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혁당 재건 간첩단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던 순간 ‘사법살인’으로 사형이 집행된 8명의 유족들은 남편과 아버지가 처형됐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살벌했던 유신 치하에서 처형이라는 비보를 접했을 때는 ‘억울하다’는 느낌에서 그랬고, 민주화기 진척된 최근 무죄라는 낭보를 접했을 때는 누명을 벗었다는 기쁨보다 ‘죽지 않았어야 할 분들이 죽었다’는 통회가 훨씬 컸기 때문에 그랬다 한다.
박정희 정권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유신체제, 그 제도를 뒷받침한 국가보안법, 대통령 긴급조치 등에 입각하여 검찰과 법관들은 법을 빙자한 칼―우리는 이를 법도(法刀)라고 부르고자 한다―로 얼마나 많은 양심수(良心囚) 또는 확신범(確信犯)들을 재단(裁斷)하여 사형, 무기징역을 비롯하여 중형에 처하고 직장에서 쫓아냈으며, 이 가운데 죄 없는 사람들까지 저 세상으로 보냈던가. 이것은 법의 이름을 빌려 양심을 학대한 범죄라 할 수 있다.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9일 국회에 제출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관련 판검사 명단을 제출한 것은 사실에 입각하여 과거사를 정리하고 반성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지극히 정단한 임무에 속한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 “법조계 출신 정관계 전현직 고위 인사 다수가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실명이 공개될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 간에는 감정의 파장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의 주요한 국면을 엄정하게 관찰하고 해석하는 역사가는 정의와 양심에 따라 독재권력에 맞서 몸을 던진 이름 없는 사람들의 긴 희생과 당대에 황금어장을 점한 채 권력을 휘두르거나, 실리를 챙기며 이름을 날린 극소수 인사들의 짧은 영화(榮華)를 비교하여 평가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구성원들은 일제시대에 친일을 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그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정권의 부침(浮沈)과 관련하여 독재에 가담했거나 독재에 굴종하여 인권을 억압한 사람들에게는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명사들이 권력 그 자체에 속하거나 권력의 편에 서서 법의 이름으로 정의와 양심을 유린하는 행위는 일제시대에서건 독재시대에서건 큰 차이가 없다 할 것이다. 실정법이란 언제나 양심법 아래에 있으며,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 또는 언론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국회에 보낸 긴급조치 위반사건 관련 판검사 명단을 공개하고 국민 여론을 경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