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시리고 뻑뻑하다는 것이다. 이는 눈 표면이 촉촉하게 유지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각막에 존재하는 신경이 ‘눈물을 공급하라, 그냥 눈물 말고 건강한 눈물을 빨리 공급하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만약 이 신호를 무시하고 꾸역꾸역 버티다 보면 결국 각막표면은 공기에 쓸려 상처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뻑빡한 느낌을 넘어 콕콕 찌르는 이물감, 모래 굴러다니는 느낌, 간헐적 시력저하, 두통,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통증까지 느끼게 된다. 뚜렷한 원인 없이 눈부시거나 눈이 충혈되는 것도 안구건조증의 증상이다. 그리고 오히려 눈물이 많이 흐른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눈 표면이 마르게 됐을 때 각막신경이 자극을 받아 반사적으로 눈물이 흐르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이러한 안구건조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치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피부관리 하듯 꾸준히 관리해 눈믈의 양과 질이 좋은 상태를 유지해줘야 한다. 인공눈물 및 기타 치료제 안약을 며칠 점안했다고 단번에 완쾌되지 않는다. 특히 인공눈물은 초기 안구건조증 환자가 뻑뻑한 불편감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한 영양제와 같은 것이지 치료제라고 보기엔
능소화 /김도연 낯선 별에서 편지가 날아들었다 예고도 없이 툭, 너의 뜨거운 심장을 내 차가운 손으로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 - 김도연 시집 ‘엄마를 베꼈다’ 중에서 이제 여름이다. 온 산야는 초록의 물로 가득 차 있다.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아침을 맞는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리고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초록빛이다. 하루 종일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초록의 향연,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초록빛이 진부해지기 시작한다. 이럴 즈음 낯선 별에서 날아 온 편지처럼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꽃이 있다. 불현듯 나타나 내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은 꽃, 바로 능소화다. 능소화 꽃은 진황주황색이다. 초록빛 세상 속에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진한 주황색이 받쳐주며 잘 배합되어 한여름을 생동감 있게 해주는 꽃이다. 능소화는 어쩌면 그리움의 상징이다. 더운 여름 날, 예고도 없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난 한동안 그리워했던 사람, 그러나 그를 받아주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능소화 꽃은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정겸 시인
정부가 내년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 대비 1천700달러 늘어난 2만9천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와 인구추계를 감안하면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400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과 경제성장 속도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고지에 올라서면 2006년 2만 달러대 진입한 이후 12년 만이다. 2006년 처음 2만 달러대에 들어선 후 국민소득이 줄곧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급격한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 잡히는 소득은 높을 수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근로자들의 소득은 그보다 더 낮다. 통계상으로 도시근로자 월 평균임금이 300만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250만원 내외에 불과하고 이것도 야근, 특근, 주말특근을 해야 겨우 받는 수준이다. 향후 시급이 1만원으로 오른다고는 하지만 높은 임금부담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고용절벽에 청년실업도…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판교TV)의 성장세가 놀랍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판교TV 입주기업 총 매출액은 약 77조4천833억 원에 달한다. 이는 8일 경기도가 발표한 ‘2017년 판교TV 입주기업 실태조사 결과’로서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약15.5배나 성장한 것이다. 입주기업은 83개에서 1천306개로 늘어났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다. 77조 4천833억 원이란 매출액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의 지역 내 총 생산(GRDP, 78조)과 비슷한 것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최근에도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2015년 말 입주기업 수는 1천121개사 대비 185개사 증가(16.5%↑)했고, 매출액은 70조2천778억 원에서 약 7조2천55억 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근로자 수도 2015년 말 7만2천820명 대비 1천918명이 증가(2.63%↑)한 7만 4천738명이며, 신규채용도 1만344명이 이뤄졌다. 이처럼 판교TV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이유로 양호한 입지와 우수인력 수급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에 따른 문제점도
노숙인(노숙자)은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크게 늘어났다. IMF 경제위기로 인해 경영하던 사업체가 파산하고 직장을 잃은 상태에서 빚에 쫓기거나 가정이 파탄나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아직도 역이나 지하도 주변에서 노숙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질병이나 사고, 가출이나 이혼, 가족과의 단절도 노숙의 원인이 된다. 어쨌거나 경제적 궁핍이 가장 큰 문제다. 얼마 전 MBC TV에서는 ‘노숙인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노숙자와 동네가게들의 상생을 보도한 적이 있다. 동네 가게들이 노숙인에게 물과 커피, 약 등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말벗이 되어 주는 등 자립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숙인 돕기 운동을 ‘까리용’이라고 하는데 시작한지 1년 만에 식당, 약국 등 가게 500여 곳이 동참했고 여전히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동정과 편견 대신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도 이 선진의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노숙자들도 변해야 한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공공시설을 점거해 누워있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부랑자 취급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본보 7일자 1면의 사진이 바로 그렇다. 하루 10만명이…
영화역의 복원사업에 한 번의 용역연구로 끝나고 더는 연구가 추진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연구용역 투자에 인색한 지자체를 대신해 복원에 활력에 불어놓고자 위치를 찾아본다. 영화역과 화성자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남아있다. 영화역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화성성역의궤와 정리의궤(한글판), 정조 실록, 일성록, 수원부 읍지 등이 있고 그림은 화성전도(6폭 병풍)와 화성반차도(1910)가 있다. 근대 자료로는 광무양안과 지적원도(地籍原圖) 및 토지조사부가 있고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항공사진을 참고할 수 있다.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1801) 부편 1> 영화역편에는 ‘장안문의 바깥 동쪽으로 1리(400m)에 위치하고 정당과 삼문이 남향을 하며 규모는 52칸이라 기록하고 있다. 화성지(華城誌, 1831)에서는 영화역은 본부(관아)의 북쪽 3리(1200m)에 있고 규모의 합계가 64.5칸으로 기록되어 있다. ‘본부에서 북쪽 3리’는 행궁에서 장안문까지 거리가 ‘2리’이고 장안문에서 영화역까지는 1리가 되어 화성지나 의궤의 내용은 일치한다. 영화역도(迎華驛圖, 화성성역의궤 수록)에서는…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이달 말까지 수능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 개편안이다. 이와함께 고교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도입 여부도 다음달 내 결정하고, 8월중 수능 개편안과 고교내신 성취평가제 도입 여부와 수능 절대평가 과목도 현재 한국사, 영어에서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래저래 또 전국의 대입 예비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개편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게 됐다. 공부만 잘 하고 있으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는 핑계도 있을 수 있지만 수능만 끝나면, 정부만 바뀌면 춤을 추는 게 입시정책이다보니 지칠 대로 지쳤다. 이미 혼란을 예상했는지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수능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신중함을 요구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여러 차례의 공청회 과정을 거치겠지만 현행 한국사 영어에 이어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가능성은 유효하다. 그러나 반경쟁을 염두에 둔 수능 절대평가 확대가 사교육비 절감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대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사교육 수요가 고교 내신 준비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의 입시방법 또한 변화될 조짐이어
세법은 납세의 의무와 납세협력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납세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한다. 세금 신고·납부를 하지 않거나, 과소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내야 할 세금에 추가하여 10~40%의 무신고가산세와 과소신고가산세를 내야하며, 지연이자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도 부과된다. 그러나 납세자의 의무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가산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정당한 사유’란 일반적 추상적 개념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서 이를 정당화 할 수 있는 사정이 있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 최근 대법원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아 부과되었던 가산세가 취소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장남이 건물 전체를 상속 받았으나 다른 형제들이 반발하여 유류분 청구를 하였고, 법원의 조정을 통하여 유류분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장남이 건물을 매각하고 전체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다른 형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사드 배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국회의 동의나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서 “새 정부가 사드 문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 절차를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달 29일 문대통령이 북한의 ICBM 발사 대응 조치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여권에서도 “사드 배치는 북핵 억지에 효과가 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많다. 청와대는 사드 임시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에 대해 “주민을 설득하고 투명하게 과정을 공유해가면서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임시’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배치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절 결론이 나오는 경우, “사드는 배치하되 다른 곳에 배치한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정부의 교체에 따른 불가피
가로수 /박찬세 한 날 한 시에 심은 나무들도 제각각 다른 무늬의 그림자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한 날 한 시에 부는 바람에도 나무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떨고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 나뭇잎에 흐르는 빗물에도 방울방울 다른 것이 어리겠습니다 - 계간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말을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말의 얼굴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대충 같거나 엇비슷한 정도로 말들을 인식한다. 사과나무와 배나무는 약간의 공부를 통하면 구분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과나무를 사과나무 중에서 구분해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한 나무에서 피는 꽃들의 얼굴을 구분해 낸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세상에는 같은 무늬 같은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저마다 다른 무늬와 다른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같아 보이기도 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개별적인 모습과 향기와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