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당내 공천과 여야 대결이 본격 점화됐다. 집권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열세를 보인 경기도의 경우 대선 주자였던 유승민 전의원과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의원을 비롯해 심재철 함진규 전의원 등 내로라는 하는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에 나섰다. 이에 맞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을 포함해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서울시장에 송영길 전 대표가 나서는 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지방정부 수성에 부심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를 포함해 다선의 안민석 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역시 비중 있는 인사들이 불꽃 공천 싸움에 들어갔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0여 일 만에 치러져 보통의 경우 집권당에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이 역대 최소 표차(0.73%)로 승패가 갈렸고,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과거에 비해 낮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가 사실상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 17
정신적인 세계에는 육체적인 세계보다 모든 것이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기만은 반드시 또 다른 기만을 부르고, 모든 잔학행위 또한 또 다른 잔학행위를 부른다. 사람들은 흔히 단순한 건망증으로 자신의 양심이 결백함을 자랑한다. (조니자드 라페스키) 작은 악에 대해 이 정도쯤이야 하고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금만 물방울이 모여 항아리 하나를 채운다. 어리석은 자는 조금씩 악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온몸이 악으로 가득 차 버린다. 선에 대해서도 어차피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그릇을 가득 채우듯, 선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 또한 온몸이 선으로 가득 차게 된다. (부처) 나무 기둥을 쓰러뜨리면 그 가지도 함께 쓰러지듯, 죄악의 뿌리를 제거하면 다른 죄악도 같이 제거된다. (파스칼) 사람은 미덕을 많이 갖추었다 하더라도 일단 허영심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이 흔들리고 만다. 허영과 진실은 결코 부부가 될 수 없다. (라 로슈푸코) 악의 싹을 감시하라. 악이 싹트는 것을 알리는 영혼의 목소리가 있어, 그것이 싹트자마자 우리는 왠지 모르게 초조하고 부끄러워질 것이다. 그 목소리를 믿어라. 그리고…
“거긴 가지 말아요! 그 나쁜 놈들은 빵을 만드는데 악마가 발명한 수증기를 사용한단 말이오. 하지만 나는 하느님의 숨결인 북풍과 동풍을 이용해 일을 하고 있소.”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풍차방앗간의 편지(Les Lettres de mon moulin)』다. 어두운 파리와 빛나는 프로방스를 대비시킨 이 단편은 도데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 남쪽 끝 퐁비에이유(Fontvieille).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무대인 아를(Arles)과 길쌈의 마을 파라도(Paradou) 사이에 있다. 옛날에 이곳엔 풍차방앗간이 많았다. 프로방스 사람들이 밀방아를 찧어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파리에서 온 사람들이 기계방앗간을 세우면서 풍차방앗간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웬일인가. 언덕 위의 코르니유(Cornille) 영감님 풍차방앗간은 돌아갔다. 이 영감님은 빈 방아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비밀을 안 마을사람들은 모든 밀을 코르니유 영감님께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 후 이 영감님은 절대로 일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골사람들의 인정과 의리가 산업화와 기계문명의 거대한 회오리를 막아낸 감동의 대서사시다. 프랑스…
집 근처 사거리에 보름 가까이 걸려있던 현수막, 대선 당선사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다. 그런데 참말일까, 가능은 할까, 얼마나 노력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부동산 정책, 지속적 성장, 사회 양극화 해소, 소통 문제 등 사실 여야 보수 진보가 많은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대안책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북에 대한 인식, 관점에서 본질적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은 대북정책이라 확신한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핵미사일 문제 등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바로 진단한다면 새 정부에서 기대치 않는 커다란 성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기대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까.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자. 북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먼저 헌법이 요구하는 최상의 가치, 평화적 조국 통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북한은 현재는 적(
엄마, 당신이 낳은 딸을 보세요. 낳고 기른 딸이,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어서 걸어가요. 낮게 걸린 비구름 사이로, 건듯 내딛는 걸음걸이가 바람 같아요. 바람은 멈추지 않아요. 멈춤과 바람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서, 끝끝내 멈춤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요. 엄마, 당신이 낳은 딸이 그래요.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딸이기를 포기한 적은 없어요. 의사의 입에서 사망선고가 떨어지던 그 날도 그랬어요. 모두가 절망으로 머리를 조아릴 때, 당신이 낳은 딸은 바람처럼 나부끼며 온몸을 펄럭거렸어요. - 울 엄마 아직 안 죽었어요. 엄마, 당신이 기른 딸을 보세요. 낳고 길러 공부시킨 딸이,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어서 새벽을 열어요. 새벽이면 어둠은 썰물처럼 무너져요. 무너지는 어둠을 딛고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밀물 같아요. 밀물은 바다를 품었어요. 바다를 품은 밀물이 첫차를 타고 돈 벌러 가요. 엄마, 당신이 기른 딸이 그래요. 가족을 먹이는 일이라면 포기하지 않아요. 포기를 모르는 모습이 엄마를 닮았어요. 뒷모습조차 당신이랑 똑같아요. 금방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고 서방” 하고 부를 것 같아요. 불러 세우
“벌에 쏘여 본 적 있으세요?” 한의원에서 봉약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혹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종종 하던 질문이다. 예전에는 이 질문이 유효했지만 최근에 특히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젊은 층에는 의미가 없다. 당최 도시에는 벌에 쏘일만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벌의 개체수도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임상에서 꿀벌의 도움을 자주 받는다. 한의원에서 만성 통증치료에 적용하는 봉약침 요법은 자연상태의 벌(Honey Bee)이 가지고 있는 독을 추출, 정제하여 치료에 유관한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병(以毒治病)이라 하여, 약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을 잘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봉약침 요법 또한 이에 해당된다. 벌의 독은 약 40가지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통과 소염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기능을 증진시켜 준다. 꿀벌이 생산하는 꿀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한약재명은 봉밀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봉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5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도우며 비위를 보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푼다. 여러 가지 병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마이스(MICE)산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매우 큰 산업이다. 연관 산업이 매우 다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커서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도 불린다. MICE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1배나 된다고 한다. 체류기간도 1.4배다.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크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기획사·개최지·숙박업체·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며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고 한다. 도시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지역의 문화산업 육성 효과도 기대된다. 수원컨벤션센터가 마이스 산업의 중심을 꿈꾸며 개관한 지 3년이 넘었다. 수원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은 1995년부터 추진해왔다. 고 심재덕 수원시장은 수원시의 미래 산업을 고민하다가 다채로운 전시·국제회의, 이벤트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컨벤션센터에 주목했다. 심 시장은 수원천 복원,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수원화성행궁 복원, 월드컵 경기 유치, 세계적 화장실문화 메카 수원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컨벤션이야말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산업’이라고 결론 내리고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돌베개 출간)을 읽으면 허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프너는 저널리스트답게 히틀러에 관한 기록을 건조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오히려 실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과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든다.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굶어 죽은 러시아군 포로 300만 명. 폴란드에서 유대인 200만 명 살해. '쓸모없는 식충이'로 분류된 독일인 10만 명 살해. 집시 근절작전으로 독일인 50만 명 살해. 폴란드 지도층 근절 정책으로 100만 명 살해... "히틀러는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수많은 해롭지 않은 사람들을 죽게 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알렉산드로스나 나폴레옹과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고, 여성 연쇄살인범 퀴르텐과 소년 연쇄살인범 하르만과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의 손에 희생된 사람은 몇 십 명 또는 몇 백 명 단위가 아니라 몇 백 만 명 단위로 헤아리게 된다. 그는 그냥 대량학살을 행한 범죄자이다." 하프너를 떠나 이제 우리가 빈 칸을 채워야 한다. 히틀러의 대량 학살, 제노사이드를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라는 구조적 모순이 낳은 필연인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