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조상들이 가꿔 온 거룩한 전통이 현대 물결에 의해 사라지는 추세다. 장터마다 있었던 대장간이 없어지고, 농가에 꼭 있어야 했던 쟁기도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 값진 식기는 놋그릇이었다. 놋그릇은 한 번 구입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었으며, 품위가 있고 보온이 잘 된다. 그처럼 위엄이 있고 고풍스러워 임금님 상에는 반드시 올랐다.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28 대 22로 1천200도의 고온에서 섞은 후 만들고자 하는 판에 쇳물을 부어 식힌 다음, 망치질로 펴서 원하는 그릇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통일 신라의 유기 제품으로 보이는 청동숟가락, 청동용기, 청동제기 등이 이천 설봉산성에서 출토돼 그 기원을 말해준다. 방짜는 주석이 포함돼 있는데도 거듭되는 망치질과 반복적인 열처리가 방짜가 깨지지 않는 비밀이다. 군포시에는 방짜유기장이 있다. 방짜유기 기능보유자 김문익(78)은 1992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에 지정됐다. 김문익의 방짜 기술은 악기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악기의 음색은 청아하기 그지없다. 군포 방짜는 72 대 28로 주석의 함유량이 더 많다. 주석이 많을수록 깨지기 쉬우나 빛과 소리가 좋아서 고집한다. 1988년 서울 장
수원화성의 사대문의 형태와 위계에 있어서 남·북대문이 같고 동·서대문이 같다. 물론 지금처럼 정확한 설계도가 당시에는 없었기에 지형과 감독관에 따라 조금씩 오차가 있지만, 동문인 창룡문과 서문인 화서문은 크기 형태가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화서문 공사는 1795년 7월 21일 시작해 겨울 공사로 이어지고 1796년 1월 8일 준공된다. 순서로 보면 남·북대문은 1794년, 동문은 1795년에 각각 만들어져 위계와 중요도에 따라 화서문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팔달산의 북쪽 기슭에 연결돼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아 원형이 다른 대문보다 잘 보존될 수 있었다. 현재는 보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집중 관리를 받고 있으며 또 이곳은 수원화성에서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고 저녁에는 자주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없는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 속의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사진에 담으려는 작가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화서문의 지붕과 용마루에는 많은 비둘기가 앉아 풍경을 더해주고 이곳이 수원화성에서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원화성의…
공직사회에 무국적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니 문제다. 뜻도 모르겠고, 국어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상한 단어들을 보도자료 등에 버젓이 사용하고 있어 기가막힌다. 그 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는 ‘자칭’ 언론의 꼬락서니는 더욱 한심하다. 지방자치단체와 행정 기관에서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행정 용어들을 아직도, 여전히, 밥먹 듯, 사용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행정안전부가 ‘행정용어 순화어 검색·변환 시스템’까지 마련했을까. 이는 무국적 행정용어 사용이 중앙정부에도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정도를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이 시스템도 관행에 밀려 쓰레기 취급을 받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같은 추세는 온라인 정책홍보가 대세를 이루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국어와 영어를 혼용해 소위 ‘우주 언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 첫 화면만 들여다봐도 이같은 예들은 넘쳐난다. ‘야~나DO 사회적경제 청년활동가’나 ‘Let’s DMZ&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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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의 지난 7월 기준 단어는 72만5천706개, 구(句)는 37만4천387개로, 모두 110만93개다. 하지만 ‘없는 말이 없는’ 우리말 사전이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들 이야기 한다. 단어와 구의 접합 활용에 따라 의미가 무궁무진하게 변하는 한글의 위대함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한글의 새기는 한글날이다. 1926년 ‘가갸날’을 기반으로 1928년 제정됐다. 그러나 91년이 지나도록 매년 한글날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맞고 있다. 그나마 오늘 하루 너도나도 한글의 우수성을 칭송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내일이면 까맣게들 잊고 사회 곳곳에서 한글파괴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해서다. “감기 빨리 낳으세요” “일해라 절해라 마세요”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일상 대화에서의 거슬리는 맞춤법 오류, 즉. ‘낳다’와 ‘낫다’를 구분 못 하고, ‘얘기’가 ‘예기’로 둔갑하는 건 애교에 속한다. 억지 단축어·신조어·비속어가 난무하는 SNS 글의 오류는 더 심하다. 어린이 독법 같은 어문 파괴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한자를 모르는 어린이가 ‘辛’(신)라면을 ‘푸’라면이라고 읽은 데서 시작됐다는 누리꾼들의 조어 제조는 접입가경이다.…
그믐달 /윤일균 할머니 시집올 때 해오신 반닫이 손잡이 자루 반질거리는 할아버지 깔딱조선낫 틀니 끼울 수 없는 아버지 잇몸 빈 지게 지고서야 펴지는 엄니 허리 우주를 매단 손잡이 이내 굳은 아내의 속마음 - 윤일균 시집 ‘돌모루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 / 2019·도서출판b 시는 서사와 묘사의 만남이다. 시의 역할은 묘사로 상상을, 서사로 사유를 독자에게 전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묘사가 과잉된 시가 독자의 상상을 가로막고, 때로는 상상할 필요 없는 서사가 사유(思惟)를 가로막을 때가 있다. 그런데 모처럼 서사와 묘사가 매우 흥미롭게 조화된 시 한편을 읽는다. 시인이 발견한 ‘그믐달’은 하늘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의 몸과 마음이다. 할머니의 삶이 송두리채 담겨있는 작고 오래된 옷장의 손잡이에서 헛헛한 시간을, 반질거리는 할아버지 조선낫과 아버지의 잇몸에서 발견된 휘어지고 고단한 시간을, 어머니의 휘어진 허리에서, 아내의 오무라진 속마음에서 슬픔이 갉아 먹고 남은 애잔한 세월의 그믐달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화려한 수사이거나 생경한 언어가 아니라, 가까이 있어 놓쳐버린 사랑에 대해 시인은 노래하고 있…
‘고독’은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매우 쓸쓸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수필가 이양하의 ‘나무’에서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도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지키며 즐길 뿐이다. 특히 새와 달과 바람이라는 친구들이 있지만, 나무는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그러나 나무는 고독하다고 해서 그것을 슬퍼하거나 탄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는 사계절 내내, 그리고 밤낮으로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는 고독을 잘 알고 있기에, 어느 것보다도 그 고독을 잘 견뎌내며, 오히려 그 고독을 즐기며 함께 한다. 보통 도시생활은 자유롭고 달콤하며, 분위기는 화려하고 풍요롭고 즐겁다. 그러나 그 자유롭고 풍요 속에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결핍과 소외 그리고 고독이다. 고독한 삶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인들은 왜 고독할까? 고독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이라고 말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멀어짐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도시공간만의 비인간화, 사무화경향이 팽배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고독은 ‘홀로 있음’과 ‘외로움’의 의미로 읽혀 부정적이거나 가급적 피해야하는
1926년 단성사에서 상영한 ‘아리랑’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한국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 영화였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한 나운규는 민족영화 감독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며 대중적 명성을 얻었다. ‘항일’이란 용어를 들어내놓고 말 못하던 그 시절, 검열을 의식해 가며 만든 민족영화 ‘아리랑’은 많은 부분이 삭제된 후 공개된다. 당시 한국 옷을 입은 한국사람만 나와도 환호하던 관객들에게 나운규는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아리랑’을 만들어 민족적인 감동까지 이끌어 낸 최초의 감독이다. ‘아리랑’은 민족영화로 일컬어지는데 그것은 한국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즉 민족영화의 전제 조건은 한국사람의 이야기를 한국사람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영화라는 개념은 이렇듯 다분히 자국의 전통적 사상까지를 포함하는 범위로 좁혀진다. 지금 ‘아리랑’은 필름이 분실돼 볼 수가 없고 다만 문헌 자료를 통해 영화를 유추해볼 뿐이다. ‘아리랑’은 항일영화로 볼 수 없지만 다분히 항일성을 상징한 대립요소의 드라마 트루기를 갖고 있으며 은유적으로 표현된 영상의 표현이 일제강점기 핍박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제외한 모든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내 몇몇 지자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그것도 행정 일선에서 낮은 수당을 받고 있는 통·리장의 자녀 장학금 지급조례 시행규칙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었다니 기가차다. 그나마 경기도 인권센터가 발견해 개정 의견을 표명하고 나서서 다행이다. 인권센터는 이 같은 시행규칙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요소가 있다고 판단,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내 19개 시·군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장학금을 신청할 때 ‘종교’와 ‘사상’을 기재하거나 별도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했다. 오랜 시간동안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인권을 침해당했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를 단편적으로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다. 일제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인권불감증이 뼛 속 깊이 박혀있었다는 방증이다. 기성세대들이 ‘인권망각 유전자’를 대물림 할 뻔했다. 요상한 문구는 더 있다. ‘학업에 충실하고 타의 귀감이 돼 장차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강요다. 지자체들은 이 글이 적힌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국기에 대
황해경제자유구역 내 ‘현덕지구 개발사업’이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도는 지난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경기도 평택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의 현덕지구 개발사업을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평택시 포승읍 신영리와 현덕면 장수리·권관리 일원 231만6천100여㎡ 부지에 유통, 상업, 주거, 공공 등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8년 5월 지구로 지정됐고 2012년 8월 지식경제부가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개발계획변경을 승인, 평택시 현덕면 일대 231만6천㎡가 개발지구로 지정됐다. 도는 2014년 1월 현덕지구 개발 사업 시행자로 대한민국중국성개발(주)을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해당지역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가중됐다. 현덕지구 내에 거주하고 있는 114가구 주민들은 노후주택 개보수와 보일러 교체 어려움에 따른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지보상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이주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를 할 수 없어 영농소득도 감소했다. 이에 도는 지난해 8월 현덕지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시행기간 내 개발사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