나도, 몸이 거의 형체가 없이 사라질 것 같아도 이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된다. 불사조같은 로봇이다. ‘액체금속(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가 되면 기억을 찾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로봇과 싸우는 일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늘로 100차례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찌그러졌으나 바늘을 떼자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섭씨 90도로 10분간 가열했지만 일부 스파이크(돌기)만 떨어졌고 전체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의 한 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바이러스의 질긴 생명력이 오늘날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통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바깥에 나오면 생존 능력이 감소하는 데 반해 코로나는 물건 표면에 붙어 며칠간 생존할 수…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는 모두가 처음 겪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영화 제작일이 중단되고 방송사들도 신규 제작보다는 재활용을 하며 제작비 절감을 하고 있는데 적자의 늪에서 헤매는 악순환이 외주제작사로 전가되었다. 프로그램들은 손쉬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스페셜이라는 미명 아래 재방송을 하며 외주제작사들은 재편집료로 기존 제작비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동료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사무실 임대료와 기본 제작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한 방송사가 계절마다 했던 공모도 줄어들어 겨우 수십 편에 이르던 외주공모가 3편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국내 취재 다큐 프로그램 30분 한 편에 500만 원이니 어떻게 제작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작사의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제작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외국 출장 프로그램 제작은 엄두도 못 낸다. 출국은 되어도 상대국의 입국 보장이 안 되는 현실에 또 입국 후 격리되어야 하니 외국 출장은 힘들다. 그나마 제작사들은 외주PD들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인데 외주PD들은 제작 일을 못하
코로나19 이후 하염없이 추락했던 주가가 최근 역대 최대폭으로 반등하면서 주식투자 인구와 자금, 거래규모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며 주식대박의 무용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장중 1439로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만에 1천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2400선을 넘었고, 코스닥도 100% 이상 뛰어오르며 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한 것을 빗대어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무렵 증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무려 70조 원으로 여기에 선물옵션 자금까지 더하면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결국 시중에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아 하루 평균 약 6천억원씩 증시로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비대면 경제’가 보편화되고 안정적 일자리
어려서 3권짜리 삼국지를 읽었다. 표지가 떨어져나간 이 책을 동네 청년들이 돌려가며 보았다. ‘새농민’이라고 월간지가 우체부 아저씨의 붉은 가죽가방에 담겨 배달되었다. 아마도 당시 농어촌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 만든 잡지였을 것이다. 거기서 고바우 영감을 처음 만났다. 이마에 머리카락 한 올 세우고 세상을 비평하는 4칸짜리 만화였다. 세월이 흘러 책이 줄어들고 모바일이 늘었다. 전기만 통하는 철선인줄 알았는데 전기줄 속으로 말이 오간다. 시골마을 이장집에 전화기가 들어오자 동네사람들이 줄을 선다. 도시에 나간 아들딸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 자녀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줄을 서니 이장님 집 앞은 줄서는 맛집(!)이 되었다. 이장님댁 전화를 쓰기위해서는 10원짜리 동전이 필요했다. 시외전화 전용전화기로 시내전화가 되는 줄을 누군가가 알아냈다. "유레카~!" 대단한 발견이었다. 시외전화 되는 기기이니 시내는 당연히 되는데 시외만 거는 줄 알았을 정도로 착하게 몰랐다. 모바일은 무선으로 연결된다. 이제 4살 아이도 그림책을 문지르다 화면이 바뀌지 않으니 책을 내던진다. 매일 오전, 오후로 예쁜 사진을 주고 받는다. 참 좋은 글을 어디서 구했는지 긴 문장을 정성
한미동맹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식상하리 만치 단골이슈가 되어 오면서, 동맹유지의 당위성 보다는 이른바 ‘개혁적인 재조정’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듯하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동맹이 양국 관계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미덥지 못한 마음은 여전하다. 통일부 장관의 소위 ‘한미평화동맹’과 같은 말장난으로 치부되는 수사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집권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한미 양국 정상 간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집권층 일부는 현 시점까지도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수적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 쇠퇴론’과 ‘중국 역할론’ 사이에서 갈지자를 걷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어설픈 대응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켰고, 중국의 경제력 증대와 한반도 통일에의 역할론은 한국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갈등을 ‘쇠퇴 강대국’과 ‘뜨는 국가’, 그리고 ‘포식(predation)’과 ‘파트너십’이란 개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대미 자주노선
“각종 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설명할 때 인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전쟁에 비유하는데, 사실상 전 세계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사상자가 많게는 7000만명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봤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집계된 환자만 해도 3000만명이며 사망자는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감나는 비유인 것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 코로나 3차 세계대전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발했다. 그리고 이제 9개월여가 됐는데 포연은 더 짙어지고 전장도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언제 코로나 싸움이 끝날지 예측만 할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히틀러 독일군이 폴란드의 서쪽 국경을 침공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1945년 9월 2일에 공식적으로 끝났다. 전쟁발발 만 6년만이다. 구글 자료에 따르면 전사자는 약 25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약 30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를 실제 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전쟁과 100%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