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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잘못된 환율 하락 처방

최근 정부는 환율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15일 재정경제부는 투자목적 해외부동산의 취득한도 상향조정,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양도차익 비과세,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시 신고제 등을 포함하는 ‘기업의 대외 진출 촉진과 해외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국내자금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조치이다.
사실 환율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수십년간 지속된 환율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외환과 관련한 거래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수출·입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금의 국제적 이동과 관련된 것이다. 문제는 자금의 국제적 이동에 따른 외환거래규모가 수출입과 관련된 외환거래규모의 수백배에 달한다는데 있다. 좋은 약도 오래 먹다보면 중독 되듯이 원/달러 환율을 하락을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개입하다보면 새로운 경제문제가 생겨난다.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못 움직이도록 억제하다보니 부동산 가격, 임금이 대신 움직여 환율의 움직임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일까? 1997년 말 외환위기 이래 근 10년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넘쳐나는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며 수출품의 가격 상승과 수입품의 가격이 하락해 수출은 감소되고 수입재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그렇지 못했다.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되었됐지만 국내에 유입된 자금이 자동적으로 국내에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 가까이.
더욱이 은행들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한 예금을 기초로 기업 보다는 가계에 적극적으로 대출했다. 덕분에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을 지킬 것은 부동산을 뛰어넘는 다른 수단을 찾아낼 수 없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 공식적인 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가 부분적으로 밝혀졌다. 바로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산출하기 위해 집세를 조사할 때 전세계약이 갱신된 가구만 지수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값 상승에 따라 전세시세가 올랐더라도 전세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세 상승률은 ‘제로’로 잡히게 된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과도한 물가 상승,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환율을 누르면 물가가 상승하여 대신 기업경쟁력을 갉아 먹는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오래된 주장 중 하나이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누를 때 기업경쟁력을 갉아 먹게 되는 요인 중 또 하나는 임금이다. 많은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임금 상승률은 선진국 및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좋은 수출업체와 경쟁하여 양질의 근로자를 유치하려는 여타 업체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임금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수출업체의 내부 사정을 보면 썩 좋지도 않다. 임금 인상은 생산성 상승 수준에 머물러야 기업이나 경제 전체에 주름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수출업체의 실적은 일정 부분 환율 절상의 억제에 기인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의 뒷받침 없이 임금이 올라가 버린 것이다. 결국 환율 절상이 기업들 기대보다 빨라지면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들은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환율을 누르면 부동산 가격과 임금이 부풀어 올라 수출경쟁력을 갉아 먹는 것이다. 결국 애초부터 환율을 과도하게 억제하지 않았다면 생겨나지도 않을 일들로 한국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율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일찌감치 신제품 개발이다 시장 개척이다 부지런히 나섰을 것이고 근로자들도 임금을 그렇게 까지 높이지 않았을 것이며 모든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안긴 부동산 가격 상승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일수록 수출 촉진을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지만 선진국일수록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은 것을 강조한다. 일반 국민의 관심사는 소비에 있고 자국의 통화 가치가 높을수록 보다 싼 가격으로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로 발생하는 과다한 문제점과 혼란, 우리 경제의 발전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선진국의 이러한 시각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은 이제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희 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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