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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회는 ‘거수기’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된 지 올해로 12년 째를 맞는다.
학교운영위원회는 1995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설치 근거가 마련된 뒤 이듬해 각 시·도 의회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국립 초·중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다.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의 일환으로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학교의 제반사항을 심의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단계에 학부모와 교원 및 지역 인사가 참여함으로써 학교 정책결정의 민주성·합리성·효율성을 확보해 학교 교육의 목표· 달성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운영위원을 해오면서 많은 점들이 아쉬웠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작은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딪는 곳이어서 더욱 열의를 가지고 직무에 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5일 학기 초 처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가 열렸다. 거의 20여 가지에 달하는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3월말에 결성된 학교운영위원들은 안건이 왜 상정됐고 어떤 내용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각종 수치를 설명하는 학교측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운영위원이 상당수였다.
이 때문에 각종 예산을 비롯해 앨범제작 등 모든 안건에 대해서 원안대로 ‘가결’하겠다는 위원들의 결정이 웃지못할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의 입장에서는 학교운영위원들이 모르면 모를수록, 무지할수록 더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또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학교운영위원들 생각도 마찬가지로 귀찮게 이것저것 따질 것이 아니라 학교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학교운영위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자녀가 학교에 잘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학교운영위원이 된 목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해 학교운영위원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 자녀가 귀하고 소중한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적어도 학교운영위원이라면 보다 넓은 교육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학교운영위원들이 그 본질에 충실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첫째, 학교운영위원의 선발과정이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은 담임 교사의 추천이나 학교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선발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등떠밀려서 선발되는 이러한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물론 학교측에서는 위원 선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덕망있는 지역인사나 학부모들에게 권유 해도 시간이나 생활여건이 여의치않아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학교가 학부모들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해 학교운영위원에 관심있고 학교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부모 및 교육에 인지도가 높은 지역위원이 선거를 통해 선출돼야 할 것이다.
잘못된 의결권자를 선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운영위원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중순쯤 선출돼 4월초 학교의 예결산에서부터 1년 동안 학교 정책 및 각종 사항에 대해 심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갓 선출된 학교운영위원들은 학교 행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학교가 상정하는 온갖 안건에 대해 거저 손만 들어주는 거수기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이 때문에 학교운영위원으로 선발되면 의무적으로 운영위원의 역할 등 학교행정 전반에 관한 교육을 이수한 후 안건심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는 일선 학교 수준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학교운영위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그에 투입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학교의 일방적인 운영을 막고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가 가야할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학교운영위원회라고 볼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들이 학교를 바로 세우고 우리 아이들이 훌륭한 인격체로 자라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들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정의와 진심으로 내 자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들의 자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학교운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 재 범 <참교육학부모회 수원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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