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여야 연정(聯政)이 공식 종료되고, 13일에는 강득구 연정부지사가 퇴임했다. 1천300여 일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실시됐던 연정은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처음으로 실험되면서 성공 여부를 떠나 경기도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경기도 연정은 지난 2014년 8월 시작됐다. 남 지사는 여소야대의 불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 여야가 인사와 정책, 예산 권한을 공유하며 소통과 화합 속에 도정을 이끌어가는 상생 모델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독일의 연정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실험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거나 남 지사의 탈당과 입당 등 당적 변화 등으로 위기와 갈등을 겪어 민주당이 파국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초부터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볼 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듯이 많은 과제도 남겼다. 출발부터 상생의 정치를 표방한 것은 참신했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연정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집행부와 의회의 예산 나눠 먹기로 전락했다는 일부의 비판은 양측 모두가 뼈저리게 반성할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오늘 오전 검찰에 출석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전직 대통령 모두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 출두 전날까지 이 전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에서 관련 법률 쟁점을 따져보고 방어 논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당시만 해도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여론에 비춰볼 때 어떻든 서글픈 현실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검찰에 출두하고 구속 수감됐다. 두 사람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다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검찰에 나왔다가 자살해 더 이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범죄 혐의가 있거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마땅히 수사를 받는 게 도리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검찰은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에 앞서 핵심 측근들에 대한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도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미 사실관
본보는 지난 2월 14일자 사설을 통해 119구조대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이들을 괴롭히는 사례들을 소개한 바 있다. 한 소방관은 “119는 부른다고 무조건 가야 하는 머슴이 아닙니다”라고 하소연하면서 황당한 사례들을 예로 들었다. 산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달라거나 김치 냉장고 작동이 잘 안되니 와서 봐 달라, 방문 따 달라, 동네 도둑고양이 잡아 달라, 손가락 반지가 안 빠지니 빼 달라, 술에 취했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는 등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이는 119 신고전화가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신고를 하는 ‘긴급전화’라는 사실을 망각한 사람들의 무지한 행동들이다. 그런데 앞으로 경기도에서는 이런 일들을 신고해도 소방관들이 출동하지 않는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생활안전분야 요청사항 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따라서 앞에서 예로 든 황당한 사례를 비롯해 위급하지 않은 경우는 119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당연히 화재나 응급환자는 즉각 119구조대가 출동한다. 도 재난안전본부의 출동기준에 따르면 앞으로는 재난종합지휘센터가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 ▲잠재적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신고만으로 위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력하다. EU, 중국 등이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반발하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고집스럽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으므로 자국 산업의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연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자유무역주의가 서로의 이익인 반면, 보호무역주의는 교역 당사자 모두의 손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상호이익이라는 이론적 근거는 경제학 원론에 소개되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있다. 어떤 물건의 생산비가 절대적으로 저렴한 경우(절대우위론),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상대우위론) 저렴한 물건을 집중 생산하여 다른 나라가 생산한 상대적 고가물품과 교환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큰 손해를 입힌다는 역사적 교훈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찾을 수 있다. 1930년 미국이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하여 농업 및 제조업 2만여개 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자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도 보복적으로 관세를 높이게 되었는데 그 결과 1930년 25억 달러였던 세계 무역액(수입액 기준)이 3년 후인 1933년
1979년 9월 입대해 신병훈련을 마치고 ‘5만 촉광에 빛나는’ 이등병을 달았다. 자대에 배치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다. 내무반에는 신문이라고는 전우신문 이외에는 없었다. 그나마 화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흑백TV에조차 눈길을 줄 수 없는 졸병이었다. 하루가 지나서야 그 사실을 고참들의 귀동냥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 중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하면서 10·26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연회 도중에 김재규는 대통령 박정희의 가슴과 머리에 총탄을 쏘았고, 국군 서울지구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 당시 국민들은 유신체제가 끝나고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대학생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그러나 혼란스런 정국을 틈 타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에 올랐다. 군부 내 하나회를 중심으로 하극상을 준비한 전두환 등 신군부는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와 권력을 장악했다. 1980년 4월 14일에는 공석 중이던 중앙정보부장까지 겸임하게 되었다. 신군부는 5월 17일 자정을…
제주도에 매화가 피었다는 화신이 전해진 것은 지난 1월초였다. 폭설 속에 핀 매화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매화가 남해를 건너와 순천 선암사나 하동 섬진강변의 마을, 그리고 남명 조식의 유적인 산천재에서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강추위와 폭설도 계절의 변화에는 별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섬징강을 따라 자리 잡은 전남 광양, 구례, 경남 하동은 이 맘 때면 꽃 대궐로 변신한다. 그중전남 광양은 매화가 가장 흐드러지게 피는 고장이다. 매화 마을은 물론 옹기종기 모인 마을 뒷산까지 하얀 눈이 내린 듯 변한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눈이 호강한다. 마음은 또 꽃처럼 화사해진다. 그리고 저절로 행복에 빠진다. 그곳에 조지훈의 시비가 서있다.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수많은 시인 묵객들처럼 조지훈도 매화를 사랑했다. 올해는 꽃소식이 예년보다 약간 늦어 아쉬움은 있지만. 벌써 거제와 남해 일대의 동백은 붉은 볼을 내밀었다. 곧 산수유와 생강나무, 유채 꽃밭도 미풍에 넘실거릴 것이다. 남쪽
낙엽 /허문태 도달해야 할 가장 높은 곳이 바닥이라니 내가 가장 싫어했던 바닥이라니 시궁창에 떨어질 수도 있다니 축축한 길바닥에 뒹굴 수도 있다니 네게 밟힐 수도 있다니 바람이 분다 노을이 붉다 자, 이제 비상이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 허문태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비상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꿈이다. 더 높은 곳은 어디일까. 더 나은 자리일까, 더 풍요로운 생활일까, 아니면 더 빛나는 명예일까. 아무튼 우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시궁창에 뒹굴기도 하고 타인의 발에 짓밟히기도 한다. 나무의 비상은 낙엽이 되는 것이다. 낙엽으로 떨어져 다음해 나무의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이다. 바람이 불고 노을이 물들면 우리 겸허한 자세로 생명의 본질에 어울리는 비상을 꿈꾸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장종권 시인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세대의 취업과 창업이 어렵고 양육과 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주택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이 때 여유가 좀 되는 부모들은 재산의 증여나 양도를 통해 자녀 지원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안이하게 처리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세금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취직 못한 자녀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자금을 대여해주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직계존비속간의 금전소비대차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전소비대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상 목적이 분명하여야 하고, 이에 따른 이자지급 내역 등의 명세가 분명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사업자금을 자녀에게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경우, 적정 이자를 받지 않으면 이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면서 매매형식을 빌려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더라도 과세관청은 일단 증여로 추정한다. 자녀가 실제 번 돈으로 본인의 아파트를 부모로부터 매입했다는 소명을 하여야만 증여세를 과세당하지 않는다. 증여 금액을 줄이기 위해 자녀에게 대출이나 전세금이 낀 아파트를 증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외쳤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마침내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초청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만나는 시기는 5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수뇌부를 만난 적은 있어도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를 만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과거 북핵위기 때 김일성을 만났고,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문재인 정권의 중재 외교는 분명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전쟁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의 상황은 이제 통제가 가능한 상태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즉 전쟁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 한반도 정세 특히 남북관계는 우리의 입장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는 모르지
교차로에서 /김백겸 이정표가 있는 네거리에서 금강이 있는 대평리 벌판으로 갔더라면 안개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여주었을까 코스모스 꽃은 암호가 되고 대지는 숨 쉬는 고래처럼 에너지를 뿜는 풍경으로 산책길을 유혹하였을까 그날 아침 세계는 뮤즈의 꿈꾸는 눈을 하고 내 눈을 연인처럼 쳐다보았다 문명 감옥에 사는 내 정신은 그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습관처럼 세종시 아파트의 안락함으로 돌아왔다 무도회에의 초대를 거절한 남자처럼 지도를 잃어버린 마젤란처럼 - 김백겸 시집 ‘거울아, 거울아’ 중에서 우리는 지금 삶의 이정표를 습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고귀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이 눈에 보이는 안락함에만 갇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선사했던 설레는 기쁨의 암호와 대지가 보여주었던 생명의 환희는 어디로 갔는가. 어느 틈으로 우리의 신화와 전설과 유희마저도 빠져나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조만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문명의 감옥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로봇이 인간을 닮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로봇을 닮아갈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의 의미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