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은 온화하고 무던하며 간소하고 발랐으며 모든 글을 널리 보았고 겸하여 풍수(風水)와 성명(星命)의 학설에도 통했는데, 석씨(釋氏, 불교)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장을 함에 있어서는 옛사람의 격식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서거정의 졸기 중에서) 우리 옛 선조들은 먼저 떠난 이를 그리고, 기리는 방식으로 지석(誌石)을 제작했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무덤의 위치, 방향 등을 적어서 무덤에 묻은 판판한 돌 또는 도자기 판을 말한다. 현대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조선왕조 법전인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에는 지석 제작·매납 방법이 따로 기재돼 있을 정도로 당시 중요한 지배층 예절 문화의 일부였다.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지석을 소장한 경기도박물관이 지난 7일 개막한 특별전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은 경기도박물관의 소장품과 국내 대표 지석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선시대 지석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첫 전시로,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1300여 점의 지석들 중 엄선해 총 700여 점을 선보인다. 경기도에서 출토된 지석에는 조선시대 경기 사대부들의 삶과 가치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이 글로 새겨져 있다.
경기도박물관(관장 김성환)이 다섯 차례에 걸쳐 유물을 기증한 안성의 대표적인 사대부 가문 기계유씨 자산공파 유직기 후손가에 유물 기증감사패를 증정했다. 지난 2일 경기도박물관은 모임터에서 기념식을 열고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유물을 기증한 유순재 씨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기증자 유순재 씨는 유직기의 후손으로 선대의 묘역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유물과 집안에서 대대로 보관하던 고서와 고문서를 포함해 모두 367점을 기증한 바 있다. 박물관에서는 기증 후 훈증소독과 세척작업 등 기초적인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기증 당시 고서는 전체가 이어 붙여진 상태로 둘둘 말려 있었는데, 일일이 떼어낸 후 먼지를 털어내고 반듯하게 펴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을 마쳤다. 유직기가 진사에 합격했을 때 받은 백패부터 평양대도호부사, 동지중추부사 등을 거쳐 한성부 좌윤에 이르기까지의 교지가 남아있어 그의 관직 생활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유직기 부부합장묘에서 출토된 복식은 건조와 세척과정 등 여러 단계의 보존처리를 거쳐 형태와 문양 등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직기가 생전에 착용했던 도포, 명주를 곱게 누빈 소창의와 여러 겹의 실을 엮어 앞코와 뒷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