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에서 시작된 어젠다들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제1야당이 총선 대패의 충격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인상이다. 진보적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일깨우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에 대해 기존 통합당 중진들이 비판을 꺼내 들고 있다. 그러나 ‘보수’를 표방했던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새누리당 포함)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김종인의 이슈 파이팅을 비판할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논쟁을 시도하는 게 맞다. 통합당의 잠재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뜻밖으로 한바탕 ‘보수 타령’을 늘어놓았다. 원 지사는 9일 미래통합당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한테 3연속 참패를 당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렸다”며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포럼 대표를 맡은 장제원 의원은 통합당의 당내 차기 대권 주자를 놓고 비관론을 편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 후보는 누가 점지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본인의 피와 땀, 눈물, 노력,
해남 땅끝순례문학관 백련재 문학의집에서 입주 작가를 공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가선정도 입주도 늦어졌다. 아버님의 병환도 살피고, 시나리오작업도 촉박해서 신청했는데 선정소식과 더불어 아버님은 그사이 병마가 호흡기에서 췌장암으로 판명되면서 소천하셨다. 아버님이 참 그립다. 병상에서 통증을 호소하시던 아버님 생각이 일어날 때면 눈방울이 떨어진 채로 책장을 넘기곤 한다. 산그늘이 조석으로 백련재를 덮는다. 대흥사 산사와는 떨어진 거리지만 그윽한 고요함을 만끽한다. 신록의 푸르름이 펼쳐진데다 산새소리와 자연을 감흥하며 홀로 지내자니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새삼 사람들과의 관계, 아픔, 상처, 나는 세상과 별리를 오래전 준비해 왔던 셈이다. 절실하게 고민하고, 사유하는 동안 섬마을들을 훔쳤다. 외진 섬을 돌며,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가 많아졌다. 막연한 세월은 아니었지만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들을 재생하면서 지금의 나를 더 격려하는 시간들을, 다시 백련재에서 찾았다. 짧은 삶을 어떻게 살까? 소유물이 있다면 어떻게 나눌까? 방충망에 울어대는 나방도, 짙게 내려앉은 구름도, 소슬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귀하고 아름답다. 집
텔레비전 화면에서 송해를 볼 때마다 아련한 생각이 든다. 너무 오래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란 제목으로 1972년에 시작했다가 1977년 4월까지 진행했다. 1980년에 ‘전국노래자랑’으로 재탄생한 뒤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송해는 1988년 5월부터 1994년 4월까지 5년 11개월 동안 맡다가 몇 개월 다른 사람이 맡던 것을 1994년 10월부터 다시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뒤에 맡은 기간 만도 26년, 그 전까지 합치면 30년이 넘는 세월이다. 얼마전 그만 둔 강석, 김혜영은 각각 36년, 33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행자의 재능 여부를 떠나서 특정인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비슷한 경우로는 ‘가요무대’가 있다. 1985년 11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사회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맡고 있다. 2대째인 1985년 11월부터 2003년 6월을 진행한 뒤 다시 2010년부터 4대째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4대만 본다면 10년, 2대 9년까지 더하면 19년을 같은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상징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와는 달리 진행자가 바뀌면서도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밤을 잊은 그대에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이시영 시인의 「당숙모」라는 작품이다. 당숙모는 종숙모라고 부르는 5촌으로 시골에서는 흔히 ‘아지매’라 부르기도 했다. 새끼를 여러 마리 품고 있는 암탉의 사진들을 종종 보듯 여기 ‘당숙모’는 그런 암탉으로 그려져 있다. 암탉이 집밖에 나갔다가 꼬꼬댁거리며 집안에 들어오듯 밭일을 나갔다가 당숙모가 집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난장판을 벌이며 놀고 있다. “이놈 새끼들아 제발 좀 어지르지 말고 치우면서 놀아라.” 구시렁거리면서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따뜻한 밥을 차려 내온다. 집안에 할머니에게도 차려주고 애들도 먹고 자신도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다시 일을 나간다. “싸우지 말아라. 흙 장난질 치다 옷 버리지 말고…” 또 구시렁대며 밭일을 간다.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미주알은 항문을 이르는 말이니 정말 우스꽝스럽지 아니한가. 다소 수다스럽지만 생활력이 강한 푹 퍼진 아지매의 뒷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몸배바지를 입고 뒤똥거리며 일 나가는 모습이…
미국이 난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사회혼란을 겪고 있다. 방송에서는 상점을 약탈하는 시위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시위대의 자정 노력에 의해 약탈 행위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약탈자가 대부분 흑인 중심의 유색인종이라는 것이고, 여기에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보였던 미국이라는 국가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주의가 2020년에 다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종차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노예제 폐지를 두고 격돌했던 남북전쟁 이후에 인종차별이 더 공고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인 원인이 있었다.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남부의 7개 주는 미연방에서 탈퇴하였지만, 테네시주의 앤드류 존슨은 링컨을 지지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남북전쟁 중이던 1864년 링컨이 재선에 도전하였고 민주당의 앤드류 존슨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발탁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러나 1865년 4월 링컨이 존 윌크스 부스에게 저격을 당해…
경기도가 집합금지 명령을 2주 더 연장했다. 도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유흥주점과 코인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2주 동안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수도권 내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빠르게 전파되자 8일부터 21일까지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를 연장한 것이다. 집합금지 대상은 기존 유흥주점(클럽, 룸살롱, 스탠드바, 카바레, 노래클럽, 노래바 등), 감성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코인노래연습장 등 총 8천376곳이다. 명령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물론 이용자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명령을 따르지 않아 확진자가 발생하면 영업주·시설 이용자에게 관련 방역비 전액에 대한 구상권·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으로 제재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인천시도 학원, PC방, 실내체육시설, 종교시설,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장례식장, 예식장, 콜센터, 물류센터, 노인요양시설 등 11개 다중이용시설 1만5천532곳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 등 조치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인천시는 업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강화된 방역수칙을 준수한 업소에 한해 집합금지 명령을 조건부 해제할 방
문재인 대통령이 ‘무늬만 청(廳) 승격’이란 비판을 받는 질병관리본부(질본) 개편안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넘기고, 복지부에 보건담당 2차관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즉각 복지부의 자기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국가 위기를 틈타 전문성을 무기로 번번이 부처 이익 확대에 나서는 ‘철밥통 갑질’ 행태는 척결돼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재난 상황을 악용해 슬그머니 조직과 자리를 늘려온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상시에 나올만한 비효율·옥상옥·자리 늘리기 등의 비판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비상시의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노회한 늘공(직업공무원)들의 능란한 기획에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은 속수무책이다. 이번에도 기술자들은 신설되는 차관의 업무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질본 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안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바이러스 R&D 거버넌스 발표의 핵심인,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와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각각 설립하는 방안은 더 근본적인 불씨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중복설립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한다. 연구와 방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스마트행정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자 휴대폰을 통한 감염병 확산 추적, 그리고 지역별 확진자 상황 및 감염경로에 대하여 주민에게 개별적으로 맞춤형 정보 전달하는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감염병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휴대폰 이용으로 대변되는 IT산업의 발전 효과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기술은 전통적 소통의 방식을 디지털로 그리고 원격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원격소통은 이미 과학탐구와 실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글로벌 통신은 일상화되어 있고, 무인 우주선을 보내 먼 우주 행성의 사진과 소리를 우리에게 전송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생명을 맡기는 의료에도 원격진료를 추진한다고 한다. 스마트 통신의 확대는 많은 사회적 갈등 이슈를 제기하기도 하고 부정적 효과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언론기사에 대한 댓글은 주민들이 의견을 표현하는 유효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칫 네티켓을 지키지 않아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상업적으로 댓글들을 기획하고 조작하는 일이 발생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SNS 등에서 개인신상이나
‘힘을 빼면 행복이 보인다’는 글을 어느 해우소에서 본 적이 있다. 힘을 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고, 목표가 없는 게 삶의 목표이며, ‘즐겁다, 신난다, 재미있다’란 표현을 많이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화려함보다 단순한 게 오래 가고, 힘이 들어 간 사람보다 힘이 빠져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도 한다. 우리는 너무 잘하려고 하는 병에 주눅이 들어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주문을 하는 데, 그런 이야기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6학급의 시골학교에 영어원어민교사가 계셨다. 그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고, 그러다보니 친자녀 돌보듯 열정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수업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쉬는 시간까지 가르치려는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지도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손꼽아 기다리는 쉬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다가 요즘 학교를 가게 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으니 학교의 귀함을 알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아이들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잘 이겨내
여우가 두루미를 자신의 식사에 초대했을 때, 자기만 생각하고 음식을 접시에 담아 내오자 부리가 긴 두루미는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두루미는 그 일을 마음속에 새겼고, 여우를 식사에 초대해 일부러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내와 여우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유명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다. 요즘 21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벌이는 하염없는 샅바 싸움을 보노라면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야가 상대방에게 못 먹을 조건을 서로 내놓고 레코드판 틀어놓은 듯 딴 주장만 거듭한다. 여야 정치권의 가없는 드잡이질은 가뜩이나 힘든 국민에게 짜증을 부른다. 여당은 야당 시절 기억 안 하고, 야당은 여당 시절 망각한 척 철면피 치매 놀음들을 벌이니 시쳇말로 웃프기 짝이 없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의 말을 빌리면 “대화란 ‘나의 옳음’을 잠시 유보하고 ‘타인의 옳음’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며, 질문을 통해 차이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큰 ‘옳음’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는데, 우리 정치판에선 씨도 안 먹힐 공자님 말씀이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허구한 날 우습고도 슬픈 앵무새 흉내에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