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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한 대학미술 교육

작가로 순교 강요 생계위해 다른 길로
예술과 생활 병행하게 현실적 커리큘럼 마련해야

 

‘미술’이란 개념과 ‘미술대학’이란 교육적 제도가 우리 삶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일종의 제도화된 관행과 틀을 거쳐야 비로소 미술을 배울 수 있고 그로 인해 미술전공자, 작가가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제도는 미술전문인과 비전문인을 분리하고 구별 짓는 일종의 장치가 된 셈이다.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작가로서 행세할 수 있으며 외부의 시선 역시 그를 미술전공자, 작가로 인정해주게 된 것이다.

당연히 미술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 이들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입시와 미술학원, 대학과 대학원 과정, 또는 공모전은 바로 그 전문인이란 칭호와 타이틀을 부여해주는 강력한 권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권위를 좀더 많이, 현실적으로 강화해주는 곳이 보다 선호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무엇보다도 우선시 된다. 하물며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고 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난감한 일이다.

언젠가 미술공모전에 독학의 작가가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대서특필되는 경우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사실이 그렇게 크게 얘기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런 일이 가능치 않은 현실적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드물고 희귀한 일이다. 그 일을 마치 보편적이며 누구나 자신의 각오와 능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식으로 유포하는 것 자체가 은폐의 한 과정이다.

부정할 수 없이 이 사회에서 모든 일은 그렇게 제도의 산물이다. 현실은 제도에서 나오고 제도가 현실을 다시 재구성하고 재편한다. 그러나 제도는 빠른 현실의 변화를 미처 수용하거나 반영하지 못하고 굳기 쉽다.

오늘날 우리 미술대학의 커리큘럼과 교수방법은 여전히 지난 시간대의 완강한 그물에 걸려있어 보인다. 학생들에게 한결같이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순도 높은 예술 혼과 정열을 지닌 예술가. 작가로 순교하기를 강요하는 지도 모르겠다. 죄다 작가로서의 길을 가라고 요구는 하지만 정작 작가로서 산다는 것, 제대로 작가활동을 하면서 버텨나갈 수 있기 위해 필요로 하는 능력과 힘을 부여해주지는 못하면서 명목론에 머무는 예술가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하기도 하다.

오늘날 미술대학이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해나갈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위기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졸업을 했다고 하지만 정작 무슨 공부를, 왜, 어떻게 받았는지는 난감하다. 당연히 졸업 후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 지도 막막한 것이 되었다. 직업이 되지 못하는 교육,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하는 졸업장, 동시대의 미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는 죽은 커리큘럼, 실업자로 거리로 내몰리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수많은 졸업생들은 재주껏 살아남거나 다른 직업을 갖거나 혹은 어린이 미술학원, 입시학원 혹은 취미생 몇 명을 받아 간신히 운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 안에서, 비록 강고한 제도의 틀이지만 그 안에서 한 미술인으로서, 작가지망생으로서 앞으로 주어진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여러 조건과 여건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필요한 교육들, 실질적인 일들이 요구된다.

사실 오늘날 미술에 대한 개념은 무척 많이 변질됐다. 미술의 개념이 변했고 당연히 미술가, 작가라는 존재의 개념 역시 변했다. 그러나 미술 개념의 변화와 현실적 추이에 무지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고루한 방법론을 전부인양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학미술교육의 한 측면이다.

거창하고 순결해 보이는 작가라는 개념 대신에 시각이미지생산자라는 개념의 전환이 요구되며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과 전략적 지식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페인팅과 조각, 판화라는 고정된 장르개념과 그 개념 아래 습득되는 기술적 차원에 머무는 수업이 아니라 동시대의 모든 시각이미지를 이해하고 분석, 체득해내면서 그 사이를 미술적으로 개입하고 해체하고 접근하면서 미술의 또 다른 접속과 새로운 가능성의 영토를 확장시키고 개간하는 일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닌 졸업 후 자신의 진로와 해야 할일과 먹고 사는 일과도 관련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졸업 후 작업을 하면서도 삽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작업과 컴퓨터 그래픽 같은 일들도 병행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을 분리시키지 말고 하나로 엮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천후 시각이미지생산자로서의 능력 말이다.

자신의 뛰어난 감성과 감각, 여러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해석능력, 뛰어난 손맛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일들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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