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한·미 FTA와 부동산 문제가 이슈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둘 다 공통점이 있다면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다 보니 말도 많고 대책 또한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묘안을 찾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30여년 이상을 수산업분야 전문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어 오면서도 어업문제도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세계와 함께 굴러가야만 한다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현재 세계화에 따른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크게 WTO 다자간 무역협상과 FTA에 의한 당사자간 무역협상에 의거 국내 수산업계와 어업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협상이 도내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 한·미 FTA 등 당사자간 무역협정보다 WTO 다자간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도내 수산업계에 더 많은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수산물생산 세계5위, 수산물 수입 세계2위, 수산물 수출 세계4위로 수산 강국이며, 경기도 생산품목인 주요 수산물과는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없으나 관세 조정에 따른 많은 물량이 들어옴으로 인해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WTO는 수산업의 기본인 어업활동을 위한 보조금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주요 보조금은 면세유 공급, 영어자금등으로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연간 면세유는 12만드럼 규모로 100억원이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고, 영어자금 또한 연간 어업인 2천명에게 저리로 170억 정도 지원돼 도내 수산업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현재는 예비회담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중국은 물론 EU와 FTA 체결이 가시화 될 경우 도내 수산업의 기반마저 흔들 만큼의 영향이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는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난 1980년대 “잡는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라는 수산업계의 슬로건이 있었다. 수산물 증산을 통한 어업인 소득증대가 이루질 수 있었던 시기에는 딱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젠 생산을 해도 판로가 없어 팔지 못한 실정까지 왔다. 국내 소비자의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에는 외국산과의 가격차이가 너무크기 때문이다.
이제 경기도는 지역특성을 살려 “생산하는 어업에서 체험하는 어촌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수산정책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 수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업용 유류면세제도는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어촌어항, 어업인력, 어업인 복지보조금은 계속 허용할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특히 일본, 대만 등 입장 유사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다자간 협상을 유리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관세도 정부에서는 조정관세를 인정하고 유예기간을 최대한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 서해안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연간 500만명 이상 찾아오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어촌체험마을 8개소에 연간 115만명이 이용해서 126억원의 소득이 창출되어 참여 어가당 4천만원의 어업외 소득을 올려 어촌의 희망을 보았다.
경기도는 FTA와 WTO에 좌절하지 않고 수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연근해 어업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산자원회복, 구조개선, 자율관리 및 친환경 어업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바다목장화, 우량종묘방류, 인공어초어장조성 등 자원조성 확대와 자율관리어업 육성을 위한 우수공동체 지원확대, 친환경 어구개발·보급 및 폐어구 수거·처리 등을 위한 지원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가 양식 품종의 종묘 생산기술 및 고효율 사료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확대하고 빼어난 경기도 서해안을 활용해서 수도권 해양관광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서해안 어촌관광벨트 조성 계획’을 오는 8월말까지 확정해 FTA의 높은 파고를 헤치고 나가는 경기도 수산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권 혁 운 <경기도 해양수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