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서로의 글들을 주고받는 외국인 교수가 있다. 그는 한·중·일 3국의 고전문학에 정통하며, 동북아 상호관계의 남다른 미래비전도 제시하는 탁월한 동양학자다. 특히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그가 수용한 ‘선비정신’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는 유별난 한국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인 이만열 교수(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다.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에는 다양한 거리와 각도에서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자기 자신을 볼 때에는 거울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거나 타인을 통해 의견을 듣는 수밖에 없다. 새 옷을 입고 빙글 도는 익숙한 장면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같은 이치일 것이며, 누군가 외국인의 시각으로 우리를 관찰하고 진솔한 자문을 준다면 몹시 유익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10년 전 독일인 호르스트 텔칙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난다. 그는 헬무트 콜 수상 당시에 안보수석으로 독일통일의 설계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독일에서 별명이 ‘통일설계사&
선진국으로 향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이에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그래서 줄기세포치료 등을 비롯한 헬스케어 산업과 바이오산업이 미래에 각광받는 분야로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미주나 유럽에서부터 의료관광을 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의료소비 국가’다. 이에 발맞춰 인천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 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개청 15주년을 맞아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 단지 조성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6일 4차산업 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존의 송도국제도시 4·5·7공구에 이어 새로 조성 중인 11공구까지 연계해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단지를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이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굴지의 관련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도 이뤄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규모가 56만ℓ(바이오리액터 용량 기준)를 넘어서게 됨으로써 단일도시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생산시설이다. 여기에다가 아지노모도제넥신·찰스리버코리아·머크·GE헬스케어 등 바이오 공정 관련 글로벌 기업들도 함께
겨울비 /오송희 목이 말랐습니다. 긴 기다림 동판 지붕 위에 음계 새기며 흐르는 밤 한 자 두 자쯤 깊숙이 스미어 창백한 뿌리골무 그 가쁜 숨이 느른해질 때까지 어둠과 슬픔을 멀리하며 밝음과 명랑을 지향했던 불운들이 겨울비와 함께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밤이 깊을수록 상념의 밤들로 가득한 밤의 정적함 들이 몰려오겠지만 일상의 교양 체험을 통해 습득한 자연현상의 투박한 관념어를 정리하고 나면 목이 말랐던 경험의 언어들이 희귀하게 될 것이다. 느림과 기다림에 의해 산다는 순환의 법칙은 필요하다. 참다운 예술의 세계로 가지 않더라도 가난과 고독과 슬픈 천명을 겨울의 밤을 빌려 삶의 표현을 위해 삶의 소유라는 희생을 통해 시인의 길을 가야 하는 회고와 성찰은 그래서 더 깊어가는 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왕따는 집단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왕따를 다른 말로 4차원, 마이웨이, 아웃사이더, 투명인간 등으로 불린다. 학교는 물론이고 직장내에서 왕따는 심각하다. 최근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60%이상이 왕따를 경험한다. 개인주의와 인터넷의 생활화로 왕따는 업무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며, 누명과 소문으로 시달리고 폭언과 폭력으로 시달림을 당한다. 왕따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직장인에게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에도 비용과 갈등을 초래한다. 이러한 왕따는 집단문화주의에서 나온다. 우리는 나보다 사회를 우선시하고 자유보다 권위를 중시한다. 개인을 집단속의 부품으로 인정하는 일본은 집단주의 극치국가이다. 청소년 왕따인 이지메로 유명하다. 개인의 주체성과 주도적인 입장으로 올라서길 열망하는 한국도 집단주의의 끝에 위치하지만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향한다. 경제가 나빠지거나 이해관계가 대립할 때는 자기편을 만들고 지위를 이용하는 집단과 권위로 주의로 되돌아간다. 한국기업은 강한 조직문화로 세계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다양성보다 획일주의를 존중하고 자율성보다 상호협력을 중시한다. 독점자본가와 재벌을 중시한다. 특히 학연·지연·연고와 파별주의 라
지난 2016~2017년 경주와 포항의 지진과 최근 제천 밀양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화재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같은 국민들의 우려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재난방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바뀐 게 별로 없다는 인식에서다. 화재 부분만 하더라도 그렇다. 국민안전처에서는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화재예방 확산 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대적인 예방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경각심을 일깨우고 조심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참사는 발생할 수 있다. 화재뿐만이 아니다. 산업사회의 복잡다단함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재난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재난의 발생유형도 예측하기 어렵고 대형재난으로 확산될 위험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언제까지 국민안전처나 소방방재청 등 공무원들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에 남양주시에서 시민이 주도하고 시가 지원하는 ‘향토방재단’을 창설키로 했다. 남양주지역 시민들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자연 재난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밀양·제천 참사와…
평택·당진항의 매립지 경계 문제와 관련, 경기도 평택시와 충청남도 당진·아산시 등 3개시가 20여 년째 대립하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1995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정부의 아산만 종합개발 기본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평택, 포승, 송악, 석문, 아산, 화성 지구 등 6곳으로 나눠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1997년 12월 평택항 서부두 제방이 완공됐고 평택시는 1998년 서부두 제방을 토지로 등록했다. 아울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곳에는 갯골이 있었다. 당진 등 충남 지역에서는 이 갯골을 해상경계선으로 하는 경계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헌법재판소에서 부두제방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 서부두 제방 3만2천834.8㎡를 당진시 관할로 인정했다. 평택시에는 4천855㎡만 귀속시켰다. 그런데 2009년부터 매립지 행정구역의 경계를 행정안전부가 결정하게 됐고 행안부는 2015년 96만2천350.5㎡ 중 70%인 67만9천589.8㎡를 평택시 소관으로 인정했다. 당진시는 28만2천760.7㎡였다. 이에 당진시와 충남도, 아산시는 대법원에 행안부의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헌재에 행안부, 평택시가 헌법상 지방자치권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인물은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셀라로 969년을 살았다. 아담은 930년을 살았다. 대홍수 이전 인류 조상들의 평균 연령은 912년이었다. 성경이 진리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고 할법하다. 창세기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대홍수 이후부터 사람의 수명이 노아의 950년에서 데라의 205년까지 줄게 되고 결국 모세가 120년을 산 이후 점차 서서히 불규칙적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태양은 수명이 100억 년이다. 한라산 중턱에서나 볼 수 있는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 화이트산 므두셀라 소나무는 2018년 현재 나이가 4천849년으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나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사는가. 공자님 말씀에 인생 70은 고희라 하여 70을 사는 것도 드문 일이라 했다. 조선시대 평민들의 평균수명은 40세, 임금들은 44세에 불과했다. 가장 오래 살았다는 영조가 80을 넘겼을 뿐이다. 다행히 요즘은 누구나 80~90은 살게 됐다. 물론 30~50 사이에 요절하는 사람도 있다. 지구의 수명과 므두셀라
화성시 행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질 않고 있다. 공무원들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토론이나 합리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감정이 우선이다. 옳고 그름이나 잘잘못은 오로지 상대방이 누구편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화성시 행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돌파구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오히려 헐뜯고 상대방을 모함하고 깎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행태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편가르식 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대표적인 폐해 중 하나인 줄서기와 이로 인한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소되기는커녕 직원들의 마음속에 커다란 응어리로 남기고 있다. 아무리 공정한 인사를 강조해도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기준은 후자인 것이다. 이런 풍토 속의 인사는 아무리 시민을 위한 행정을 외쳐봐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것은 곧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따름이다. 이같은 문제는 매번 인사 때마다 속속 드러난다. 인사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지난달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0명이 사망하고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종로 서울장여관 화재로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지 6일 만이었다. 이틀 뒤에는 불광동 미성아파트 화재로 일가족 3명이 희생되었다. 한 달여 전인 작년 12월 21일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당했다.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이니 크고 작은 화재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런 재난들을 당연히 받아들일 저개발국이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고 있다. 행려병자 시신이 종합병원의 교육용으로 부족함이 없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누구든지 생명이 존중되고 보호될 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까지도 존중받는 그런 세련된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재난과 인명피해가 반복될까? 법에 따른 시설과 장비를 갖출 뿐 아니라 규정을 지켜야 밀양 화재에서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2006년 1·4·5층에 147㎡규모의 불법 건축물을 설치했다고 한다.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환복 및 탕비실은 본래…
꽃을 안치다 /김효선 사막은 가도 가도 꽃이었다 밥 대신 꽃을 안쳤다 꽃을 먹다 여러 번 토하기도 했다 당신의 어깨에 쏟은 꽃들 기다림 끝에 당도하는 사람 하나쯤 가져야 한다고 싱싱한 발목을 모래 위에 내놓았다 가도 가도 꽃이었다 흰 꽃들이 무더기로 늘어났다 뜨거운 것들의 내부는 얼마나 차가운지 하지 말아야 할 말들만 씹혔다 모래 위에 뱉어낸 꽃들 시들어버린 발목을 숨겼다 가도 가도 너라는 사막을 다 건널 수 없다 - 김효선 시집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중에서 내가 만난 너는 사막이었다. 사막이니, 손에서는 버석거리고 마음에서는 흘러내리는 모래가 가도 가도 끝이 없겠다. 밥이 아닌 모래가 씹히고 뜨겁다 믿었던 너의 내부는 차갑겠다. 그런데 ‘사막은 가도 가도 모래였다’여야 했는데 ‘모래’가 ‘꽃’으로 바뀌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래가 아닌 ‘너’는 없을 듯도 하다. 어차피 그렇다면 모래를 꽃으로 읽고 꽃으로 보고 꽃으로 대하자. 비록 싱싱하던 발목이 시들어버리기는 하였으나, 너에게 이미 들여놓은 발목을 다시 거두어들일 수는 없는 일, 너를 다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