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긴 화가들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에드바르드 뭉크와 같이 다양한 뉘앙스와 장르의 글을 남겼던 화가는 드물었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글은 뭉크가 직접 완성하고 삽화도 그려 넣은 한 편의 판타지다. “알파와 오메가는 그 섬에 나타난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첫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초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사랑과 이들이 창조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좀 기이한 이야기이다. 최초 여자인 오메가는 잠들어 있던 최초 남자 알파를 깨우고 그와 사랑을 나누지만, 곧 오메가는 뱀, 곰, 하이에나, 호랑이와 같은 동물과도 사랑을 나누고, 온갖 교배 잡종 후손들을 알파에게 보냄으로써 알파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글을 차치하고서라도, 뭉크의 그림에서 대다수의 여자들이 흡혈귀, 살인마, 방탕한 존재로 묘사되었으니, 뭉크가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불가사이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겼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성 해방, 성(性)의 해방을 부르짖으며 자기 파괴적인 강령을 부르짖었던 노르웨이 젊은이와 지성인들의 운동을 떠올려
탄(炭) /이시경 불벼락으로 원시계곡이 불탔다 새끼를 부르는 어미의 손을 놓고 새까맣게 울었다 수직의 사슬을 끊으니 새가 되었다 시공을 넘어 초원 위로 검정말들이 달린다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아픔 속에서도 슬프지 않았다 동굴 벽 위에서 들소가 뿔을 치켜든다 나를 검다고 깔보지 마라 서걱서걱 한 꺼풀씩 몸을 주고 영생을 얻었다 다이아보다 빛났다 - 이시경 시집 ‘아담의 시간 여행’ 종교신화적 관점을 떠나, 최초의 생명혼(목숨+넋)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십, 수백억 년이라는 천문학적 시공간이라면 우연에 의해서라도 생명혼이 탄생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형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생명혼의 모태는 물질일 수 있겠다는 말이다.양자론적 측면에서라면, ‘우리’의 기원(起源)이라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有의 사슬을 끊어 無에 가까워진 미시세계의 물질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탄(炭)이라는 물질이 되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는 영생을 얻은 것일 터, 그것이 ‘인간’인 우리로 재탄생된다면 이보다 큰 축복은 없지 않겠는가.그러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금융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부동산 관련 권리와 동산·채권 등 자산의 종류가 달라도 묶어서 담보로 제공하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부동산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혁신업종에 차별화된 증권거래소 상장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담보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안은 환영할만하다. 내용대로 경제 곳곳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공급되면 투자와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 면에서 미약하지만 잠재력이 우수한 소형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도록 하겠다니 그것만으로 기업가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대부분의 역대 정부들도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담보는 없지만 성장성이 있다면 투자자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이란 말에 대다수 역사 인식이 있는 국민들이 분노하거나 개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언에 대한 입장과 사과를 듣기 위해 21일 나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을 항의방문한 대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이들은 나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가면 국회로 오라고 하고 국회로 찾아가면 사무실로 오라고 하면서 면담을 기피했다고 밝혔다. 이에 나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퇴거불응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가짜유공자’를 가리기 위해 서훈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게 아닌가 생각 한다”면서 예의 ‘반민특위 국민 분열’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학생들은 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로 국론이 분열됐다면서 친일파를 옹호하고 5·18 망언에 대해서는 역사적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망언을 했다”면서 나경원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반민특위는 해방 후 친일파들의 반민족행위를 처벌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지역 활성화라는 명제를 위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었다. 관광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관광 초기에는 단독 산업형태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융복합(convergence)의 형태를 보인다. 관광객의 욕구가 다양화해짐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한 매력적인 자원과 관광과 관련된 산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는 산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관광의 융복합은 산업 내, 산업과 산업 간 연계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문화관광, 의료관광, 스포츠 관광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이란 관련된 사업들의 묶음(bundle)으로 볼 수 있다. 관광과 관련한 사업들의 묶음, 다시 말해 관광산업은(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관광자원과 교통, 숙박, 쇼핑, 식음, 여행 등의 결합체라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관광자원을 주된 재화, 관광과 관련된 사업체는 부차적 재화라 칭한다. 관광객을 유입하는 상품은 주된 재화와 부차적 재화가 혼합된, 복합재화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된 또는
이번 호에서도 골프규칙(Rule)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과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 장애물이란 모든 인공적인 물건을 말한다. 움직일 수 없는 전형적인 장애물로는 그린 주위의 스프링쿨러헤드, 티샷 지역의 콘크리트 티박스 등이 있다. 이러한 장애물이 플레이어의 스탠스나 스윙을 방해 할 수 있을 경우는 한 클럽 길이 이내에서 프리 드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물이 다음 샷의 경로에 있을 경우는 드롭을 할 수 없다. (드롭 : 규칙에 의해 집어올린 공을 규칙에 적용하여 떨어뜨리는 것) 깡통, 병, 벙커고무래(벙커의 발자국 등을 정리하는 도구)등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의 경우는 발의 위치나 스윙에 방해가 될 경우 임의로 치울 수 있다. 만약 볼이 장애물 안이나 위에 있어서 볼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을 경우는 볼을 집어 들어 장애물을 제거한 후 그 지점에 가장 가깝게 드롭을 하되 홀과 먼 쪽으로 해야한다. 그린의 경우는 구르지 않도록 손으로 놓을 수 있다. ※(스루 더 그린 : 티잉그라운드, 그린, 해저드를 제외한 코스 내 전 구역) - 홀에서 먼 순서대로 플레이한다 출발하는 홀 순서는 제비뽑기 등으로 정하지만, 세컨 샷 이후에는 홀에서
도꼬마리 /심우기 종의 번식에 대한 집념은 한번 달라붙은 인연을 절대 놓지 않는다 서툰 손사래에는 끄떡없고 툭툭 쳐대는 발길질도 웬만해선 다 견뎌낸다 자식 때문에 사는기라 때로는 무시를 당하면서도 천대까지 받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가시 같은 인연 너무 힘들다 싶으면 따뜻하게 손 내미는 사람의 바지에 붙어 훌쩍 떠나고도 싶은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에 누워 외로워 스스로 말라버리는 도꼬마리 - 심우기 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요즘 늘어가고 있는 것이 요양원이다. 오래도록 죽지 않는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 열린 그 세계 속으로의 준비를 서두르는 걸음들이 빠르다. 종의 번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늘이 준 의무이자 집념이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절대 거스를 수도 버릴 수도 없음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일생을 사는 일이며 부모가 자식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까닭이다.한 번쯤 힘들어 도꼬마리처럼 따뜻하게 손 내미는 사람의 바지에 붙어 떠나도 좋았으련만, 때로는 무시를 당하면서도 천대까지 받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가시 같은 인연, 하지만 노쇠한 부모가 아무것도 줄 것 없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어쩌면 진정으로 보고픈이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킬때가 있다. 외로움에 어떤이는 밤을 지새우며 술을 마시고 또 어떤 이는 빈 술병을 보면서 울기도 할테고, 또 누구는 지나간 옛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어 부르기도 하며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에게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놓기도 할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혼·비혼 등의 증가와 이혼·사별 등이 증가하면서 나홀로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립감, 우울증, 외로움, 고독 등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문제들 역시 커지고 있다. ‘내 가족의 웰빙’이 최근까지의 사회적인 화두였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어떻게 해야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것 인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야 첨단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는다쳐도, 정신적인 문제까지 과학이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셀프 웰빙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마
아파트 앞 초등학교 교문에 걸리는 현수막은 재미있다. 3월초에는 두 개가 걸렸다. ‘저 이제 학교 다녀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1학년 동생들아, 학교는 참 즐거운 곳이야!’ 그 1학년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급생인 아이들, 선생님들 얼굴도 보고 싶었다. 이 학교는 그런 현수막을 꼭 담벼락에 걸어서 아이들 키에 맞춰준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본교 입학을 축하합니다’ 상투적인 내용의 현수막을 높다랗게 거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속으로는 축하하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시키니까 마지못해 지난해 현수막을 꺼내어 그대로 달아놓은 건 아닌지, 변명하기도 어려울 객쩍은 의심까지 해보았다. 졸업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런 현수막을 보면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일까?, 지긋지긋한 것들, 속이 다 시원하군!” 하고 돌아서는 건 아닐까?’ 괜히 심술궂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저 따듯하고 참신한 현수막을 보며 가슴이 부풀어서 이 땅에서 현
일본의 행태에 짜증나고 화도 치민다. 일본이 과연 우리의 이웃이 맞긴 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사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피해자 문제, 독도 문제 등 한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또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출 문제로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8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고 뒤를 이어 쓰나미가 동북부 지역을 덮쳐 공식 사망자만 1만5천800여 명에 달했다. 이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도 폭발해 이 지역은 죽음의 땅과 바다가 됐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앙금은 남아 있지만 이웃으로써 지진 직후 구조대를 파견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국민들 스스로 성금을 모금하면서 그들의 불행에 가슴 아파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뒤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당시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세슘 등 방사성 물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후쿠시마 산 일부 농산물과 수산물 전 품목을 수입 금지시켰다. 국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당연한 조치였다. 그런데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수입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