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법정싸움이 아니다. 이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명확히 드러내고,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는 사회적 정의 실현의 과정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 사움에 공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 17개 보건의료단체는 담배의 해약과 피해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며, 공단의 소송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흡연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중독이며, 담배회사의 책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대한노인회, 소비자단체, 지역건강네트워크 등 다양한 사회단체들도 동참하여 “범국민지지 서명 운동”을 벌였다.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00만 명을 넘어서 15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이처럼 기관과 단체들의 지지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증거다. 담배소송이 승소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배상금을 넘어선다. 담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더 나아가 금연정책과 예방사업
‘글로벌 수무드 함대(Global Sumud Flotilla).’ 국제 해상사업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이다. 이 단체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귀환캠페인, 자유함대연합, 마그레브 수무드 호송대, 그리고 동남아시아 누산타라 수무드 이니셔티브, 이 네 개의 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수십 척의 소형 민간선박에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싣고 팔레스타인을 향해 항해 중이다. 이스라엘의 불법 봉쇄를 뚫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다. 함대이름 수무드(ṣumūd)는 아랍어로 ‘인내, 확고부동함’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식민지화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인내의 표상인 수무드 함대는 과연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50여 척의 배로 구성된 글로벌 수무드 함대는 지난달 31일 카탈루냐 항구에서 일부가 출발했고, 이번 달 4일 시칠리아, 튀니지, 그리스의 항구에서 또 다른 일부가 출발했다. 여기에는 44개국 출신의 독립활동가, 구호활동가, 시민사회 지도자들 수백 명이 타고 있다. 그 중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미국 여배우 수잔 서랜던, 평화 운동가 겸 배우 리암 커닝햄과 같은 유명인과 수많은 무명의 국제 시민이 함께 타고 있다. 글로벌 수무
2026년 3월, 대한민국 전국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의료-요양-사회서비스가 분절되었던 기존 돌봄 체계를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아, 사회적 가치를 핵심으로 삼는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이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주도할 가장 유력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돌봄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통합과 혁신의 시대에서 '돌봄통합지원법'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각자 사는 곳에서 의료, 요양, 주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의 시설 중심, 파편화된 돌봄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 돌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민간 영역, 특히 사회연대경제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다. 사회연대경제 기업은 본래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설립된 경제 주체로 이들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돌봄의 질적 가치와 서비스 이용자의 존엄성을 우선순위에 둔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돌봄 통합지원의 핵심 가치
지난 2006~2007년 청소년수련원 설립을 명분으로 이천시 호법면 임야 33만여㎡를 구입한 세계복음화전도협회(RUTC·다락방)가 20년째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협회는 청소년수련원 설립을 내세우며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신도들로부터 약 700억 원의 헌금을 모으기도 했다. 수련원 건립을 명분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내막을 철저히 밝혀 잘잘못을 가려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는 2005년 백서와 조감도까지 제작하며 신도들을 상대로 헌금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700억 원 규모의 성금을 모았고, 일부 신도들은 빚을 지면서까지 헌금에 동참했다. 실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류광수 총재가 2006년 해당 임야를 개인 명의로 매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코람데오 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천 덕평 소재 RUTC 사무실과 서울 강서구 237센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람데오 연대는 RUTC 탈퇴자들이 결성한 단체로서 다락방의 이단적 교리와 내부 비리, 성 비위 문제 등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중국 은(殷)나라 주왕의 애첩 달기(妲己)는 고대 중국의 절세요부(絶世妖婦)다. 미색과 방중술을 무기 삼아 권력을 잡았다. 3000여년 전,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은 이 젊은 후궁과 죽이 제대로 맞았다. 그들은 '인류사에 정치의 악마성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을 타고난 것처럼 잔혹한 폭정의 메뉴들을 창안하고 실행하였다. 중구난방의 세상을 단숨에 침묵시켰다. 바른 말 하는 충신들은 벌겋게 달궈진 구리판 위에 살갗을 벗긴 채 눕혀 태워죽였다. 숨이 끊어 지기 전에 기름을 부어 고통지수를 100배 높여놓고 그 광경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소위 포락지형(炮烙之刑)이다.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이 여자를 씹은 게 들통나면 혀를 잘랐다. 배부른 여인의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맞추는 놀이도 즐겼다. 당연히 잉부(孕婦)의 배를 갈랐다. 요즘의 식자들도 종종 쓰는 주지육림(酒池肉林)도 달기의 창작이었다.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그 안에 곡주를 가득 채운 다음, 남녀 구분 없이 밀어 넣었다. 못 옆 숲의 나무에 고기들을 매달아 놓고, 입으로 따먹는 게 규칙이었다. 어기면 손목을 잘랐다. 저항하면 목을 베어 술통에 넣었다. 국운이 다할 때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정치로부터 독립되고 일관된 교육정책 수립·추진을 목표로 2022년 9월 27일 공식출범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며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써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 포함, 총 21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그런데 국교위가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배용 위원장이 김건희 씨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를 건네며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위원장직에서 사퇴했지만 정치로부터 독립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는 국교위 출범 당시의 취지는 헛구호가 되고 말았다. 이배용 씨는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편향 인사’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교위가 처음부터 특정 정치적 성향의 영향아래에 있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사실 책 읽기 좋은 때가 가을만은 아닐 것이다. 여름밤의 땀 냄새 속에서도, 겨울의 긴 어둠 속에서도, 책은 늘 곁에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가을에 독서를 연결 짓는 까닭은 계절이 주는 상징과 생활의 리듬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뜨겁고 분주한 여름이 지나고 땅이 결실을 내어놓은 시기.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면을 향해 시선을 자연스레 돌리게 된다. 일 년 동안 정성스레 기른 작물을 수확하듯이 우리는 책 읽기를 가을과 연결해 온 것이다. 가을에 읽어야 할 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전이라는 대답이 떠오른다.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책이 아니라 시간의 검증을 거쳐 여전히 살아남은 목소리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문제의식이 지금의 독자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근원적 질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죽음, 자유와 억압, 욕망과 절망, 정의와 불의 같은 주제들은 시대를 초월한다. 현대의 고민이 전혀 새롭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고전은 낡은 기록이 아니라 동시대의 대화 상대가 된다. 또한 번역된 외국 고전을 읽는 일은 우리를 넓은 세계와 연결한다. 우리는 모국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고하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