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피는 꽃이 있다. 수직으로 아찔한 벼랑 끝에 처절하게 부서지는 꽃이 있다. 부서지고 죽어야 피는 그 꽃은 일터에 핀다. 밤낮으로 택배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굴착기에 무너진 흙더미가 머리 위로 쏟아질 때, 십층 높이에서 일하던 인부가 발을 헛디딜 때, 피처럼 붉은 땀이 죽음꽃으로 피어난다. 추락하는 꽃들에게는 날개가 없다. 스스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밝힌 이들이 있다. 틱꽝득과 전태일이 그렇다. 베트남 승려 틱꽝득은 1963년 소신(燒身)하였고,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은 1970년 분신(焚身)했다. 승려 틱꽝득의 죽음은 부패한 응오딘지엠(Ngô Ðình Diệm) 정권을 몰락시키는 도화선이 되었고, 청년 전태일의 죽음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발화점이 되었다. 그것이 역사에 기록된 두 사람의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리고 계승해야 할 것은 기록된 죽음 너머에 있다.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불태워 더 많은 이들의 희망을 살리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다. 헐벗고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옷과 밥과 집을 위해 제 한 몸을 불살랐다. 자신의 목숨을 그들의 희망과 바꿨다. 우리가 기리고 계승해야 할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애칭 DJ)이 1997년 선거에서 대권 4수의 벼랑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세 번째 도전인 1992년 선거에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할때만 해도 ‘김대중 대통령’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DJ(당선 당시 73세)는 올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3수, 77세)처럼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런데 5년 먼저 DJ를 제치고 대권에 오른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최고 권좌에 오른 뒤에도 DJ를 끊임없이 견제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이 꼬여갔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서해 훼리호 침몰 등 잇따른 대형 참사, JP(김종필 총재)와 결별 후 지방선거 참패(1995년), 급기야 대선을 앞둔 1997년말 환란(IMF구제금융 신청)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DJ대통령의 1등 공신은 YS라는 말이 나왔다. 요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켜보면 ‘양김’(YS.DJ)이 생각난다. 올 초 추미애 장관이 취임한 이후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에도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윤석열 총장은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야권 1위는 물론 여야 정치권…
1950년 6월 10일 창립된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동계체육대회 종합우승 17연패, 전국생활체육대축전 19년 연속 최다종목우승 등 대한민국 체육사에 길이 남을 대업을 달성했다. 스스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 스포츠 넘버 1’이라고 자부해왔다. 지난 1월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으며 경기도체육회는 도내 체육인들로부터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경기도체육회는 방만한 예산 운영, 편법 예산 사용, 부적절한 공유재산 관리 등 온갖 비리와 편법의 온상으로 전락됐다. 현재 진행중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 중 최대 이슈는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감사였다. 지난 11일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도체육회의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었다. 항목에도 없는 대외협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했고 경기도 공유재산인 경기도체육회관을 제3자에게 전대하면서 사용료를 위법·부당하게 징수한 것은 물론 관리비로만 사용해야하는 사용료를 위법·부당하게 사용했다. 또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감사에서 16~17건의 지적사항이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반복된 감사지
“네가 가는 길이 최초가 되더라도, 마지막이 되게 하지 말라” 이번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 ‘여성.흑인.아시아계’라는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에게 그의 어머니가 생전에 건네준 말이라고 한다. 해리스는 지난7일 당선자 수락 연설에서 모친의 말을 인용해 “저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지만, 제가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지켜본 지구촌에 많은 울림을 준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우리도 모든 어린 소녀들이 대한민국이 ‘가능성의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도 해리스 같은 지도자가 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낙연 대표의 말은 원칙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좀 다른 느낌도 갖게 한다. 한국에는 부통령제가 없지만 선출직에서 그만한 비중있는 자리를 말한다면 서울시장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최근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인 인물 고르기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두 선거는 전임 시장의 성추문 뒤 이뤄져 여성 후보론이 어느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력한 여성 인물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의 선거결과 불복으로 아직 제46대 차기 미국대통령이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대선 결과는 결국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로 낙착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비핵화를 위한 트럼프대통령의 3번에 걸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아왔던 우리로서는 앞으로 미국 새 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의 방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비핵화문제 해결은 단순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 나아가 남북 경제 공동체 건설 그리고 장래 통합된 한민족의 웅비를 가져올 수 있는 초석을 쌓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 우리 외교당국의 생각이나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은 바이든 당선자가 비록 오바마 정부 8년간 부통령을 지낸 경험을 갖고 있으나 단순히 ‘전략적 인내’ 라는 오바마정부 정책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은 미국의 선택이었다기 보다는 MB정부의 북한 붕괴를 예견한 대북 강경정책을 미국에 요청한 결과로 나온 정책으로 이해함이 맞다. 이제는 이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이 북한핵문제를 능동적이면서도 지혜롭게…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여든여덟 살 때의 일이다. 선생은 이른 아침 <샘터>에서 일하고 있던 정채봉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 선생, 나 지금 공항에 나왔어요.’ 하더란다. 정채봉 씨가 ‘선생님 어디 가시려고요?’ 하니, 선생은 ‘독일 좀 다녀오려고요’ 하기에 ‘아니 혼자서요?’하고 되물으며 당황해하니까 선생께서는 껄껄껄 웃으며 오늘이 만우절 아닙니까. 하시더란다. 그때서야 정채봉 씨는 만우절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그의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어서 그는 가족끼리라도 장난이라도 치면서 키들키들 웃으며 살자고 했다. 팍팍한 세상 아침 시간 산길을 걷는다. 가을 산의 마지막 이별의 이미지인가. 낙엽이 빗물을 머금고 있다. ‘가을에는 소 발굽에 고인 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하늘이 목마른 가을의 이별 앞에 빗물로 목을 축여주는가 싶기도 했다.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에 좋은 시절… / 갈 까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 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긴 긴 밤을// 차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의 무등차(無等茶)라는 시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이었던 그는 ‘씀바귀 잎에 바람이 지
월에 한 번 정도 부부가 도계를 2~3번 넘나드는 여행을 간다. 지인 부부 4명이 한팀이 되어 어느 목적지를 정한 후에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경기도내 휴게소에서 맛 표현의 달인 이영자 먹교수의 어록을 떠올리면서 이천쌀밥, 안성국밥, 양평해장국을 먹는다. 점심에서야 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그러기 위해 오며 가며 만나는 관광지, 유적지 간판을 유심스럽게 살핀다. 예약도 없고 누구를 만나는 약속도 없으니 급하지 않고 여유롭다. 한 분이 의견을 내면 3인이 따라가는 방식이다. 지난 여름 지루했던 장마때는 새벽에 폭우가 내려서 회의결과 당초 목적지의 절반거리인 추풍령까지로 잡았다. 안성휴게소에서 국밥을 먹고 추풍령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다시 당초계획대로 가야산 국립공원에 안착했다. 하루 600km 여행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졌다. 전국을 연결하는 길고 짧은 고속도로가 경부축을 중심으로 촘촘한 그물망 도로망이다. 인제-양양터널은 1만965m이다. 비 오는 인제터널에 진입후 10km를 달려 양양터널로 나오면 맑은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오뉴월 소나기는 소의 등을 가른다 했다. 소 잔등을 2m로 계산하면 5000두를 나란히 세운 거리다. 1998년 정주
지난 11월 7일에 제40회 가람문학상 시상식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인 익산의 수우제에서 열렸다. 날씨가 깊은 가을의 운치를 보여주어서 정감이 있고 따사한 축제 자리가 되었다. 전국에 많은 축제가 있지만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행사가 이곳에는 있다. 바로 인근 여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식당 3곳으로 분산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지역의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임을 보여주었다. 가람선생은 1932년 <東亞日報(동아일보)>에 「時調(시조)는 혁신하자」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선생은 이 글에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시조의 계승과 그 실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적고 있다. 가람 선생이 얘기한 여섯 가지 시조 혁신 방안의 내용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① 실감실정(實感實情)을 표현하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의 수삼(數三)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이다. 이는 시조가 갖고 있는 주제나 소재의 비현실적이고 한정적이며 관념적인 면을 지적한 것으로 요즘의 많은 작품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식, 시적대상에 대
‘특수(特殊)’의 사전적 정의는 “특별히 다름”이다. 다름의 대상은 ‘일반’일 것이다. ‘일반’의 사전적 정의는 “특별하지 아니하고 평범한 수준”이다. ‘다름’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점”이다. 흔히 사용되는 ‘특수’, ‘일반’, ‘다름’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본 것은 근래에 들어 이들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는 ‘일반’과 ‘구별’되는 무엇이다. 구별된다는 것은 기본 속성은 동일하다는 것을 뜻한다. 근본은 같으나 몇몇 특징에서 그분이 되는 것을 우리는 ‘일반’과 ‘특수’로 나눈다. 아예 다른 종류라면 어느 것이 ‘일반’이고 어느 것은 ‘특수’가 될 수 없다. 그저 전혀 다른, 상관없는 개개의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특수’ 역시 ‘일반’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 또는 원칙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몇몇 부분에서 특별히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요즘 국회는 법무부 특수활동비로 시끌벅적하다. 법무부가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사용이 적절했는지 감찰을 하겠다고 하자 야당은 법무부 특수활동비도 검증하고 나섰다. 법무부에서 특수활동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야당은 다시 정부부처 전반에 걸
길거리의 젖은 낙엽들로 새벽바람이 차가운 진도의 아침을 맞는다. 진도는 시(詩).서(書).화(畵).창(唱)이 살아있는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진 보배의 섬이다.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섬이라면, 진도는 자연의 질서로 정직하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섬이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이 섬에 한국시화박물관이 들어선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시단의 빼어난 시인과 화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수석박물관이 자리해 무생물의 수석에 감춰진 내면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에 자리잡게 될 박물관은 전시공간과 학생들의 자연탐구로 활용했던 학습공간 등 4천500평이다. 전시공간에는 詩人들의 친필 시와 소설가들의 작품 중 문장아포리즘과 서예가들의 서체와 갤리그라피 등 진귀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박물관의 특징은 인문학 성격을 갖는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학축제를 가져 단순한 문화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이유를 묻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메시지와 사람과 사람의 공간이 될 것이다. 박물관장인 이지엽 시인의 고뇌와 철학이 묻어난 문화예술의 장르간의 소통과 교섭으로 진도군의 문화관광산업 브랜드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지엽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