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월에 이사를 하여 집들이 겸 절친한 몇 몇 동료교사들을 초대한 때의 일이다.
집들이는 음식 때문에 여자들에겐 큰 부담이 되나보다. 내자는 며칠 전부터 걱정을 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마세요’라며 달랬지만 그래도 내자의 얼굴색은 밝지가 않았다. 나는 그분들께 뷔페, 육식, 회의 섭식보다는 평소 그랬듯이 집에서 주로 먹는 몇 가지 반찬으로 대접해 드리자고 하였다.
당일 날 음식을 잡수면서 동료 교사들이 “된장국이 참 맛있습니다” 라며 치례 같지는 않아 보이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 내자는 그제서야 걱정을 떨구며 “이 사람이 끓였고요. 이것 저것 반찬도 만들었어요”라며 칭찬을 하였다. 평소 가사의 분담이라기보다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 분들께 “맛있게 드셨다니 고맙습니다. 맛이 있다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지요”라며 내가 된장국을 맛있게 끊여 낼 수 있는 사연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마흔 넷에 나를 낳으셨다. 의학적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어머니께서는 출산 직후 바로 산후 중풍을 얻게 되어 왼쪽 팔을 떨게 되셨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전의 어머니 모습을 중풍 상태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연세가 드실수록 손을 떠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셨고 손을 떠는 시간은 길어지셨다. 그때부터 나는 감주(식혜), 술, 두부, 묵, 엿, 메주,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간장 등을 만들 때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머니를 돕게 되었다.
조리 음식이나 발효 음식의 맛은 불의 조절과 온도의 유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내가 요리할 때 곁에 서서 지켜보시며 불조절을 잘못 할 때마다 심하게 야단치시거나 때로는 회초리를 드시며 나에게 바른 요리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내 나이 스물네 살 때까지 이러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왔으니, 된장국에 대한 학문적이고 계량적인 설명은 어렵겠으나, 경험적으로는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된장국을 끊여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수도사의 도제 교육이 이와 같았으리라 생각된다.
교무실에서 교사들은 점점 생각이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 자녀를 하나나 둘 정도만 낳다 보니 아이들 자체가 개인적인 성향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 밖에서 또래들끼리 삼삼오오 무리져 놀기 보다는 인테넷 게임이나 학원 등을 전전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무심코 들여다 보면 무척이나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성향이 많음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어른의 눈과 훈육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에 노출돼 아이들이 교실에서 행하는 행동은 과거에 비해 많이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을 학교와 학원으로 떠넘기고 부모들은 자녀들과 얼굴을 맞댈 시간을 갖기조차 쉽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때로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돌볼 시간이 부족해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가르쳐 주길 원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은 학교들이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교육의 폭을 넓히며 사회성 교 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인성교육은 극히 사회적인 측면이 많다. 보다 개인적인 감성을 교육시키는 곳은 학교보다는 가정이 훨씬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 훈육이 무엇보다 필요한 곳이 가정이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자녀들에게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마음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자녀들은 늘 부모의 한없고 포근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를 찾아, 국가의 교육 정책에 기대하기 보다는 교육적 전이 효과가 큰 건실한 가정 교육으로 다질 때이다.
한 상 락 <운천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