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8월 8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되어 중앙정보부 공작선 용금호에 실려 바다에 수장되려던 순간 미국의 헬리콥터가 이를 제지하여 목숨을 건지고 13일 동교동 자택으로 귀가한 사건은 인권과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경악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 대통령을 역임한 김대중씨는 지난 9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자신의 납치사건에 관한 조속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은 일본 정부의 수사 결과 한국의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일본의 법을 어기고 도쿄에 잠입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하여 살해하려 함으로써 일본의 국권을 침해하고 외교 관례를 깨뜨린 중대한 범죄로 결론이 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종필 국무총리를 일본에 보내 일본의 국권 침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범행 과 관련된 지문이 채취된 김동운 서기관마저 기소하지 않은 채 이후락 당시 정보부장을 경질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짓고 말았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동태와 범행 현장을 파악하고 있던 미국의 개입으로 위급한 순간에 살아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톨릭 신앙인의 입장에서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진실을 규명하여 이런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이어 2월 15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사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일본 정부와 외교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하고 “(과거사위) 위원들에게 ‘진상을 적당하게 발표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참을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납치사건에 관한 언급을 여러 차례 했지만 이처럼 강한 어조를 보인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는 진보적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활동을 마무리해야 하는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이 위원회가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강제로 연행하여 진상을 청취할 수는 없는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망했기 때문에 다른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박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단정하여 발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관심사항인 이 사건의 진실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규명하기 바란다.







































































































































































































