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무늬만 청(廳) 승격’이란 비판을 받는 질병관리본부(질본) 개편안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넘기고, 복지부에 보건담당 2차관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즉각 복지부의 자기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국가 위기를 틈타 전문성을 무기로 번번이 부처 이익 확대에 나서는 ‘철밥통 갑질’ 행태는 척결돼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재난 상황을 악용해 슬그머니 조직과 자리를 늘려온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상시에 나올만한 비효율·옥상옥·자리 늘리기 등의 비판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비상시의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노회한 늘공(직업공무원)들의 능란한 기획에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은 속수무책이다. 이번에도 기술자들은 신설되는 차관의 업무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질본 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안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바이러스 R&D 거버넌스 발표의 핵심인,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와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각각 설립하는 방안은 더 근본적인 불씨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중복설립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한다. 연구와 방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스마트행정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자 휴대폰을 통한 감염병 확산 추적, 그리고 지역별 확진자 상황 및 감염경로에 대하여 주민에게 개별적으로 맞춤형 정보 전달하는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감염병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휴대폰 이용으로 대변되는 IT산업의 발전 효과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기술은 전통적 소통의 방식을 디지털로 그리고 원격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원격소통은 이미 과학탐구와 실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글로벌 통신은 일상화되어 있고, 무인 우주선을 보내 먼 우주 행성의 사진과 소리를 우리에게 전송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생명을 맡기는 의료에도 원격진료를 추진한다고 한다. 스마트 통신의 확대는 많은 사회적 갈등 이슈를 제기하기도 하고 부정적 효과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언론기사에 대한 댓글은 주민들이 의견을 표현하는 유효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칫 네티켓을 지키지 않아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상업적으로 댓글들을 기획하고 조작하는 일이 발생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SNS 등에서 개인신상이나
‘힘을 빼면 행복이 보인다’는 글을 어느 해우소에서 본 적이 있다. 힘을 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고, 목표가 없는 게 삶의 목표이며, ‘즐겁다, 신난다, 재미있다’란 표현을 많이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화려함보다 단순한 게 오래 가고, 힘이 들어 간 사람보다 힘이 빠져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도 한다. 우리는 너무 잘하려고 하는 병에 주눅이 들어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주문을 하는 데, 그런 이야기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6학급의 시골학교에 영어원어민교사가 계셨다. 그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고, 그러다보니 친자녀 돌보듯 열정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수업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쉬는 시간까지 가르치려는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지도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손꼽아 기다리는 쉬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다가 요즘 학교를 가게 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으니 학교의 귀함을 알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아이들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잘 이겨내
여우가 두루미를 자신의 식사에 초대했을 때, 자기만 생각하고 음식을 접시에 담아 내오자 부리가 긴 두루미는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두루미는 그 일을 마음속에 새겼고, 여우를 식사에 초대해 일부러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내와 여우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유명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다. 요즘 21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벌이는 하염없는 샅바 싸움을 보노라면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야가 상대방에게 못 먹을 조건을 서로 내놓고 레코드판 틀어놓은 듯 딴 주장만 거듭한다. 여야 정치권의 가없는 드잡이질은 가뜩이나 힘든 국민에게 짜증을 부른다. 여당은 야당 시절 기억 안 하고, 야당은 여당 시절 망각한 척 철면피 치매 놀음들을 벌이니 시쳇말로 웃프기 짝이 없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의 말을 빌리면 “대화란 ‘나의 옳음’을 잠시 유보하고 ‘타인의 옳음’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며, 질문을 통해 차이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큰 ‘옳음’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는데, 우리 정치판에선 씨도 안 먹힐 공자님 말씀이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허구한 날 우습고도 슬픈 앵무새 흉내에다가
한몸에 머리가 둘인 동물이 있었다. 이리저리 맛있는 열매를 먹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왼쪽 머리가 졸립다며 잠시 잠을 청했는데 맛있는 과일을 발견한 오른쪽 머리는 혼자서 따먹었다. 잠에서 깬 왼쪽머리는 오른쪽 머리의 입가에 과일을 먹은 흔적을 발견했고 왜 깨우지 않고 혼자서 맛있는 것을 먹었느냐고 짜증을 냈다. 이후 어느날 왼쪽머리가 독초를 발견했다. 오른쪽 머리를 골려주겠다는 생각으로 마구마구 독풀을 먹었고 결국 “두 머리 한 몸 동물”은 죽고 말았다. 선거에서 상대후보가 없으면 선거운동을 못하는 후보가 있다.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입에 올리는 말은 상대후보 험담이다. 올바른 후보자라면 자신의 선거공약이나 살아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꼭 당선되어야 할 이유를 유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프로권투 경기 15라운드를 마치고 링위를 뛰어다니는 선수를 본 해설위원이 말한다. 지금 링 위를 뛰어다니면 심판들이 좋은 점수를 줄 것 같지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금은 의자에 앉아서 쉬어야 한다고. 실제로 심판들은 채점표를 정리하느라 뛰어다니는 선수를 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인사철에 인사운동을 하는 시절이 있었다. 21대 국회의원이신 박수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진리다.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마을과 들판을 지나며 도랑과 내를 이룬다. 이 개천과 도랑들이 모여서 도도한 강이 되며 흐르고 흘러 바다에 도달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실패한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이런 진리를 무시한 채 강행했기 때문이다. 깨끗하지 않은 윗물, 즉 상류의 도랑은 그대로 둔 채 아랫물인 큰 강을 맑게 한다는 헛수고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에 대한 고금의 진리는 또 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이다. 흐르면 어느 정도 자정작용이 있는 물을 4대강 사업으로 막아 놓음으로써 썩게 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만 도랑을 살리는 문제 역시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도랑이란 지속적으로 물이 흐르거나 있을 것이 예상되는 폭 5미터 이내의 물길이다. 최근 각 지방정부들의 노력으로 도랑을 비롯한 하천 오염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옛날 송사리와 놀고 가재를 잡던 깨끗한 추억속의 풍경은 만나기 어렵다.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 농민들의 농업폐기물과 생활하수로 오염된 곳이 아직도 많다. 경기도 내엔 최상류 물길인 도랑이 1만9천848개(1만1천804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8일 개소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락두절상태에 빠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성토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파기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서는 등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해 북·미 협상과는 별개로 남북 간 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해온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사 파견 타진 등 난국 타개를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은 전단 살포와 관련해 남조선당국이 막지 못한다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군사합의파기 등에 대해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통일부는 즉각적으로 접경지역의 평화지대화와 주민 안전 등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 마련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연일 높이던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달나라 타령’ 제목의 글을 통해 문
지난 총선에서 만 18세 인구는 54만9천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에 해당한다. 물론, 일부 고3 학생들이 포함돼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이재정교육감은 “2022년 교육감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기 위해 정부 또는 관계기관과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참정권이 확대되면서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교사에게는 정치적인 행위를 못하게 하는 각종 법으로 인해서 정치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민주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안·밖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들이 학교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활동에서 학생주도적인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는 당연한 것이다. 우선,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각종 예산에 대해서 필요할 때만 지도교사가 예산배정-예산품의-예산집행 등이 아니라 학생들이 소속한 학급자치회, 학생자치회 등의 단체에서 학생 주도적으로 예산을 분배-집행-결산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학생주도적인 예산 사용이 가능하려면, 교육활동에서 각 주체들 간의 상호 수평적인 관계형성
“현재 우리 사회는 전환의 시대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내세운 슬로건이다.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가능한 미래의 핵심가치’로 강조했다. 밑바탕에는 공동체성과 호혜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사회적경제가 있다. 그래서일까? 돌이켜 보면 정부와 공기업에서부터 시민단체, 대기업 그리고 영세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상생’(相生)이란 화두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지자체는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업은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 사회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상생’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조직과 지역 그리고 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새 시대를 여는 과제가 되었다. 최근 ‘상생’은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위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에서 불거진 코로나19 위기에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붕괴하면서부터다. 평소 선진 의료 시스템으로 여겨졌던 유럽과 미국에서 그 피해는 더 컸다. 감염자 500만 명과 사망자 30만 명이라는 성적표는 처참함 그 자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와중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롤 모델’이 됐다.
올해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0주기이다. 지난 3월 26일의 일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추모식 행사는 조촐히 치루어졌다. 행사 후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에서는 ‘유해발굴 촉구 성명서’ 낭독이 있었고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을 서둘러 주세요’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639명의 동의를 받았다. 유해가 지하에서 110년간 있다면 과연 어떤 상태일지 알 수 없다. 중국 여순에 묻혀계신 안 의사의 유해 매장지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외교적인 절차가 이리도 험난하기만 한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2008년의 1차 발굴은 어렵게 성사되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최초의 안 의사 유해발굴사업으로 의미가 있었다. 안 의사가 순국하셨던 1910년 당시 구리하라 사다키치 (栗原貞吉) 감옥소장의 딸인 이마이 후사코(今正房子) 할머니의 사진 제보로 시작된 일이다. 그런데 그곳은 발굴 후 일본인 묘지터로 밝혀졌다. 실패가 예정된 사업이었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닌 게 그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계속 유력한 매장지로 거론된 여순감옥 수인(죄인)묘지를 발굴하지 않은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500m 떨어진 유력 후보지를 발굴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