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정치나 통일에 무관심한 것을 단지 풍요로운 시절 태어나 그런 것이라 말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과도한 정치 냉담이나 지극히 외골수적인 정치 편향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은 그런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지금의 젊은 세대가 성장하면서 체험하는 정치 현실을 보면 이들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 현실을 잘 대변하는 말로써, ‘정치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로 상징되는 우리의 그동안 정치 현실이 지금의 젊은 세대를 만든 것일 수 있다. 이 표현이 담고 있는 것은 결국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난하고 문제점를 들춰내면 내가 부족해도 차악으로 선택됨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선택된 과정을 반복하는 정치 문화에서는 굳이 희망과 발전의 가치와 정책 제시로 선택되기보다는 그저 상대방 비난만 한다. 진영 논리와 뺄셈 정치 속에 갇히는 것이다. 정치는 언제나 부정적인 갈등과 싸움의 현장이 되고, 결국 그런 정치가 펼쳐지는 사회는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나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언제나 차악 사회로 전락한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희망과 가치를 말하는 덧셈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지지와 선택을 위해…
선진국들 중에서 호주, 스웨덴 등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국가도 있지만 OECD 국가들은 차이는 있어도 모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상속세 부담이 높은 나라로 상속재산가액이 30억 이상인 경우에는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므로 상속재산의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하여야 한다. 더구나 경영권을 가진 주식의 경우에는 20%의 할증 평가를 감안하면 무려 60%의 세율이 적용되어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상속세 부담 국가가 된다. 과거에는 부자 아빠와 엄마의 자손들이 내는 세금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나 자산가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상승하여 이제는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 이상 특정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고민이 아니다. 일반 세금들은 매년 또는 거래가 있을 때 꼬박 꼬박 내면 되지만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내는 세금이라, 대체 어떻게 미리 준비해야 되는 건지 일반인으로서는 참 알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미리 준비를 해야 될지, 그리고 그 세금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몇가지 중요한 팁을 드리고자 한다. 첫번째 상속세를 절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이 불우한 시기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과 같은 것이다.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 회고전은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고 향후 24일까지 계속된다. 16일에 상영된 '하루'는 그의 1996년작으로 비교적 초중기작에 속하고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1998년에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영화로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와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가 있다. 두 영화는 일본영화가 개방된 후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 왔다. 국내 개봉 1호가 된 일본영화는 ‘하나비’였다.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의 개봉이라는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하루’ 직후에 내놓은 ‘실락원’이 국내에서 개봉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표현 수위가 국민들이 보기에 적절치 않다는, 그야 말로 후진국적 ‘영화 심의’ 탓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18세 이상 관람가의 일본영화는 2004년 이전까지 여전히 개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실락원’이 뭐 그리 대단한 수위의 작품도 아니었다. 흔한 정사 씬이나 베드 씬도 이렇다 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불륜 남녀의 러
나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숲 속으로 가라’는 말과 같다. 집 근처에 물기 마르지 않고 사철 푸른 산 속 숲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긴 시간 들이지 않아도 숲의 품에 안기어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숲속 공기는, 우선 콧속을 통해 호흡기와 폐를 맑히며 냉기 어린 맛감각이 나의 두뇌를 일깨워 사유하고 상상하며 정리하게 한다. 그런 뒤 귀한 문장을 얻어내는 길을 닦아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달 초순이었다. 체육회관 3층 헬스장에서 달리기 운동을 하던 중 유리창 밖으로 ㅇㅇ초등학교 정문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운동을 멈추고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그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ㅇㅇ초등학교. 49제를 맞이하여”라고 검은 천에 흰 글씨로 쓰여 있었다. 사노라니 못 볼꼴을 본 것이다. 초등학교가 장례식장도 아니요 교사가 무슨 독립운동가도 아니며 역전의 용사도 아니다. 그런데 왜 목숨을 버렸을까. 어린이들은 한 생명으로서 푸릇푸릇 움 돋아 가정에서 핀 꽃 학교라는 묘판으로 옮겨져 교정에서는 사랑의 함성 가득하고 행복하게 웃는 어린이들 모습으로 평화로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문에는 검
가평군에는 ‘선생님 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마을이 있다. 가평읍 하색1리가 그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배출한 교사는 총 10분이다. 가평군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주민등록통계(2002년 12월 31일 기준)에 이 마을의 가구 수가 93가구임을 감안하면 대략 열 집 당 한 명꼴로 교사를 배출한 격이다. 놀라운 것은 이 10명 중 8명이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여기에 옛날 마을 서당에서 훈장을 하신 분도 두 분이 계셨고, 가평문화원장 두 분(2대, 10대 현임)도 이 마을 출신이니 하색1리는 선생님을 배출하는 뭔가 특별한 학재(學才)의 기운을 만들어 낸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무슨 특별한 비방(祕方)이라도 있었던 걸까?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마을 이야기를 채록하며 나름대로 세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먼저 ‘풍수기원설’. 이 마을에는 명당으로 유명한 어우당 유몽인 묘가 있고, 관련한 용묘(龍墓)의 전설이 있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된 유몽인은 이곳에 자신을 묻되 자손들은 결코 한꺼번에 응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언을 잊고 같은 해 과거에 응시한 세 손자는 장원으로 급제했고, 이를 신기하게 여긴 왕실에서 이들의 조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 주도자들이 내뱉는 말들이 소름을 돋게한다. 전임 정부가 임명한 언론기관장 갈아치우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더니,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계기로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인터넷 뉴스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그걸 공영방송이 증폭시키고, 이를 특정 진영 편향적인 매체들이 방송을 하면서 또 환류가 되는, 말하자면 가짜뉴스 악순환의 사이클”이라며 “수사 당국의 수사와는 별개로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걸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출신 장관급 인사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장제원 의원은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언론사 ‘폐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의원의 도를 넘는 발언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신학림의 대장동 인터뷰는 허위 인터뷰라며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고 했다.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군사정부 시대에도 이런 극단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치권의 언론을 향한 살벌한 공격에 언
가짜노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예센이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서 제기한 아이디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 시간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전념하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가짜노동이라는 것. 이를테면 비생산적인 지루한 회의,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 진행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실제 업무를 제외한 노동의 일부를 휴가 기간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화이트칼라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얘기다. 공휴일을 겨우 하루 추가하는 것도 극력 반대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강조하는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휴가로 하면 임금 삭감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 노동자들도 묵묵히 따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이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혁신의 필요성은 있다. 괜히 바쁜 척 하거나 빈둥대는 시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짜노동에 허비하는 시간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 그에게 최후의 날이 찾아왔다. 1815년 6월 18일 벨기에의 워털루 전투에서 그는 영국과 프로이센의 연합군에게 패배했다. 천하의 나폴레옹 시대는 그만 막을 내렸다. 포로가 된 그는 남대서양의 작은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를 떠나야 했다. 그는 제라늄 계곡이 있는 롱우드 하우스에 발을 디뎠다. 그의 망명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건강은 악화되고 성격 또한 요동쳤다. 6년간의 이 생활은 1821년 5월 5일 그가 생을 마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황제는 “만약 영국인들이 내게 조금의 흙을 거부하고 내 시체를 추방한다면 코르시카의 아작시오 대성당 조상들 곁에 묻히길 희망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인들은 그가 섬에 묻히도록 허락했다. 5월 9일 황제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영국 수비대는 그에게 무기를 선물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과 허드슨 로웨 주지사는 그의 무덤에 새길 비문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이들은 합의하지 못했고 나폴레옹은 벌거벗은 돌 아래서 쉬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후유증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제국의 팽창과 나폴레옹에 대한 향수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루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의 진정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일까.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택시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천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했다. 1000원은 1994년 기본요금이고 지금은 4800원이다.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라면 적어도 현재 기본적인 생활물가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0일, 정무직·1급 이상 고위공무원·지자체장·광역의회의원·교육감·국립대 총장 등 재산 공개대상자 2,037명의 정기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했는데, 신고재산 평균액은 19억4625만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20% 가량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76억9천725만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85억1731만 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1일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 296명 중 재산이 500억 원 미만인 292명의 평균 신고 재산액은 25억2605만 원이었다. 지난해(23억8254만 원)보다…
아내 단양 이씨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철창 안에서 목숨을 버렸다. 17살 소년인 아들은 아비의 의병부대에서 함께 싸우다 아비 앞에서 전사했다. 홍범도는 일지에 적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월18일 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온 가족을 잃으면서도 평생을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홍범도 장군, 일제마저 “날아다니는 홍범도”라 칭하며 두려워하던 독립운동가는 끝내 해방조국을 보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았다. 유해는 78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국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육사에 전시된 장군의 흉상을 들어낼 것이란다. 불패의 전사로 빛나던 독립군대장의 흉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관동군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백선엽의 흉상을 놓을 것이라 한다. 나라가 정녕 미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오동, 청산리 대첩 직후 일제 관동군은 간도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다. 일명 간도 경신참변이다. 박은식은 기록했다. "일본군들은 조선의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였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