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해야 하고 알아도 해야 한다. 내년 4월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예비후보 등록 이야기다. 첫날인 17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등록을 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난항에 빠져서다. 더 큰 변수는 지난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폭력사태에 대한 수사 진행이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가 위반한’ 오만함을 보인 그 사태를 복기(復棋)하면 이렇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팩스를 통해 접수된 법안 서류 찢기 ▲국회의원끼리 폭력과 충돌 등이 주 내용이다. 이 사태로 자유한국당 의원 60명 등 국회의원 110명이 고소·고발 당했다. 지난 10월 1일 황교안 대표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기습 출석했다. 이날 그는 모든 책임이 당 대표인 자신에게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검찰이 수사진행을 늦추고 있어 해당 의원들은 아직 ‘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내에서 벌어진 일로 사진과
모든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지엽이 있고 일에는 또한 시작과 끝이 있다. 먼저 할 일과 뒤에 할 바를 알면 그것이 바로 도(道)에 가까운 것이라 하여 학문에 임하는 자세와 인간 만사의 일대규범을 명쾌하게 밝혀준 대학의 한 구절이다. 인간이 영위하는 온갖 일 즉 학문, 정치, 행정, 사업 등 어떠한 일에 종사하든 유익한 일을 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그 근본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인간사회의 윤리에는 효와 충이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고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몸을 닦고 덕을 기리는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직자라면 국민 위주의 행정을 펴야하고, 토목공사를 한다면 그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근본이다. 국가 발전을 도모함에는 민과 관의 화합이 근본이고 대중을 거느리는 데도 그들의 마음을 촉탁하는 것이 긴요함과 마찬가지로 모든 살아가는 삶의 이치 가운데 나의 이익이나 의견 못지않게 남의 그것도 존중하는 생활 윤리의 정착을 위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자제와 수용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최근 모 언론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중 ‘전반적으로 행복’하며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가 넘…
한 장 남은 달력에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가오리연이 하늘거린다. 대립과 싸움으로 얼룩진 역사를 떨쳐내고자 하는 열망인지 꼬리를 흔들어댄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한 해로 그 중심에 국회가 있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기에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헌법과 법률을 개정하고, 의결과 관련된 일을 하며, 정부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나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한다.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수정을 통해 예산안을 확정하며, 국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결산을 심사한다. 또한 국정감사와 조사를 통해 국정이 법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여 시정하도록 한다. 이 처럼 임무가 막중함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대편을 비방하고 공격하며 싸우느라 국회를 도외시하고 국민을 외면하며 한 해를 보냈다. 민생을 위한 절박한 법안조차 자기들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끼워 넣고 협상하는 그 행위는 차마 못 볼 일이다. 오죽하면 국회 무용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들은 상류층으로 고등교육을 받았기에 예의와 교양을 겸비하고…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임종사실이 알려지면서 ‘존엄사’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안락사’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임종 과정의 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환자와 가족 모두 고통도 뒤 따른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위해 경제적 지출도 과다하다. 특히 ‘생명존중’이 우선시 되는 바람에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2018년 지난해 2월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일부 환자들이 가족과 따뜻한 작별을 나누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게 되기는 했다. 법의 주요 골자가 나을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말자는 것 이어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올 초 연명의료에 속하는 의학적 시술의 종류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도 마련돼 시행중이다. 이전까지 연명의료에 속하는 시술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여야 대치정국으로 심의가 지연되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4+1협의체’의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여당과 공조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모두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다. ‘+1’인 대안신당은 아직 정당도 아니다. 아무튼 의원 156명이 찬성하여 형식적으로는 다수결원리를 충족하였다.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이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하지만 다수결이라 해서 무조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올해 예산 476조원보다 9.1% 늘어난 512조원 규모의 확장예산인데 확장예산 자체는 찬성의견도 많다. 그러나 예산은 단순한 총액 문제가 아니다. 항목별로 세밀한 평가가 필요한데 그러한 평가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심사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은 채 힘 있는 여야 의원의 지역구 잇속 챙기기는 여전하였다. 게다가 수입을 정하는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통과되어, 얼마를 벌지도 모르는데 돈 쓸 데만 신경 쓴 꼴이 되었다. 다수결은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정당성을 가진다. 다
잔디광장 /조은길 잡초 뽑는 여자들이 납작 엎드려 훑고 지나간 시청 앞 잔디광장은 초록 콜타르로 미장을 하 듯 초록으로 만장일치다 만장일치로 주저앉아 있다 날 선 구둣발이 머리통을 마구 짓밟아도 구린 엉덩이로 숨통을 틀어막아도 만장일치로 침묵하고 민장일치로 인내하는 저 무지막지한 평화주의자들 가까이 가서 보니 아무도 들고 일어나지 못하게 서로의 오금을 껴당기고 있다 핏줄이 시퍼렇게 뒤엉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초록에는 제 살을 꼬집으며 참는 긴긴 설움의 가족사가 있다 - 시집 ‘입으로 쓴 서정시’ / 천년의 시작·2019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렬로 나란히 앉아 잔디에 섞여 있는 풀을 뽑아나가는 여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펼쳐진다. 그들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면서 풀에 가려져 있던 잔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때로는 뿌리가 뽑힐 때도 있지만 그 뿌리는 얽히고설켜서 한 몸처럼 되어 있다. 시인은 ‘만장일치로 침묵하고 만장일치로 인내하는 무지막지한 평화주의자들’이라고 말한다. 그 평화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는 ‘서로의 오금을 껴당기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라는 것
얼마 전 해양수산부가 ‘2020년도 어촌뉴딜300 사업 신규대상지’ 120곳을 선정·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시흥시 오이도항 ▲안산시 행낭곡항 ▲평택시 권관항 ▲화성시 고온항 ▲화성시 국화항 등 5곳이 선정됐다. 인천에서도 ▲서구 세어도항 ▲강화군 창후항 ▲강화군 황산도항 ▲옹진군 장촌항 ▲옹진군 자월2리항 등 5곳이 뽑혔다. 이들 어촌에는 앞으로 3년간 국비·지방비(경기도 554억원, 인천시 497억원)가 투입된다. 이 사업비로는 선착장 정비 및 물양장 조성, 주변경관 정리, 커뮤니티센터 건축 등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 펼쳐진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낙후된 어촌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가기 쉽고, 찾고 싶고, 활력 넘치는 ‘혁신어촌’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다. 또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밀착형 생활SOC사업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도 70개소를 선정한 데 이어 2020년도 신규대상지 120개소를 선정했다. 앞으로 2022년까지 총 300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라는데 2024년까지 약 3조 원(국비 2조1천억원, 지방비 9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지난 10일 국회에서 ‘민식이법’이 극적으로 통과됐다. 이에따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과속 단속 카메라(CCTV)’ 설치 의무화 ▲지방자치단체장의 신호등 우선 설치(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의 가중처벌(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이 가능해졌다. 이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 가중처벌이 무리하다는 등 문제를 제기한 일부 어른들이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지켜 운행하더라도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참 얍삽한 어른들이다. 제한속도 30㎞가 어린이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 20㎞로, 그래도 안된다면 10㎞로 낮추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책임을 어물쩍 어린이들에게 떠넘긴다. 돌발사고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야비한 변명에 숨어서다. 어린이 행동은 본래 예측불허다. 그래서 학교 주변에서만이라도 저속운행을 하라는 것인데, 뭐가 시빗거리란 말인가. 기껏해야 3~5분 천천히 가는 것이다. 어린이 안전보호는 무조건이다. 그런데 경기북부 스쿨존 CCTV의 민낯은 너무 부끄럽다. 10개 지자체의 스쿨존 1천55곳에 달랑 66대만 달려있다. ‘민식이법’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한국영화인들과 투어 일환으로 신안군 천사의 섬을 찾았다. 영화인들과 한자리에 같이하는 자리가 드물기 때문에 몹시 반갑고 기쁜일이었다. 창작을 혼자 하는 작업과 달리,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필자가 태어난 곳은 해남이지만 충청도 음성, 신안 증도리, 경남 마산에서, 목포로 전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유년은 외로운 성장기였다. 천사의 섬, 추억들은 그래서 남달랐다. 놀랍게 발전한 섬을 가이드를 따라서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내려 보는 섬들은 내가 잠시 머물었던 고향이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었던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현대 산업사회가 정착을 이루고 서사예술의 총아였던 소설과 영화의 세계는 제왕적인 교류의 관계로 자리 잡은 때가 이미 오래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영화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설을 구상한 내 글쓰기의 여정은 서로 대치될 수 있는 합의점을 안고 있었다. 소설과 영화, 이 장면들을 안고 천사의 섬을 거니는 발길을 옮길 때 마다 추억이 일어났다. 안내책임자인 설재우 차장은 자신의 업무를 넘어 구수한 사투리의 낮은 목소리로 수발을 들어주었고, 사람냄새 나는 진솔한 마음들로 천사의 섬을 다시 찾도록 하는 호기심을 들게 해 주었다. 카메라 셔터 속
한 사람이 얼만큼 영화를 보아야지 ‘중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의 기준은 따로 없다. ‘영화보기가 취미’라거나 ‘영화보기를 좋아한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다. 가끔 ‘얼마만큼 좋아하느냐’고 되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몇 편이라고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여튼 좋아한다’고 하는 정도다. ‘24번째 1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는 컬럼을 쓴 것이 지난 6월이다. 2019년이 끝나가는 12월, ‘27번 째 1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 그 사이 4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는 2014년에 천만 대열에 든 ‘겨울왕국’의 속편이다. 올해에만 ‘극한 직업’, ‘어벤저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 등 5편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영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을에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은행 떨어지는 수준이다. 다섯 편의 결과를 합치면 대략 6400여 만 명에 이른다. 아직도 흥행을 계속 중인 경우도 있으니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의 전체 관객이 2억2천만 명 안팎으로 예상하는데, 다섯 편의 흥행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한국영화가 첫 1천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