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종정순 던져준 생선이 엉뚱한 데 떨어졌다 느슨하던 목줄이 당겨진다 길게 뺀 혓바닥이 닿을 듯 말 듯 애타는 발길질에 흙바닥이 파인다 헐떡거리는 숨, 흰털을 붉게 적시는 찢긴 발톱, 먹이에서 떼지 못하는 붉은 눈 묶인 말뚝을 빙빙 돌다 그 앞에 주저앉는다 잠들 때까지는 목줄도 혀도 붉은 눈도 궁리가 많다 - 시집 ‘뱀의 가족사’ 붉다, 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단순히 색상을 가리키는 형용사지만 정열의 상징이기도 하고 때로는 불온한 사상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의 붉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처절한 생의 본능이 느껴진다.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식욕 충족을 위해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약육강식이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먹이에 닿지 않는 개에게 목줄은 영원한 굴레인 것이다. 그리하여 몸의 온갖 기관을 동원하여 닿으려 하는 저 몸짓에는 단순히 눈의 충혈을 넘어선 어떤 생존의 몸부림 같은 붉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목줄도 혀도 붉은 눈도 궁리가 많은 그런 날 시인은 저 개와 다를 바 없는 삶의 편린을 읽은 것이다. /이정원 시인
가맹법·유통업법·대리점업법 등 ‘유통 3법’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추진된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이 필요할 경우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 누구라도 요청할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 등에 고발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피해구제가 훨씬 강화되는 것이다. 다만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 등에 관한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는 결론 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거래행위 중단을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사인의 금지 청구제’가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었으나 새로운 피해구제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공정위는 몇일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중간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금까지 TF 성과를 담은 것이다. TF에서 의견일치를 본 것은 그대로 추진하고, 복수 의견이 나온 부분에 대해선 추후 하나를 선택하거나, 절충안을 마련해 국회에 참고자료로 넘긴다고 한다. 전속고발권을 ‘유통 3법’에서 먼저 폐지키로 한 것은, 위법성을 가릴 때 고도의 경쟁제한 분석이
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 강진이후 잇따라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 수십명의 부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상가, 공장, 차량 등이 부서졌다. 도로와 상수도, 철도, 항만 등 공공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16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대학 수능 시험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치르기로 했다. 여진으로 인한 안전문제, 시험 시행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있겠지만 잘한 결정이다. 불안에 떨며 시험을 보는 것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공부해온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옳다. 여진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참사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16일 아침 9시2분경에도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했으니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한 정부 조치는 매우 타당했다. 이 정부가 칭찬받을 일은 또 있다.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직후 신속하게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했으니 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이로 인해 포항에서 거리가 먼 수도권 주민들은 지진보다 먼저 문자를 받았다. ‘와 학교에서 강의 듣고 있었는데 갑자
지난 11월 9~10일 호치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연계행사로 호치민에서 개최된 제3차 세계실크로드대학연맹 총회 및 실크로드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후학과 함께 ‘호치민 코리아타운 연구와 위키백과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호치민의 한인집거지 세 곳을 직접 탐방할 수 있었다. 먼저 대형쇼핑센터 슈퍼볼 지역으로 통하는 초기 한인들의 중심지인인 팜반하이와 탄롱 거리, 그리고 푸미홍과 안푸 등 아직도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두 지역이다. 슈퍼볼 지역은 이미 ‘역사’가 되어가고 있었으며, 주로 상사주재원들의 거주지인 안푸 지역은 아직은 ‘미래’였다. 지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한인들이 모여들어 LA 코리아타운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된 푸미흥 지역만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재’의 코리아타운이자 ‘미래’도 희망적으로 보였다. 푸미흥은 호치민시와 대만계 부동산 개발회사 ‘푸미흥(福美興)’이 외국인을 겨냥해 늪지대인 호치민시 남부 지역을 개발한 신도시이다. 처음부터 대만, 일본,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 국제학교를 유치했다. 호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에 이어 충남 아산과 강릉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무차별 폭행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SNS로 범행을 과시하듯 사진을 올리고 공론화된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소년의 괴롭힘에 대해 연구해온 올베우스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감인지능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공감인지능력이 요즘 들어 더욱 떨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가 학생들의 공감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사회가 성과만을 추구하는 비인격적 문화를 가진 데다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기보다 획일화하는 폭력적 측면까지 가지고 있어서 학교문화조차 이런 사회를 반영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싶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폭력적인 사회문화와 질서를 습득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평범한 아이들도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 문화를 반복적으로 내면화할 때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공감인지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둘째, 가
“할머니가 막내인 남동생을 아끼는 환경에서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당연히 남자는 1번이 되는 학급 번호를 거친다. 남자부터 시작하는 학급 번호, 자연스럽게 남자부터 급식을 먹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괴롭힘에 고통 받는다. 그 후엔 자신을 좋아한다 착각한 남자의 스토킹으로 남자 공포증을 겪기도 한다. 여성에게 가혹한 취업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면접 질문을 받고 광고홍보대행사에 입사한다. 남성을 중심회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지만, 아이를 가진 후 바로 퇴사한다. 힘들게 아이를 키우지만 ‘맘충’소리를 듣는 그녀는 결국 정신병에 걸리고, 그녀 주변의 여성들에게 빙의하는 증상을 겪는다.” 38만부가 팔려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줄거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지영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너무나 흔한 여성이다. 작가는 평범한 30대 여성인 이 인물을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성 독자들에게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엔 노회찬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엊그제 한국노동사회연구
시간 /임종성 그의 손에 아침이 쥐어져 있다 오지 않는 내일 아침이 모레가 몇 년 뒤의 밤과 낮이 쥐어져 있다 별 하나 배웅하고 들어와 그의 손을 다시 펴본다 손가락에 반지처럼 오지 않는 저녁이 끼워져 있다 - 임종성 <재게재지 : 시향 2016 겨울(글나무)/게재지 : 시선> 우리는 모두 시간에 속한다. 그 시간의 손에 모든 섭리가 쥐어져 있다. 그 손에 이미 벗겨 먹어 버린 오늘이 쥐어져 있고, 생의 뒤안길, 황혼에 붉게 물들인 갈대로 흔들리며 서성대는 밤과 낮이 쥐어져 있다. 별 하나 배웅하고 들어와 시간의 손을 펴서 살펴본다. ‘오지 않을’과 ‘오지 않는’은 어떻게 다른 걸까. 왜 오지 않는 내일 아침과 모레와 밤낮을 이야기했을까. 반지는 약속인데 오지 않는 약속이라니, 시인은 어쩌면 자기 생애의 저물녘을 늘 손가락에 끼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굳이 그의 손에 아침이 쥐어져 있다고 시의 처음을 시작한다. 언제나 저녁을 끼고 살면서도 새로운 아침을 생각하고 있다는 역설로 보인다. /김은옥 시인
16일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80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10분까지 입실하여 59만3천527명이 시험을 치른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의 고생스러움을 털어버리는 날이다. 12년 간의 공교육기간 동안 쌓았던 실력을 하루 아침에 결정짓는다는 것이 불합리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다. 침착하게 뒤를 돌아보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긴장감을 떨쳐버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갖는 마음으로 착실하게 임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수능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 시험이라는 것이 잘 보는 사람이 있으면 잘못 본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더욱 없다. 인생의 한 과정으로서 앞으로 우리에게는 인생의 숱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별탈없이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게 젊음의 특권이다. 학부모들도 그동안 밤잠을 설치며 긴장했을 터이다.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격려뿐이다. 수능이 끝난다고 해서 너무 긴장을 풀어서도 안 된다. 잠시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알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에 극도로 안 좋은 미세먼지를 줄여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대기환경을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2015년 연간 4천400t(PM10기준)인 미세먼지 배출량을 2020년까지 1/3 수준인 연간 1천500t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양도 많다. 따라서 ‘알프스 프로젝트’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원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발생원이라고 여기지만 도의 입장은 다르다. 수도권 미세먼지가 경유차보다는 공장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측정 결과에도 나타난다. 수원(49㎍/㎥), 광명(49㎍/㎥), 과천(48㎍/㎥) 등 자동차가 밀집된 도심지역보다 포천(65㎍/㎥), 동두천(64㎍/㎥), 평택(62㎍/㎥) 등 외곽지역이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이 지역은 공장이 많다. 이에 도는 2020년까지 320억 원의 예산을 투입, 도내 1천200개 영세공장의 노후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섬유·염색업 등 400개 사업장에 320억 원을 투입해 오염방지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있다. 헤드헌터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발굴, 평가, 추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기업에서는 채용 공고를 내도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거나 공개해서 채용을 할 수 없는 포지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헤드헌터에게 채용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국내 채용시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계 기업은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을 많이 한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기업 임원, 경력직을 채용할 경우에는 헤드헌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 이후 외국계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헤드헌터가 등장했다고 한다. IMF 체제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활성화되면서 헤드헌팅 시장도 커지게 되었다. 필자도 헤드헌터 일을 해보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국내 기업들도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일부 대기업에서 고급 임원이나 전문직을 채용할 때 헤드헌터에게 의뢰를 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도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조직 구조상 채용 전문인력을 따로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기업 내 필요 인력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