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 찬 바람속 입맛을 돋우는 별미 식객이 있다. 알큰 졸깃한 ‘꼬막’과 동해풍(東海風)에 몸 만들기를 끝낸 ‘과메기’가 주인공이다. 전남 보성 여자만(汝自灣)산을 제일로 치는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 세 종류로 나뉜다. 일일이 4년마다 갯벌에서 손으로 수확, 꼬막 중 진짜 꼬막이란 부르는 참 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졸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제일로 친다. 이에 비해 수심이 깊은 곳에서 2년에 한차례 배로 대량 채취하는 새꼬막은 털이 있어 구분이 쉽다. 마지막으로 참꼬막과 새꼬막보다 월등히 크고 까만 털에 피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 왕꼬막 즉 피조개다. 주로 삶아 먹지만, 벌교지방처럼 물을 붓지 말고 마른 냄비에 구워내듯 익혀 먹으면 풍미가 더하다. 거기에 숟가락으로 까먹는 재미까지 합하면 비릿하고 졸깃한 맛은 배가된다. 꼬막의 육즙이 붉은 것은 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 때문이다. 필수아미노산, 단백질, 비타민 등을 비롯해 철분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약자와 어린이들의 겨울철 보양식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베타인과 타우린 성분이 들어있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 기능 향상, 간의 독성 제거 효과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겨울철 별
‘바라코차’는 안데스 지역에 살고 있었던 잉카인의 창조신이다. 폭풍과 태양의 신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잉카인들의 구세주로 여겨지던 신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과 땅을 지은 다음,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태평양을 건너 서쪽으로 갔다. 그는 큰 키에 하얀 수염을 기르고 긴 외투를 걸쳐 입고서 말을 타고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16세기였다. 침략자 ‘피사로’는 황금의 나라인 엘도라도를 찾느라 평화로운 잉카인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잉카제국 아타우알파 왕은 ‘피사로’를 구세주 ‘비라코차’로의 오인이 비극의 서막이었다. ‘피사로’를 영접하려던 왕은 인질이 되고 결국, 160명의 군사에게 약 800여만 명의 대제국은 멸망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일본의 강요로 체결된 1876년의 강화도 조약이 그렇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일본군은 강화도 조약을 빌미로 우리 땅을 침범했다. 철군 요구를 거부하고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인질이 된 고종을 겁박하여 친일 정권을 세우고 자주적 개혁을 도모하던 동학농민혁명군을 궤멸시켰다. 그리고 조정을 쥐락펴락하다가 총 한 방 쏘지 않고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오로지 무지와 무능이 불러들인 참사였다. 필자는 위의…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 사람들은 그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특히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암이 찾아왔다면 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 긍정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은 진행이 많이 되었거나, 경과가 좋지 않다면 더 격렬해진다. 세계 최초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한 미국 정신과 의사 에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암환자가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단계는 흔히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5단계가 있다”고 했다. 소식을 처음 접하면 대부분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한 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며 분노하고, ‘병만 낫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신과 타협을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뽀족한 수가 없음을 깨닫고 체념한 뒤 우울해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이 현실이라며 받아들인 다는 것이다. 퀴블러 로스는 이를 죽음의 5단계라 정의 했다. 그러면서 과정을 모두 거치면 차분하게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자신이 끝까지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의미있게 살것인가’등등. 나아가 위로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사람들의 슬픔을 이해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홍콩은 지금의 사태 이전만 해도 아주 이상적인 꿈의 도시였다. 지난 세기에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며 자유를 누리는 이상적인 도시국가로 나아갔다. 그래서 전 세계 금융이 몰리고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홍콩을 놀러가는 일은 여러 사람들에게 즐거운 일이었고 ‘홍콩 간다’는 말은 최고의 즐거움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홍콩은 한국 영화와 관련 깊은 곳이다. 한국연예주식회사는 1958년 한국 최초로 쇼브라더스와 ‘이국정원’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후 신상옥 감독이 여러 편의 합작영화를 감독·제작했고 위장합작영화로 일컬어지는 영화교류가 성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의 정창화, 장일호, 김수용 감독이 쇼브라더스에 초빙돼 홍콩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또한 김지미, 최무룡, 양훈, 윤일봉, 남석훈, 진봉진, 김기주, 오경아, 방수일, 방인자, 지한재, 황인식, 이해룡, 이승룡, 황정리, 당룡, 권영문, 김정란 등 수많은 배우가 그곳에서 활동하며 홍콩영화에 출연했다. 내게 개인적으로 홍콩은 영화도시로 꿈의 도시였다. 쇼브라더스의 무협영화나 골든하베스트의 성룡영화, 그리고 오우삼 감독의 홍콩 누아르영화를 봤던 세대이기에 홍콩에 대해 갖는 연모 감정은 남다르
“교사들은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나머지 60% 교사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매년 11월만 되면 전국 초·중·고교 현장은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 등에 기여한 교원에게 부여되는 승진(공통)가산점으로 몸살을 앓는다. 일부 교사는 서로 받기 위해 눈치 경쟁에 들어가며, 또 다른 교사들은 받을만한 사유가 있더라도 학폭 승진가산점이 폐지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거부투쟁을 벌인다. 학교당 교원 40%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12.3.21.)과 가산점 신설을 위한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정(2012.11.6.), 가산점 축소를 위한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정(2016.12.30.)으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학교폭력 예방업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단위학교 정원의 40% 수준으로 가산점을 책정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수능시험 감독관 키높이 의자 배치관련해서도 교육부는 “국민 정서상 의자가 배치되는 감독
지음(知音) /이월춘 연잎에 물방울이 모여 있다 스미지도 않고 깨뜨리지도 않는다 바쁘게 흔드는 잠자리 꼬리에 개구리 소리도 올라와 앉는다 네가 있어서 말없이 이렇게 기댈 수 있어서 나는 세상이 두렵지 않다 - 시집 ‘물굽이에 차를 세우고’ 지음(知音), 자기를 알아주는 참다운 벗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백아는 거문고를 잘 연주했고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연주를) 잘 감상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그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그 느낌이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그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종자기는 “멋있다. 넘칠 듯이 흘러가는 그 느낌은 마치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백아가 뜻하는 바를 종자기는 다 알아맞혔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더 이상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知音)이 없다고 말하고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 지음이 어찌 사람 사이에만 있겠는가.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을 감싸고 놓지 않는 연잎과 물방울의 관계도 지음이고, 잠자리 꼬리에 올라앉은 개구리 소리도 지음이다. 세상 만물이 다 지음의 관계를 맺으며 운항한다. 그것…
하다하다 배달음식 전문점까지 음식 장난질이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쓰레기같은 짓거리를 할까, 뇌구조가 궁금하다. 이번에도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민특사경)이 해냈다. 도내 치킨·족발·돈가스·중국 음식점 등 배달전문 음식점 550개소를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수사해 법령을 위반한 158개소를 적발했다. 30% 수준이다. 고양시와 용인시, 시흥시, 남양주시, 평택시, 포천시 등 여러 지역에서 벌어진 인면수심(人面獸心) 행위다. 위반내용도 ▲원산지 거짓표시 등 60개소 ▲유통기한 경과 39개소 ▲기준·규격 위반 19개소 ▲음식점 면적 무단 확장 등 16개소 ▲신고하지 않은 상호 사용 등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 14개소 ▲위생적 취급 부적정 10개소 등이다. 참 가지가지했다. 그동안 배달음식에 의지해서 끼니를 해결했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인 범죄에 대한 엄벌은 물론 심리적 상처에 대한 보상차원의 추가 형벌이 있어야 한다. 민특사경은 158개 업소 가운데 원산지 거짓표시 등 139개 업소를 형사입건하고 나머지 19개 업소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속여 판매할 경우 최고 징역 7년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
지난 19일 수원시 팔달구 이춘택병원 미화근로자 휴게시설 현판식이 열렸다. 수원시가 공사비의 80%, 이춘택병원이 20%를 부담,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수원시회 불꽃봉사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휴게시설 근무환경 개선 공사를 끝낸 것이다. 바닥에 전기온돌패널을 설치하고, 도배를 새로 했으며, 신발장 등 작은 가구도 마련하며 청소에 지친 몸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휴식공간이 됐다. 수원시의 미화 근로자 휴게시설 개선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는 2015년 7월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다. 공동주택을 신축할 때 경비원·미화원휴게 시설 설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때 수원시의회가 적극 나서 사업추진에 힘을 보탰다. 2016년 6월 쉴 곳이 마땅치 않던 경비원·미화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들에게 휴식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조석환 의원 등 수원시의회 의원 17명이 공동발의한 ‘수원시 주택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결의됐다. ‘권고’를 ‘규정’으로 강화한 것이다. 이 결과 지금까지 아파트 15개 단지와 주상복합건물·오피스텔 8개소 등 23개소가 경비원·미화원휴게 공간 설치를 설계에 반영했다. 처음에는 아파트 휴게시설을 대상
(전편에 이어) 두 번째 해답은 우리가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식을 묵혀 두지 말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공직자들은 최소한 법과 논리를 배우며 합리적이고 공익적인 일을 해왔다. ‘공직은 나의 천직이었고 공무원의 경륜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이 나의 소신이며, 지금도 제2의 공직자라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토목, 교통, 건축, 에너지, 생활민원, 철도, 기업지원, 통상, 위생, 범죄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몸으로 익힌 전문성과, 국가 흥망성쇠의 중심에서 꿋꿋하게 일하며 나라를 지켰던 헌신적 삶을 겪었는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위의 두 작품을 통해 - 비록 허구의 창작물이지만 - 주인공들이 누구에게는 늘고 쓸모없어 보였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생산적인 일을 해냈다는 격려와 영감과 얻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노인강도단처럼 사고 치는 마음으로 일단 무슨 일이든 시작해 보자. 선배 공직자 한 분은 지인들과 함께 농지를 구매하여 ‘도시농업공동체’를 설립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텃밭을 제공하기도 하고, 학교 등을 찾아가거나 방문자들에게 영농과 마음 치유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선배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분노의 역류’.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영화다. 1991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28년이나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화마(火魔)와 맞선 소방관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외친 ‘You go, We go’, ‘니가 죽으면 우리도 다 죽는다’라는 명 대사는 ‘끈끈한 동료애’를 상징하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영화처럼 위험 속 사명감을 실현하는 소방관들의 역할,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천509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했다. 매년 평균 502명이다. 거기에 순직과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수 많은 직업병에도 시달린다. 최근 전국 5만2천245명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전체의 5.6%인 2천70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이었다. 우울증 위험군은 2천203명(4.6%), 자살 위험군은 2천453명(4.9%)에 달했다. 또 지난 1년간 자해 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소방관도 1천556명(3.1%)이나 됐다. 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