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로 정신병원을 폐쇄한 나라는 이탈리아다. 1970년대 정신보건 개혁을 통해서다. 개혁은 정신병원내 환자에 대한 비인권적 실태와 의학적 부정효과를 주장한 ‘프랑코 바살리아’라는 정신과의사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과거엔 여느 나라 못지않은 정신 질환자 수용의 어두운 그늘이 있다. 1904년 법률을 제정,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정신질환자 입원을 판사가 결정토록 하면서 입원은 치료가 아니라 사회 보호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환자로 결정되면 시민권을 박탈,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전기 충격요법, 원치 않는 수술요법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60년대 초 이런 방법이 오히려 환자의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바살리아는 환자가 정신병원을 벗어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확신도 갖게 된다. 그 후 그는 정신병원 폐쇄 운동에 돌입, 마침내 1978년 정신병원 폐쇄법인 ‘바살리아법’을 이끌어냈다. 당시 사회는 ‘이탈리아의 미친법’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의 이탈리아 정신질환자 관리는 지역에 설치된 정신보건센터 중심으로 완전히 변화했고 치료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행복지수는 신뢰지수와 이해지수의 합이다.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진짜로 백지장을 맞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우린 많은 일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여러 사회구성원들중 일원이 되어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진심으로 작은 일, 백지장 같은 상황일지라도 힘을 보태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동료로, 이웃으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들은 이미 작은 행복과 작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일 것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다소 번거롭고, 기다려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 일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혼자서 가는 걸음은 속 편하고 빠른 반면, 다소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화합하며 사랑할 수 있다면 비록 느린 듯하나 더 크게 발걸음을 뗄 수 있고, 멀리 갈 수 있으며, 힘을 더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생활에서 행복을 얻는 일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강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강점인 것처럼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강점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길은 상대를 대하…
고야 古夜 /백석 아배는 타관가서 오지 않고 산비탈 외따른 집에 엄매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 뒤로는 어느 산골짜기에서 소를 잡어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이 쿵쿵거리며 다닌다.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아래 고래같은 기와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에 청밀에 은금보화가 그득하다는 외발 가진 조마구 뒷산 어늬메도 조마구네 나라가 있어서 오줌누러 깨는 재밤 머리맡의 문살에 대인 유리창으로 조마구 군병의 새까만 대가리 새까만 눈알이 들여다보는 때 나는 이불속에 자즈러붙어 숨도 쉬지 못한다. 또 이러한 밤 같은 때 시집갈 처녀 막내고무가 고개너머 큰집으로 치장감을 가지고 와서 엄매와 둘이 소기름에 쌍심지의 불을 밝히고 밤이 들도록 바느질을 하는 밤 같은 때 나는 아릇목의 삿귀를 들고 쇠든밤을 내여 다람쥐처럼 밝어먹고 은행여름을 인두불에 구어도 먹고 그러다는 이불 우에서 광대넘이를 뒤이고 또 누어굴면서 엄매에게 웃목에 두른 평풍의 새빨간 천두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고무더러는 밝는 날 멀리는 못 난다는 뫼추라기를 잡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예전에 화수부두에서 송현동을 거쳐 배다리까지 이어진 물길이 있었다. 그 중 현재 화평파출소와 송현파출소 사이 약 300m 갯골 수로를 ‘수문통’이라고 불렀다. 수문통이란 물이 드나드는 수구문이 있는 곳을 지칭하는 말로서 인천 뿐 만 아니라 전남 설도를 비롯해 충남 등 댐이 있거나 매립을 한 뒤 수문을 만들어 놓은 곳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이다. 지대가 낮아 인근 지역 생활하수가 이곳으로 흘러들었다. 현 동국제강 위치에 있는 수구문에서부터 시작되어 화평파출소 아래에서 중앙 시장 밑으로 ‘ㄱ’자로 흘러 배다리 철교 아래까지 이어진 뱃길 역할을 했다. 복개가 되기 전 제방의 높이가 약 7~8m였는데도 만조 때는 물이 넘칠 때가 많아 주변 주택들의 부엌에까지 흥건하게 바닷물이 들어 왔다고 한다. 옛 어른들은 “수문통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사는 곳”이라 했고 물이 빠지면 작은 바닷게와 망둥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수문통 지역은 1989년 송현치안센터에서 부터 삼두1차아파트까지 복개됐고 1999년 현재 송현교 표지석이 있는 화평치안센터까지 완전히 복개됐지만 지금도 하루에 두 번씩 복개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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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이야기하긴 쉬워도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회사와 가정에 얽매여 살았던 ‘인생 1막’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해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과 의지는 있으나 사회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만 50세 이상~만 65세 미만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과거의 중장년층과는 조금 다른 생각과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은 이렇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자녀, 배우자 등의 관심과 희생에서 탈피. ‘나’ 자신을 두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주류를 이뤘다. 희망사항도 다양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격증 취득 욕구도 높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로는 ‘휴양지에서 한 달 살아 보기’(58.5%), ‘세계 일주’(52.6%), ‘사회에 의미 있는 일 하기’(47.4%) 등도 꼽혔다. 덕분에(?) 이들을 빗댄 신조어 ‘리본((Re-born)세대’란 말도 생겨났다. ‘신(新)중년’ ‘액티브 시니어’ 등과 비슷한 말로, 모두 누군가를…
흰밤 /백석 옛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여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달밤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달밤에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를 진술하고 있다. 도시에서 만나는 달밤과 산 쪽에서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밤에서 만나는 달밤의 차이는 크다. 수절과부의 어떤 사연이 있기는 하는데 그 사연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까닭을 시인은 함축적으로 암시하고 있지만 여기서 횐 밤은 사회상규의 질서를 밝게 비추는 상황들을 암시하고 이야기 한 게 아닌가 한다. 그 진술은 그래서 정연한 질서를 유도하는 밤의 색체이거나 성과 죽음의 정서를 섬세하게 분출하는 상징적인 기운과 여성성이다. 어쩌면 시인은 어려운 인고의 삶들이 자신의 문학관에 한계를 느끼거나 자유롭지 못한 세상사의 시선들에 고풍스러운 고향사람들의 애절한 어둔 현실을 사회적인 시선들로 모순을 끌어들여 시골마을의 달밤 풍경에서 수절과부가 많은 사연을 남기지 못하고 목을 매여 죽었다는 진혼곡으로 익히는 동시에 성적인 기운과 죽음의 공포가 교차하는 달밤의 분위기가 어쩐지 서사적인 배경을 넘어 쓸쓸하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현재 고교에 재학중인 고1, 고2, 고3 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대학입시는 매년 달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고1 학생들은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 공동·선택과목 간 문항 비율이 75% 대 25% 내외에서 출제,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 절대평가, 5점 간격 등급 분할, 4교시 한국사 영역 답안지 분리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현재 고2(2021학년도 대입) 학생들은 수능위주 모집 30% 이상 선발이 적용되기전 정시 확대 기조가 반영된 학년으로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학습하나 예전 대입 제도를 유지하는 그야말로 과도기 학년으로, 국어 영역은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에서 출제되며 현행 수능과 출제범위는 동일하다. 현재 고3(2020학년도 대입) 학생들은 수시확대, 정시축소로 확정된 계획으로 입시를 치르게 된다. 수시 77.3%, 정시 22.7%로 2009 교육과정으로 학습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막차를 탄 학년으로 볼 수 있다. 2020학년도 대학입시를 준비중인 고3 학생들은 수시 모집을 중요
김밥을 쌌다. 단무지와 계란 그리고 우엉, 햄 등 딸이 좋아하는 재료를 준비한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통깨,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김발에 김을 얹고 밥을 넓게 편 다음 준비한 재료들을 얹고 정성껏 감싸 말아준다. 두툼한 김밥과 김 밖으로 나온 넌출 넌출한 재료들이 제법 식욕을 돋운다. 어떤 김밥은 옆구리가 터지기도 하고 어떤 김밥은 제법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질 만큼 동그랗고 예쁘게 잘 말렸다. 김밥을 좋아하는 딸을 생각하며 돌돌 말아 쥔다. 딸이 김밥을 먹고 조금만 더 힘을 더 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교육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딸이 많이 힘든가보다. 자존심이 강해 잘 내색하지 않지만 수강생을 모집하는 과정이 만만찮아 보인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설명회와 학생들 무료체험수업을 통해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을 홍보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만큼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아이템과 노하우 그리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당차게 준비했다. 창업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도 크겠지만 이십 대 또래답지 않게 제법 잘한다 싶었는데 아빠의 걱정에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울고 싶은데 볼기짝…
오늘(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독도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이날이 ‘독도의 날’(10월 25일)이란 것을 평소에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데 고맙게도 초중고에 재학 중인 청소년 10명 중 7명 이상이 독도의 날을 알고 있다고 한다. 엘리트 학생복의 청소년 1천70명 대상 설문 결과 793명(74%)이 독도의 날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3월과 7월 일본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및 학습지도요령해설서 개정판을 고시했다. 2022년부터 일본의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명기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이다. 일본 해상보안청 경비함(순시선)도 독도 인근 해역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구을)이 해양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순시선은 2014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총 540회나 독도 인근 해역에 나타났다. 매년 100회 정도로써 3~4일에 한 번 꼴로 독도 인근에 출몰했다는 얘기다. 일본 순시선은 독도 인근 해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며 순찰하고 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