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우리에게 결코 만족을 주지 않는다. 부가 늘어남에 따라 욕망도 커지기 때문에, 부가 크면 클수록 욕망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우리의 재물욕에 적당한 한계를 두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그 점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떤 사람의 절대적인 크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크기, 즉 그 사람의 욕망과 재산의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재산 그 자체는 분모가 없는 분자처럼 지극히 의미가 적은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한 적이 없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필요 없는 것은 없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런 반면 그 사람보다 백 곱절이나 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법이다. (쇼펜하우어) 좀 더 재산이 있었으면 하는 기분이 들 때는 즉시, 실은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고쳐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히텐베르크) 조금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다. (세네카) 욕구를 적게 가지고, 그 적은 욕구도 스스로 충족시키며, 모든 기회를 이용해 얻으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고자 하는…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는 지면이 아까워 생각하고 생각하다 삽입한다. 저녁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H 회사 대표 금천(錦川)과 한정식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무렵 나는 말문을 열었다. 이 고장 원로 언론인이 낸 산문집 『흔적』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의 글을 아래와 같이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의 서사이다. 저자로서 전 언론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는 등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불법 유통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씁쓸한 소식이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편법·불법을 동원해 공유되면서 중국인들은 공짜로 즐기고 있다는 뉴스다.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관이 모두 나서서 중국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오징어 게임’은 5일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822포인트를 기록하며 12일째 1위를 유지했다. 덴마크, 인도네시아 등 8개 국가를 제외한 75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기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오징어 게임’ 해
최근에 아내와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 아내가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나에게 ‘D.P.’를 추천했다. 그러나 나는 벌컥 화를 냈다. “보기 싫어. 내가 왜?” 아내는 그런 나의 단호함에 당황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D.P.’는 '탈영병 추적'을 뜻하는 ‘Deserter Pursuit’의 줄임말이다. 그럼 왜 탈영을 하게 되었을까? ‘어, 이건 아닌데? 난 분명히 제대했는데, 왜 또 군대에 가는 거지?’ 비몽사몽 간에 억지로 큰 한숨과 함께 꿈에서 깼다. 다행히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아, 꿈이구나. 다행이다.’ 매번 이런 꿈을 꾸곤 한다. 휴가 마지막 날 위병소를 통해 부대로 복귀하는 꿈을 꾼다. 차마 돌아가기 싫은 곳. 군대였다. 내가 이런 악몽을 처음으로 꾼 것은 아니었다. 아주 어릴 때는 동네 뒷산에 있는 당집 마루 밑으로 들어가서 어두컴컴한 하수구를 비집고 들어가는 꿈을 자주 꿨다. 더는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고 몸이 하수구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 할 때쯤에 꿈에서 깨곤 했다. 어른들은 키가 크려고 꾸는 꿈이라 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내가 꾸는 악몽은 항상 같은
지금은 다리 밑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돼버린 장기(將棋)의 유래는 꽤 깊어요. 장기 말 중 상(象) 때문에 나온, 고대 인도의 한 왕비가 전쟁에 빠진 왕을 잡아두려고 고안해낸 놀이라는 재미있는 설이 있지요. 그러나 양편 장군 말의 글씨가 초(楚), 한(漢)인 걸로 보아서는 고대 중국 한나라(BC202~AD220년) 대에서 유래했다는 추정이 합리적일 거예요.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 2세가 1973년에 펴낸 ‘제왕적 대통령제(The Imperial Presidency)’는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시끄럽던 닉슨 행정부의 막강한 권력을 묘사한 책이에요. 이 책은 ‘3권분립’의 정신을 올바로 지키지 못하고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를 꼬집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왕적’이라는 수식어는 아마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가장 많이 쏟아져 나왔을 거예요. 촛불 민심으로 표출된 여러 시대정신 중에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개혁과제는 아직도 미완의 숙제예요. 대통령이 나라의 온갖 일들을 다 들여다보고 좌지우지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구조는 현대사회와는 전혀 맞지 않아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자는 주장은 단지 권력 구조 혁신의 목표만 있는 게 아니에요.…
종교는 우리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얘기한다. 윤리학은 인생에 대한 종교적 이해에서 생기는 삶의 지침이다. 신에 대한 최상의 예배는 아무런 목적 없이 하는 행위이다. 신에 대한 최악의 예배는 목적을 갖고 하는 행위이다. 지고한 존재를 우러르는 자는 모든 피조물 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그니 푸리나) 종교적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일종의 폭력 행위라는 것, 그리스도가 말한 어린아이를 유혹하는 일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떻게 우리에게 대다수 사람들이 부정하고 있는 삼위일체니, 부처와 마호메트와 그리스도의 기적 같은 것을 그럴듯하게 설교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우리가 어린아이에게 가르쳐도 되는 것,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모든 종교에 공통되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즉 도덕적인 사랑과 합일의 가르침이다. 부처는 말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은 수없이 많다. 가난하면서도 자비심이 깊은 것,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도 종교적인 것, 육욕과 번뇌를 억제하고, 좋은 것을 보아도 탐하지 않는 것, 모욕을 받아도 참는 것, 만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무
피시 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이텔과 천리안을 필두로 나우누리, 유니텔 같은 업체들이 가담하며 1세대 온라인 문화의 지평을 열었다. 고등학생의 때를 갓 벗어던지고, 서서히 대학이란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무렵, 내게 피시 통신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종 동호회부터 채팅방까지 매일 온라인에 접속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리고는 이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각 피시 통신 서비스 안에는 음악 관련 동호회들이 많이 있었다. 록, 재즈, 힙합,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사진 한 장을 공유하려면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와야 했을 정도로 극악의 통신 속도였지만, 신세계를 접하는 데 있어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에 늘 귀를 기울였고, 나 역시 정보를 공유하며 그 피드백을 즐겼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지금과는 달리, 각자의 보물을 조금씩 꺼내 놓으며 주목을 받는 재미 역시 한몫했다. 종종 오프라인 모임도 하게 됐는데, 헤비메탈 공연 감상회 같은 취지의 모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음악 감상하기 좋은 바를 빌려 서로 가져온 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총리의 일본 내각이 4일 출범했다. 아베-스가 정부로 이어진 최악의 한·일관계가 일본의 리더십 교체를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하지만 뚜껑을 연 새 내각 주요 자리에 극우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총리 관저의 서열 2위인 관방장관에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소속인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이 포진되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아베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유임됐다. 게다가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상에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기용됐다. 그는 전임 스가 내각의 문부과학상으로 ‘종군 위안부’와 ‘강제연행’이라는 용어를 삭제·수정하는 교과서 업체를 승인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기시다 내각에 아베 색채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기시다 신임 총리는 2015년 외무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었다. 그는 “한국은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고,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 정부에 공이 넘어갔다는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