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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지나는 강 위로 눈이 내린다. 빈 가지만을 몸에 두른 채 하늘을 이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 위로 눈이 내린다. 두고 온 땅은 벌써 따뜻한 봄이 찾아 왔다는데 찾아 온 땅은 연이은 추위 끝에 눈이 내린다. 나뭇잎 떨어지고 새들마저 떠난 빈가지에 눈이 쌓인다. 긴 겨울 홀로 겨울을 나며 외로울까 저어하는가 보다. 외로워 말라고 눈이 내린다. 빈 들판에서 홀로 외로워하지 말라고 눈이 내린다.
차가운 눈일지라도 쌓이면 따뜻하리라. 안온한 대지의 품에 안긴 듯 따스하리라.
단단히 여민 옷깃 위로 둘러진 목도리 사이로 강가를 지나는 찬바람이 젖어든다. 젖어드는 찬바람으로 인해 몸은 젖는다. 춥다. 발걸음을 내딛는다. 눈이 조금씩 더 많이 내린다. 옷 위로, 목도리 위로 눈이 쌓인다. 모자 위에도 눈이 쌓이고 있으리라.
이제 곧 올 봄을 시새우는 것일까.
찬바람은 더욱 매서워만 간다. 다가올 봄을 시새워 내리는 눈이라고 할지라도 지독한 겨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과 나무들에게는, 대지의 생명들에게는 큰 은총이다. 말라붙어 있던 땅에 물줄기가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길고 길었던 겨울 가뭄이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포토맥 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운하의 물줄기는 긴 겨울 가뭄에 마르고 말라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되었다. 여름 가뭄에 논밭이 갈라지듯 작은 운하의 마르고 깊지 않은 바닥은 갈라졌다. 군데군데의 웅덩이에 아주 조금씩 얼어붙은 강물이 있을 뿐이다.
이 혹한의 추위에서도, 말라붙은 물줄기 속에서도, 얼어붙은 웅덩이 아래에서도 살아 있는 물고기들이 있으리라. 살아 있는 생명들이 있으리라.
그 생명들에게 눈이 내리고 있다. 외롭게 대지를 지키며 하늘을 이고 있는 나무들에게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먼 길을 떠나와 지난 적 없던 강가를 거닐고 있는 내게만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말라붙은 강바닥의 웅덩이 속에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고 있는 생명들에게도 내리고 있다.
그들이 따뜻한 봄을 무사히 맞을 수 있도록 눈이 내리고 있다.
그들 모두가 제 삶을 찾아 제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눈이 내리고 있다. 나무들이 다시 새싹을 틔우고 무성한 잎을 내며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눈이 내리고 있다. 물고기들도 다시 강물을 깊이 흐르며 제 사는 길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눈이 내리고 있다.   
혹독했던 긴 겨울을 견뎌낸 생명들에게 내리는 자연의 은총이다.
참담했던 지나 온 삶을 견뎌온 이들에게 주는 자연의 은총이다.
작은 운하를 지나 깊이 흐르는 강물 곁으로 다가선다. 다리 가운데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그 곳에 강물이 흐르고 있다. ‘우르릉 우르릉~’ 우레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강물 위로도 눈이 내리고 있다. 강물 위로 내리는 눈들은 그대로 녹아든다. 하나 되어 흐른다. 덩실 덩실 함께 어깨춤 추며 강물과 하나 되어 흐른다. 오랜만이라고 얼굴 부비고 반가움에 끌어안으며 하나 되어 흐른다. 강 한가운데에 불쑥 불쑥 솟아 있는 바위들에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얼음덩이들 사이로 하나 되어 흐른다.
‘우르릉 우르릉~’
우레 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얼음덩이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강줄기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온다. 내 마음의 강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깊은 곳에서 고요히 흐르기만 하던 마음의 강이 요동을 치며 흐른다. 우레 소리를 내며 흐른다.
이제 제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며 흐른다.
이제 제 사랑을 하라고 말하며 흐른다. 
이제 하나 된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며 흐른다.
내 마음의 강도 흐르는가.
내 마음의 강도 흐르고 흘러 이 포토맥 강처럼 유유히 흘러 갈 수 있는가. 혹독한 겨울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긴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은 채 흐르고 있는 이 강처럼 나도 유유히 제 삶 제 발걸음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살아가며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기대었던 몸을 일으킨다. 강가에 천둥오리 두 마리 한가롭게 떠 있다. 언제 왔을까.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당탕탕 천둥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 강줄기 곁에서 저들만 한가로운 듯하다. 제 삶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잦아들었던 눈이 다시 내린다.
하늘을 바라본다.
눈 내리는 하늘이 너무나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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