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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조만간 자신이 수석 당원으로 있는 열린우리당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저녁,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와 석별의 시간을 갖는 자리에서 ‘당적 정리’를 공식으로 확인했다. 그 자리는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아마 그는 침소로 돌아가 혼자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눈물이 많은 정치인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동영상 광고에서 ‘눈물 흘리는 노무현’을 선보이면서 ‘불쌍한 노무현’이라는 말이 떠돌았는데 수구세력의 협공을 받게 되면서부터는 그 말은 더욱 힘을 얻었다.
노 대통령은 ‘87헌법’ 이후, 임기 중 자신의 소속 정당을 떠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그는 또 재임 중에 당적을 두 번 바꾼 대통령으로도 기록된다.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민주당 후보로 당선은 되었다. 그는 당선 이후엔 동지들과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신생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수석당원으로 입당했다. 이 기간 국민들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보다 이전의 대통령들도 모두 임기 말년엔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속 정당을 떠나야 했다. 87헌법에 의한 초대 대통령이랄 수 있는 노태우는 미래 권력인 김영삼과의 갈등을 겪다가 임기 5개월여를 남겨두고 자신이 만든 민자당을 탈당했다.  그 다음으로 대권을 장악한 김영삼은 차기 후보인 이회창의 공격을 견디지 못해서 임기 넉 달여를 남기고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그의 뒤를 이은 김대중은 자식들의 부패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임기 반년 이상을 남겨두고 민주당을 떠나야 했다.
노 대통령은 처음엔 열린우리당을 떠나기가 싫었다. 헌법상으로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데다 한창 나이에 고향에 내려가 봐야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 더구나 나서기 좋아하는 그의 성품으로 보아 평당원 신분이라도 유지하면서 당의 일에 참견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꿈도 접어야 했다. 여러 동지들이 당을 떠나면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니 정권 재창출을 도아주자면 스스로 당을 떠나는 길밖엔 달리 방법이 없다. 특히 현대판 개국 공신이자 후보 시절 유일한 국회의원이었던 천정배 의원마저 당을 떠나는 것을 보고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엔드 월드 리포트’는 최근,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제임스 뷰캐넌 등 10명의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선정 기준은 독선, 시대정신 부재 그리고 인사 실패라는 세 가지였다. 노 대통령은 이들 세 가지 가운데서 시대정신만은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독선과 인사 실패를 두고는 사람들의 입이 조용하지 못하다. 그가 독선적인 성격이라는 소문은 널리 퍼져 있다. 그는 하물며 직선적인 면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인사 문제라면 고건 전 총리 폄하 발언으로 그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성격의 인물에게는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법이다. 그가 후보 시절엔 사람들이 모였지만 나중에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것도 다 미리 검증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는 물론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하느라 애썼지만 약속을 다 지키진 못했다. 그의 4년 치적을 돌아보면서 조선조 15대 왕 광해군이 중립외교정책을 추진하다가 사대주의파의 저항에 밀려 왕좌에서 쫓겨났던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노 대통령은 곧 헌법에 따라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발의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꺼내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염려한 결과일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20년 동안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야당 후보들의 내년 개헌 약속은 믿을 수 없다. 그들의 말은 대권 승리는 물론이고 내년의 총선거에서도 싹쓸이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은 하루라도 빨리 고치는 것이 좋다. 21세기에 맞는 헌법이 필요한 시기이다.  앞으로 헌법을 고친다면 그 안에는 통일을 대비하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정신도 담아야 한다. 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을 방지할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지만 5년 단임제 헌법을 20년 동안 시행해온 경험으로 볼 때, 공권력을 남용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노릇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나라임이 입증되었다. 노무현은 사심 없는 사람임이 분명한데도 ‘불쌍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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