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부녀자연쇄실종사건이 언론의 흥미위주 보도와 경찰의 안일한 수사 및 방범대책으로 지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군포와 안양, 수원거주 부녀자들이 화성지역에서 마지막 전화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화성’과 ‘연쇄’, ‘실종’이란 단어가 나올 때 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언론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각 신문과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화성에 다시 ‘살인의 추억’공포’, ‘공포에 떠는 화성’, ‘또 사라지는 그녀들…화성이 다시 떨고 있다’등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의 저자인 하승균 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도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은 실종자들의 소재파악도 못하고 있는 사건으로 연쇄살인사건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종류의 강력사건은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지만 언론은 이번 사건을 연쇄살인사건과 관련지어 흥미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는 화성시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특히 화성시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으로 가뜩이나 타격을 입은 화성을 연쇄살인사건의 대명사처럼 거론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화성시와 경찰은 ‘사후약방문’격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범죄예방 방범카메라와 자동차량번호인식기 설치확대, 경찰서 추가개설, 취약지역 방범순찰 강화 등을 서둘러 진행한다고 한다. 지난 이십 여 년간 범인을 잡지 못한 살인사건이 있음에도 사전에 지역주민의 안전을 힘쓰기 보다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조치하는 형편이다.
물론 한정된 인력으로 넓은 지역과 많은 사건을 감당해야 하는 경찰과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애쓰는 언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과 언론은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사전예방과 신속한 사건해결, 정확한 보도에 힘쓰길 바란다.
김 창 식 <화성시 봉담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