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문화를 창조하고 교육하고 체험하는 복합공간이다. 시민들은 다른 공간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고품격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작품을 선보인다. 그래서 극장은 상품을 공급하는 예술가와 이를 감상하는 소비자가 만나는 예술시장이다. 이 곳에서 연극과 무용, 오페라 같은 공연작품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입장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장르간 혹은 중앙과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환경에 차이가 있는 중앙과의 경쟁이 힘에 겨울 수밖에 없다.
9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극장 건립에 나서 전국적으로 문예회관이 13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비해 그 지역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지역극장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술가들이 거는 기대를 극장이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가들은 극장이 세워지면 커다란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발표공간이 늘어나는 것과 훈련된 관객 외에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만이 쌓인다. 심지어 곧잘 운영되던 민간 소극장이 경쟁력에서 밀려 문을 닫게 된 경우도 있어 오히려 창작환경이 나빠졌다고 불평하는 연극인도 만난 적이 있다. 문화예술 공간이 늘어갈 뿐 질적인 향상이 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가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해외 혹은 중앙의 작품은 출연료를 주고 초청하는데 지역단체는 그 기회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지역 예술인들이 느끼는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시민들은 국내외 유명 공연을 접하고 나서는 지역단체의 공연에 관심이 덜하고 그래서 표를 팔기가 쉽지 않기에 생겨나는 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중앙에서 공급되는 프로그램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적정한 밸런스를 합의하는 지혜가 양자 모두에게 요구된다. 즉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수준의 무대 완성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토양이 척박한 지역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의 저명단체만 고집하지 않는 정책에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극장과 예술가가 협력하여 지역의 스타를 만들어 시민들 스스로 보고 싶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 지역단체가 지방정부나 문화재단으로부터 실제작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예산을 지원받아 어렵사리 마련하는 공연에 대관료를 무료로 할 수 없겠느냐 하는 것이다. 무료 대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공립극장은 시군과 의회 그리고 말없는 다수 시민들로부터 재정자립도를 가능한 한 높여 시민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대관료를 수혜자가 부담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대관료는 시가 전액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면 될 일이고, 오히려 할인혜택을 받는 정부기관의 행사도 모두 대관료 전액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복권기금 혹은 지자체 예산으로 기획되는 극장의 자체 프로덕션을 지역 예술가를 중심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체기획공연에 지역 예술가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일은 지역극장의 의무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역 주민들이 환호하고, 서울 혹은 다른 지역에서의 초청공연을 위해서는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외부 예술가를 초빙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싶다. 멋진 무대를 만들어 전문가와 타 지역 관객들이 열광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시민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딱부러지게 시원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를 거론하는 것은 아마도 많은 지역의 예술가와 극장 경영자들이 공동으로 안고 있는, 결코 쉽게 풀지 못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공로를 생각할 때 특히 문화의 지방화를 실현하는데 실질적인 주역을 맡아할 예술가들의 열정이 상처받지 않도록 한번쯤 허심탄회한 논의의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뜻에서 소견을 적어보았다.
구 자 흥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